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사업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선배들이 그랬고, 어느 순간 부터는 후배들이 나에게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업하느라 힘들다, CEO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결국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CEO 들 밖에 없더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여자 마음 남자가 모르듯이 CEO 마음 사원들이 모르는거 당연하고, 제 아무리 사원 출신 CEO라 하더라도 사원 마음 모르는게 CEO 인데 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가 싶어서 생각해 보면 'CEO'라는 직함으로 인해서 아무리 가벼워지려고 해도 쉬이 가벼워지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달인가 존경하는 상장사 대표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한국사회는 어떻게 된게 힘들다고 이야기 하면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이런 말을 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나 빼고 나와 같은 분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힘든걸 알아버리는 사회다.
그래서야 어디 젊은 창업자들이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차가운 머리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 그럴땐 선배 창업가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함께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중에 '심야식당' 이라고 있는데 심야식당이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심야에 조용히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주인장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고민을 일방적으로나마 쏟아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CEO만을 위한 술집을 여는 것이다.
찾아온 CEO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만약에 갖고 있는 경험 안에서 조언이나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주고, CEO가 하는 고민이 자금적인 문제라면 관계하고 있는 엔젤투자자들이나 VC 심사역들을 초대해서 술집에서 가벼운 마음에 IR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그런 술집.
때때로 술 한잔 사먹을 돈 없을 정도로 힘든 CEO가 찾아오면 그 사람의 신용과 명예만으로 술과 음식을 내어주고 훗날 그가 재기에 성공하면 그가 주고 싶은 만큼으로 돌려받는 그런 술집 말이다.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니까 누군가가 이런 술집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하면 훗날 나라도 만들어야겠다.
내 후배 창업가들은 그래도 힘들때 기대고 비빌 언덕 하나는 만들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