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부스러질 듯 아픈 날에도 출근해야만 했다.
위에서 아닌 것을 얘기하더라도 일단 "네"라고 답하는 거라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부당한 착취 앞에서 당장이라도 사표를 내던지고 싶지만, 그나마도 스쳐가는 월급통장을 보며 분노를 삭여야만 했다. 나는 이미 집과 차의 노예가 되어있었기에 그렇게 목줄이 매인채로 회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손과 발과 목이 묶인 채, 입에는 재갈이 채워진 채로 나는 하루하루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쇠사슬로 인해 나날이 으스러져 갈 것만 같은 손발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어내기 위해, 마취제 마냥 나의 오감을 교란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오감이 만족되는 순간, 나는 극심한 고통에서 잠시나마 헤어져 나올 수 있었다.
1. 후각
어느 허브 카페에 갔다 우연히 본 글귀,
꽃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다.
바람결에 은은히 묻어오는 그 향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표현이 무척이나 운치 있어 사진으로 담아왔다.
사실 여러 가지 써 본 방법 중, 나에게 가장 즉각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로마 테라피였다. 아로마향은 말초신경을 타고 빠르게 온몸에 전달되어 신기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나를 안정시켰다. 정서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신체의 안정에도 효과가 좋았다. 노예 생활의 계속되는 야근과 과로로 몸이 망가져 어느 때부턴가 코피가 수시로 나는 증상이 생겼다. 병원도 여러 차례 다녀보고 한약도 먹어보았지만 증상이 한동안 없어지질 않았다. 그런데 아로마 오일을 바른 뒤론 신기하게도 코피 나는 증상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 뒤론 약값과 병원비라 생각하고 다소 고가의 아로마 제품도 이것저것 사서 써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허브향을 좋아해 여러 허브 제품을 써보았으나, 최근 쓰고 있는 미국 제품은 먹을 수도 있어 안전하고, 향도 좋아서 오일뿐 아니라, 헤어, 치약, 바디, 식품, 화장품, 세제 등 모든 제품 라인을 사용하며 향기로운 친환경적 생활 중이다. 오일 중 개인적인 최애는 활용도 높으면서 향도 좋은 페퍼민트와 라벤더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오일은 코코넛 오일에 발라 마사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발바닥이나 등에 바르면 효과가 좋다. 아로마 전용 가습기로 향을 직접 즐기는 것은 기본이고, 식용 오일은 물에 타서 마시거나 자고 일어나 입안을 가글 하기도 하고 피부에 좋은 오일은 스킨에 한 방울 넣어 바르기도 한다. 여러 오일을 적절히 배합해 나만의 오일로 만들어 향수 대용으로 혹은 부위별 좋은 오일로 엄선해 나만의 치료제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만들어 먹어보진 않았지만 레몬 2방울, 라임 2방울, 스피아민트 2방울, (자몽 2방울), 탄산수 1: 사이다 1 비율로 모히또 음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그냥 간단하게 레몬, 오렌지, 만다린, 자몽, 라임 등 시트러스 계열의 오일을 물에 한 방울 타서 마시면 비타민처럼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요즈음과 같이 마스크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에 마스크 안쪽에 한 방울 좋아하는 향을 떨어뜨리면 반나절 동안은 기분 좋은 향과 함께 할 수 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아로마 오일의 활용팁]
페퍼민트: 따뜻하게 끓인 물에 한 방울 넣고 수증기에 눈을 깜박거리면서 훈증하면 눈과 코가 뻥 뚫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물이 어느 정도 식어 수증기가 사그라들어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되면 그 물을 마시면 페퍼민트 차가 된다. 샴푸에 한 방울 넣어 바르면 두피에 열을 내린다. 여름에 목이나 등 에 바르면 시원하고 열내림, 근육통에도 좋다. (파스 성분과 유사) 바른 부위가 시원해져 공부나 운전 시 집중하기 위해 바르기도 한다. 집에 상비약이 없을 때 물에 한 방울 넣어마시면 소화제나 지사제 역할도 하는 여러모로 쓸데 많은 오일이다.
라벤더: 불면증, 항염, 천연항생제, 피부 재생, 고혈압에 좋고 (저혈압이신 분은 로즈메리와 함께 사용), 화상이나 모기 물린 곳에 페퍼민트와 함께 사용해도 좋다고 한다. 손상 모발 회복 및 모발 성장 촉진하여 린스에 몇 방울 섞어 발라도 좋다. 특히, 흔히 알려진 대로 숙면에 좋아서 자기 전 꼭 발라주고 있다. 따뜻한 물에 한 방울 넣어 족욕해도 좋다.
레몬: 독소 제거 작용을 해서 물 한잔에 한 방울 넣어 마시면 디톡스로 좋다. 치약에 한 방울로 양치하거나, 스킨에 한 방울로 피부에 바르면 미백에도 좋다. 다만, 광감성 때문에 햇빛이 없는 밤에 바르는 것이 좋다. 설거지 물에 한 방울 떨어뜨리면 유리컵이 반짝해진다고 한다. 살균효과도 있어 섬유유연제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티트리: 강력한 살균, 항균 작용으로 비듬, 두피, 구내염, 뾰루지, 여드름에 효과적. 샴푸나 린스에 함께 넣어도 좋다. 스킨에 한 방울 넣어 희석해 피부에 바르거나 뾰루지나 트러블 난 부위에 그냥 발라줘도 된다. 무좀 등에는 발바닥에 발라도 좋다.
(식용으로 사용시 반드시 해당 오일제품이 식용인지 확인할 것! 식용의 경우 식품첨가물이란 식으로 표기되어 있음)
[식상하지 않은 나만의 추천 향]
네롤리: 비터오렌지 나무 꽃을 수증기 증류한 것으로 향수 대용으로 사용 가능. 건조 피부, 잔주름에 좋고, 근육통, 생리불순, 소화불량,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
베르가못: 과일 껍질이 매우 얇아 오일 체취량이 다른 시트러스 과일에 비해 소량이라는 귀한 오일. 숙면, 스트레스, 근육, 관절, 기침, 식욕부진, 지성피부에 좋고 향수로도 사용 가능. 얼그레이 차에 한 방울 넣으면 풍미를 돋워 준다고 하는데 한 가지 주의점은 스트러스 계열로 햇볕에 노출되면 광감성으로 피부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
로즈: 지구 상 에너지 파장이 가장 큰 오일. 호르몬 밸런스와 피부에 좋은 오일이지만 향수로도 손색없는 향을 지녔다. 5ml 한 병의 오일에 1만 송이 이상 장미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생산량이 극소량인지라 원액은 가격도 비쌈.
재스민: 향도 무척 좋지만 보습과 탄력에 좋은 오일. 결막염에 눈 주위 안경 그리듯 도포하면 도움이 되고, 배란, 생리통 완화와 불균형한 호르몬 균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매그놀리아: 목련꽃을 수증기 증류한 오일. 산만하거나 잠투정하는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하는데, 향수 대용으로도 손색없고, 리날룰 함량이 높아 불면, 스트레스, 근육통에 좋다.
레몬그라스: 상큼한 향. 항균 작용을 해서 빨래할 때 섬유유연제 대신 넣어줘도 된다. 손목터널 증후군, 콜레스테롤(식용 가능), 근육 경직, 방광, 시력향상, 림프, 염좌 등에 좋다고 한다.
스피아 민트: 치약과 껌의 익숙한 향이나 원액으로 만나면 상큼하기 그지없다. 천연 가글용으로 사용 가능.
그밖에 블렌딩 오일이라 특정 브랜드에만 있는 라인업이겠지만, 엘리베이션, 퓨리파이, 패스트 텐스 등의 오일의 향도 좋아라 한다.
잦은 물 주기와 화분갈이도 귀찮아하지 않는 부지런함을 지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살고 있다면, 허브 화분을 한번 키워 보는 것도 추천한다. 수시로 손끝으로 향기를 맡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로즈메리와 페퍼민트, 라벤더를 키워 생수 한 병에 담가 허브 물로 마셔도 좋고, 요리에 첨가해 혀끝으로 향을 느낄 수도 있다. 공간이 협소한 작은 원룸이라면 향이 쉽게 퍼지는 백리향, 히야신스, 수선화 등을 키워본다면 방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좋은 향기가 제일 처음 나를 반길 것이다. 비록 봄철 꽃이 피는 한 때이긴 하지만...
2. 시각
미술관은 본디 나 같은 사람과 맞지 않는 곳이란 섣부른 판단으로 가본 미술관은 수학여행이 전부였던 나. 처음 시작은 뉴욕에 6개월간 머물면서 틈틈이 무료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는 모마 미술관과 무료입장 가능한 친구를 따라 구겐하임 미술관에 부담 없는 첫 발을 내딛으면서였다. 그곳에는 중, 고등학교 미술책에서만 보던 고흐, 피카소, 샤갈, 모네, 앤디 워홀 등 유명화가의 걸작들이 거짓말처럼 사방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직접 대작을 영접해보니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본 교과서 속 사진은 그 오묘한 빛깔과 색감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발길과 시선이 한 걸음씩 앞으로 뒤로 그리고 옆으로 옮길 때마다 빛과 각도가 변하며 그림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준다. 외관 디자인부터 남다른 예쁜 미술관에서 걸음걸음 옮겨 가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마치 작품과 그 작품을 구경하는 관람객이 한데 어우러져 그 자체로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때부터였다. 미술관에 머무는 시간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렇게 아름다움으로 두 눈을 가득 채우다 보면, 나를 괴롭히던 스트레스는 뒷전으로 물러가버리고, 머릿속은 어느새 맑은 그림 색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미술에 딱히 관심이 없다면,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사진, 아름다운 미소, 좋아하는 연예인 등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으로 시각을 한번 자극해 보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 덕질도 힐링의 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3. 청각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당장 휴가를 낼 수 없을 때, 업무 중 태클이 들어왔을 때, 상사의 갈굼으로 열폭했을 때 등 응급상황에서의 긴급 처방이다. 혹시 긴 머리 소유자라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무선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고 (양쪽에 꽂으면 전화 소리나 다른 사람 말소리가 안 들릴 수 있으므로) 혹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회의실이나 화장실 구석에서 잠깐이라도 잔잔한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은 일탈이 가출한 멘탈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 다시금 업무에 복귀하도록 도와 줄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이런 작은 애씀이 필요하지만,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창문만 살포시 열어두면 매미, 귀뚜라미, 개구리, 계곡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자연스레 집안까지 들려온다. 그래서 집에서 있노라면 창문만 열어 두어도 그 자체로 힐링이다.
4. 미각
맛있는 음식 먹기.
어떤 미사여구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할까?
당 충전과 밥심은 직장인의 모토이자 기본템이다.
5. 촉각
영화 '사랑과 영혼'의 인상 깊었던 장면 탓이었을까. 연애에 대한 환상만큼이나 도자기 만들기를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마음속에서 커져가고 있었다. 영화처럼 커플로 도자기를 빚었다면 로맨틱했을 테지만, 나는 아쉬운 대로 마침 집 근처에 옛날 옹기터로 유명한 옹기박물관이 있어 주민에게 저렴하게 지원되는 도자기 수업을 나 홀로 신청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낭만적인 'Oh my love~' 배경음악이 깔리며 샘의 백허그와 함께 전동 물레로 도자기를 빚는 아름다우면서 로맨틱한 상상에만 젖어 있던 나는, 영화에서 스윗하고 잘생긴 '샘' 대신, 현실에서는 앙칼진 목소리를 뿜어내는 히스테릭한 여자 교수님 '쌤"과 맞닥뜨렸다. 그렇다. 현실은 영화와 많이 달랐다. 본인의 수업은 문화센터의 취미로 배우는 도자기 수업과는 차원이 다른 제대로 가르친다는 무한 자부심을 가진 실제 대학교 소속 교수시면서 작품 출전 및 제자 양성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쌤의 열정과 스파르타식 강의로 공방 수업은 수시로 들려오는 높은 옥타브를 발산하는 교수님의 긴장감 넘치는 발성에 맞춰 취미로 시작한 나의 취지가 무색하리만치 흡사 노동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두 시간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나면 팔과 어깨가 아팠다. 하지만 찰흙의 말랑 말랑하면서 부드러운 촉감에 집중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어설프지만 내 손으로 빚은 도자기를 구워 마침내 완성품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또 하나의 노동으로 느끼지 않도록 가볍게 원데이 클래스로 연인과 함께 듣는다면 더욱 좋을법한 촉감 자극 도자기 수업.
하지만 굳이 수업을 들으러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허그와 머리 쓰다듬기만으로도 지쳐있는 심신에 큰 위로가 되어준다.
부드러운 이불과 베개, 발을 올려놓을 만한 푹신한 쿠션까지 있다면 꿀잠 예약이다.
노예의 삶 가운데 고단함을 잊게 해 줄 오감 만족 프로젝트.
오늘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방법을 하나씩 발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