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사람들은 부산하면 상징과도 같은 해운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고향이 부산인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사실 광안리다.추운 겨울 바다가 생각나지만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에 차마 발길이 떨어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좀 더 따스함이 느껴질 부산 바다 광안리를 한번 추천해본다.마치 동남아에서도 더운 겨울 날씨 패딩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부산은 영상의 날씨에서도 춥다고 패딩을 입고 다니는데, 윗 지방에선 이 정도 추위쯤은 봄날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나름 따스한 온기를 품은 고요한 바닷가.
파도가 예쁜 어느 날,
담양에서 건너온 강된장과 쌀로 만든 빵을 나누기 위해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한 잔 티와 디저트 타임을 가진다. 일단 파도 소리에 심취하고, 예쁜 파도에 넋을 잃는다. 늘 보는 바다이지만, 늘 봐도 예쁜 광안리.
휴직 여행길에서 만난양다리 욕심이 나던 멀리 제주도와 우도의 바다도, 썸남 울릉도 바다도 예쁘지만, 언제든지 한 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광안리는 나의 찐친과도 같은 곳이다.
나른한 오후 따스한 햇살이 백사장을 비추며, 자전거 여행 중인지 헬멧을 쓴 채 백사장에 대자로 누워 나른한 휴식을 즐기는 사람, 늘 비슷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도 물고기가 정말 낚이는 것인지 그저 낚시하는 동작과 손끝 찌 맛을 즐기고 있는 건지 아리송했던 한창 낚시에 열심히인 아저씨와 쓰레기를 줍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청소 아주머니, 파자마 차림의 커플도 보이고, 캐리어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 인스타 촬영 사진에 열심히인 여자 아이들도 보이며, 늘 익숙한 풍경의 이곳이 관광지임을 새삼 느낀다. 평일의 광안리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느껴져 더욱 사랑스럽다.
가을이 되자 늘 보던 민낯의 광안리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미모로 다소 낯선 아름다움도 선보인다.
[광안리의 최신 미모 업그레이드버전]
1) 물광 내기: 그날 따라 파도가 하얀 물거품을 연신 내뱉으며 모래사장이 눈이 부시도록 예뻤다. 파도 나무. 세계 각국의 유명 바다가 여기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 이정표인데 아이디어가 귀엽고 파도가 밀려와 발목을 덮을 때 특히 이뻤다. 이날 따라 파도가 유난히 예뻐 파도 나무와 사진을 함께 찍었다.
2) 조명빨과 장식: 소소한 꾸밈으로 걸어가는 동안 눈길을 끈다.
3) 꽃단장: 그냥 둬도 자연 미녀였던 광안리가 광안대교의 성형수술로 더 선명해진 눈에 이젠 색조 화장까지 한 듯 더 화사해졌다. 벌과 나비가 꽃 향을 맡고 날아오듯, 꽃 주변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일 오후 이렇게 여유 있는 사람이 많았나 할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몰려들었다. 꽃 길을 걷노라면 마스크를 써도 감출 수 없는 국화와 여러 꽃들의 향기에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너무 예뻐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면 보기 힘들어질까 걱정되는 광안리. 괜한 걱정도 아름다움에 곧 잊힐 만큼 꽃단장한 광안리는 따스한 햇살에 더불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시린 계절이 돌아오자 꽃단장 메이크업은 추위 세안으로 다시금 본래의 민낯을 되찾았지만, 온화한 미소는 여전히 머금은 채 따뜻한 겨울 바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도시이지만, 부산은 여름만이 즐길 수 있는 계절의 도시는 결코 아니다. 봄의 광안리는 만발한 흩날리는 분홍의 벚꽃 잎으로, 가을의 광안리는 국화의 꽃내음으로, 겨울에는북쪽에서 내려온 이방인이라면 패딩 코트가 아닌 모직코트로 갈아 탈 따스함의 여유를 안겨다주는 어느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서윗함과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