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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준철 Oct 26. 2015

멘토는 조언자일 뿐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멘토링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사업을 2-30년 넘게 한 수많은 선배님들이 계신데 아직 15년 차 밖에 안된 31살 대표가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겸손하지 못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불편한 주제를 다뤄본다. 


지금까지 사업을 했던 횟수가 많고, 기간이 길고, 실패 경험이 있으며, 하고 있는 사업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멘토'가 되어달라거나 '심사위원'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만약 이러한 활동이 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이 없으면 거절을 하는 것이 맞으나 아래의 이유로 특별히 기준에 맞지 않는 한 거절하지 않는다. 


    - 요청을 하는 곳이 대부분 온오프믹스의 잠재고객 이거나, 고객인 경우가 많아서 대고객 서비스가 된다.

    - 지방의 경우에는 온오프믹스에 대한 인지도가 수도권에 비해서 부족한데, 이와 같은 행사의 멘토/연사/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 그들에게 조금 더 호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

    - 멘토링, 심사 과정에서 후배들이 준비해 온 자료를 보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고 배우게 된다. 

    - 멘토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내가 더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얼마 전 참여했던 한 프로그램의 멘토링 시간에 본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BM에 대해서 직접 고객을 대면해서 검증받고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던  팀으로부터 받은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오늘도 가야 하는구나..’ , ‘그냥 오늘 가지 말까?’ , ‘하루 쉰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좀 쉬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루에 정말 수 십 번도 더 하는 때도 많습니다. 어떤 날은 그냥 이유 없이 가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거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이겠죠. 언제쯤 얼굴에 철판이 깔려서 이게 극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찾아다니다 보면 무뎌지고 그냥  자연스러워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매일매일 보고서를 쓰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그날 소득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계속해 나가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지난 3-4년 동안 창업진흥원, 콘텐츠진흥원, TIDE institute, 콜즈다이나믹스 등 여러 기관에서 멘토로  초대받아서 많은 멘티들을 만났고, 따로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찾아와서 관계를 맺었던 멘티들이 있었다. 


어느덧 3-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각 멘티들이 해온 일들에 대한 성과와 실패들이 적립되었는데 성과를 낸 친구들이 성과에 대해서 돌리는 태도나, 실패를 한 친구들이 실패에 대해서 돌리는 태도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멘토 덕분에' 또는 '멘토  덕분에'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나도 프라이머 1호 투자기업으로서 프라이머 외에도 많은 멘토들을 모시고 조언을 얻고, 도움을 얻으며 성장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멘티이자, 누군가의 멘토로서 멘토링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멘토는 조언자일 뿐 무언가를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조언의 경우에는 당장에는 맞는  이야기처럼 들렸으나 1년 반 뒤 그 조언의 기준이 되었던 회사가 사라지게 된 경우가 있었고, 어떤 조언의 경우에는 우리 팀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3년 전을 생각해 보면 나는 심사위원으로 악평이 나 있었다. "까칠하다, 싸가지 없다,  건방지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 그런 소리를 듣게 되었던 것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내가 존경하던 멘토께서 "만약 심사위원이나 심사역이 네 이야기를 듣고 아무 비평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도 내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다"라고 하셨던 이야기를 갖고 '어려운 자리에서 내가 주어진 역할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책임감과 나의 어리숙함이 합쳐져서 너무 상대에게 '자극적인 독설'로 피드백을 했던 것이 이유였다. 


앞 이야기는 나와 우리 팀에게 실수했었던 멘토에 대한 이야기고, 뒤 이야기는 멘티들에게 실수했었던 나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멘토들도, 나도   '멘토'라는 이름과  '멘토링'이라는 행위에 대한 기초적인 철학이 없었고, 고민이 없었으며, 경험이 없었던 것이 이유였지 모두 자기의 부족한 시간을 내서 도우려고 했던 것은 분명하다. 


때때로 실수하는 멘토분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았기에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나였고, 그렇게 실수를 많이 하는 나 였지만 이런 나에게도 배우는 것이 있어서 내가 자신들의 성장과 성공에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멘티들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멘토링의 본질은 힘들고 어려운 것에 대해서 다른 관점이나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존재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고 

멘토링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창업자의 그릇이다.


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피나는 운동과 피나는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인가'와 '얼마나 식단을 잘 지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트레이너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트레이너가 없는 시간에 얼마나 운동하느냐와, 트레이너가 없는 시간에 주어진 식단 외에 아무것도 안 먹을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다이어트를 하는 그 자신이고 이 시간의 행동이 다이어트 성과의 전체를 좌우한다 


이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 CEO 라면 '성공'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하고 


가짜멘토, 좀비멘토, 식물멘토 이런 이야기에 현혹돼서 모든 멘토들을 바보로 여기지도 말아야 할 것이고,

스타 멘토, 슈퍼 멘토, 전문 멘토 이런 이야기에 현혹돼서 멘토에게 내 사업의 모든 것을 기대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CEO는 결국 이래도 저래도 내 잘못이다. 

누군가를 믿는 것도, 누군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도 다 스스로 한 선택이고

그 선택의 공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이걸 아는데 까지 나는 14년의 세월이 걸렸었다.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2015/10/26 오후 10시 14분 


페이스북의 어떤 분이 아래와 같이 덧글을 남겼길래 제 글이 부족해서 오해를 산건가 싶어서 업데이트 드립니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멘토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조언도 함부로 하는거 아니고요. 누군가는 그 말을 믿고 따를 수 있거든요.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이분 생각에 동일 합니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고, 멘토링에도 마찬가지로 책임이 따릅니다. 조언 역시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근데 '누구의 말을 믿고 따를거냐'는 멘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입니다. 


멘토링을 받으면서 그 사람의 이력이나 레퍼런스 조차도 체크하지 않는 예비창업자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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