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아래의 기사를 보다가 20대 때가 생각나서 글을 하나 써본다.
http://www.ttimes.co.kr/index.html?no=2015100218377735891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사업 부도로 불가피하게 경제적 자립이 필요했던 나는 살 궁리를 하다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들을 찾아 돈을 벌기 시작했고,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성공을 하고 싶었던 나는 '빨리 실패하면 더 빨리 성공한다'라는 문장을 보고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창업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당시 중학교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이런 선택을 하겠다는 나를 염려했었고 위험한 길을 가겠다는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시도들도 참 많았었지만 당시 5-10살 많은 형/누나들의 인생을 보니 학력보다도 그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과 경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게 되면서 결정했던 선택을 번복하지 않았다.
2001년 고등학교 1학년 나이로 첫 창업을 했던 나는 당시 신문과 TV 방송 등 여러 미디어들에 노출될 기회가 있었고, 그로 인해서 미디어를 통해서 나를 접했노라며 찾아오는 동갑내기 혹은 또래의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게 찾아온 친구들이 모여서 연합단체를 만들어 교류하기도 했었는데 그 기회를 통해서 만난 친구 중에 하나가 지금의 온오프믹스 부사장인 이상규다.
고등학교 내내 외부적으로 봤을 때 창업활동과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됨으로 인해서 사회적 기준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고 하면, 내부적으로 봤을 땐 첫 번째 창업이 내부 분쟁으로 인해서 정리하기로 결정되고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던 두 번째 회사가 CEO와 몇몇 임원들의 모럴해저드로 인해서 먼지가 되는 바람에 고3 나이에 2천만원 가까이 빚이 생기게 되면서 20대의 시작은 사회적 기준으로 화려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당시 나의 선택은 '대학을 진학하느냐, 마느냐'를 넘어서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하느냐'라는 고민이 있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당시 나는 대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 재수를 하는 결정 대신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하면서 한국사이버대학을 진학하는 선택을 했고, 조기 졸업을 해서 다른 친구들을 앞서겠다는 호기로운 계획을 세웠지만 회사일로 보내는 시간과 수업을 따라가는 데만도 벅차서 해내지 못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자신의 멘토라며 내 인생을 보면서 따라왔다고 이야기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20대가 되면서 자신은 KH대에 진학을 했는데 나는 사이버대학을 진학했다는 이유로 나에게 참 많은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곤 했었다.
사회적 기준에 맞춰서 서울 내에 있는 대학에 다시 진학하지 않으면 평생 박봉으로 살게 될 거고, 그로 인해서 좋은 여자를 못 만나고 결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라면서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가져 버릴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런가 하면 고등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갔던 한 친구는 병역특례를 하면서 이전과 달리 부족해진 급여의 차이로 인해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궁리하던 내게
고등학교 때는 잘 나갔던 놈이 비슷한 또래의 P는 다시 창업해서 미디어고 방송이고 나오는데 아르바이트할 궁리나 하고 있느냐
라며 남자 인생에 가장 중요한 커리어 중에 하나인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내게 조롱을 퍼붓기도 하곤 했었다.
첫 번째 일은 10년 된 일이고 두 번째 일은 7년 된 일이다.
각각 7년과 10년이 지난 지금을 놓고 비교를 해 보면 '경력'이나 쌓아놓은 '레퍼런스'를 놓고 봤을 때 나는 그들이 주장하고 비교했던 대상들에 비해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현재를 갖게 되었다.
사람 인생 6개월 뒤를 모르고, 1년 뒤를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떻게 사는 게 옳다
라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믿기엔 본을 보이지 못하는 선배나 스승도 많고,
넌 안될 거야
라는 말에 발끈한 마음이 에너지가 되어 들은 이의 행동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제 페이스북에 우울한 글을 써 올린 한 후배가 있기에 메신저로 왜 그러냐고 물었다. 후배는
세상 모든 일이 나를 안되게끔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아픈 것을 시작으로 주변에 많은 것들이 너무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라고 답했다.
나는 그 후배에게
값진 시기가 왔다, 세상이 너를 크게 쓰려고 힘든 일을 주려고 하는가 보다, 힘든걸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그릇이다.
생각해보니 난 너의 지금같이 힘든시기를 일찍 겪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큰 기반이 되었던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힘든 시기에 주변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들인
1) 내가 겪어온 삶이 어떻기에 너도 이 길을 따라야 한다
2) 바보야 왜 그런 감상에 빠져 있어 시간 낭비야 얼른 무엇이든 노력해야지
3) 너 그렇게 살면 안돼
따위의 이야기들은 후배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또 내가 선배로서 계속 후배를 케어 하지 않는 이상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후배 스스로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만 전달했다.
가끔 강의나 멘토링을 할 기회가 생겨서 10-20대의 후배들을 만나게 되면 대부분 주관적 사고를 하기 보다는 나에게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85년생인 내가 10-20대 일 때도 비율만 다를 뿐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꼰대같이 '요즘 젊은 애들이란'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그건 자신이 살던 시절을 왜곡하고 포장하는 이야기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주관을 갖지 못한 친구들은 '부모'나 '선생님'이나 또래에 멋져 보이는 '선배'의 말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의 조언이 100% 올지 않았고, 충분한 조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너무 늦어버린 시계를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주관을 갖고, 주관적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상황들은 온전히 소화해내는 일을 반복하라고
그 이유는
그것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주변인들의 말에 휘둘려 오랜 시간을 돌아온 뒤 어느 날 문득 내 인생을 다시 찾겠노라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주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