책 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by 블라이
The Midnight Library
by Matt Haig


인생에 실패했다고 느끼는 한 30대 여자가 있다.


평소에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던 Nora는 어렸을 적 재능이 있던 수영을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빠와 함께 했던 밴드도 맘처럼 잘 되지 않자, 음악 관련 회사 취직해 사무 일을 하고, 한 아이의 피아노 레슨을 해주며 살아간다. 그녀는 사랑했던 애인이 있었지만, 그가 청혼하며 새로운 곳에 가서 함께 살자 하자, 주저하다 결국 헤어지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했던 고양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고, 직장도 잃고, 되는 일 하나 없는 하루를 보낸다. 절친한 친구에게 연락했지만 답도 없고, 깊은 외로움과 좌절감에 빠진 그녀는 더 이상 이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 슬퍼한다. 그리고 밤늦은 자정,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한 라이브러리에 와있는 것이 아닌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삶과 죽음의 경계이자, 새로운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서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자주 갔던 도서관의 사서였던 Mrs Elm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꺼운 책 한 권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는 Nora가 지금까지 후회했던 선택들이 적혀 있었다. 수영을 계속했더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했더라면, 음악으로 성공했다면 등등. Mrs Elm은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의 삶을 여행해 보라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그녀가 후회했던 때로 돌아가 새로운 삶들을 살아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이렇게 살았으면 좋았을걸 했던 것들도 결국은 자신이 원했던 삶들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영도 아버지가 원했던 것이고, 음악으로 성공한 것도 오빠가 원했던 것, 결혼을 해 새로운 곳에서 펍을 운영하며 사는 것도 전 남자친구가 원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북극에 가서 살아보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Mrs Elm이 한번 권유해서 산 것이지 자신이 원한 삶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새로운 인생들에서 커리어적으로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행복하진 않았다. 그리고 모든 인생에는 각기 다른 힘든 일이 있었고 그것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남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소소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보기로 한다. 도서관에는 Nora가 선택할 수 있었던 수많은 인생들이 책으로 꼽혀 있었다. 그녀는 그 책들을 펴보며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기도 하고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서의 삶도 살아보며 여러 인생들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그녀는 그 무한한 삶의 가능성에 압도되어 길을 잃기도 한다. 각 인생 속에서 여러 교훈들을 얻지만, 여전히 삶을 이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여전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머물러 있던 것이다.


그러다 그녀가 결국 정말 원하는 삶을 찾게 되는데, 그 삶에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리서치를 맘껏 할 수 있는 삶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여전히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의 여행자였고, 그녀는 결국 다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간절히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결국 무너진다. 그 가운데 그녀가 돌아갈 수 있는 삶은 단 하나였다. 아직 미래가 적혀있지 않은 책, 자신이 끝내려 했던 현생이었다.


그녀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네덜란드 할렘 책방에서 발견한 책이다. 요새 가뜩이나 일이 많았는데, 회사 동료의 퇴사로 그가 맡던 일의 일부까지 맡아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반차를 썼다. 힘들 때면 책방이나 도서관에 들러 책 냄새를 맡는다. 그러고 나면 좀 마음이 차분해진다. 처음에는 몇 장만 읽어보려던 게 앉아서 열 페이지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글의 흡입력이 몹시 좋았다.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구매하곤 책방에 붙어있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유학 후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계속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어떤 선택을 했든 각기 다른 어려운 점,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후회에 시간을 쓰지 말고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리며 오늘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다.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오늘과 내일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물론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기에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나 다른 이들의 기대가 아닌, 내가 하고 싶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책임져 주지 않기에 원망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만큼 행복하고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그것 만큼 오늘의 어려움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없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 내게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며 살고 싶다. 삶에 대한 여러 생각과 울림을 주는 책이기에 한국어로도 나와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