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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순례자에게

김초엽 작가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읽고

by 인생여행자 정연
언젠가 한 번은 '통과의례'

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김초엽 작가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읽고 나니 조금 더 내 생각이 무르익었을 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 밖의 '마을'에 살고 있는 데이지와 소피는 아직 성년이 되지 못했다. 이 곳에서 아직 미성년이라는 건, 이동선을 타고 시초지(지구)로의 순례길을 아직 다녀오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박웅현 작가가 얘기했던 '도끼 같은 문장'을 만나 듯, 데이지는 순례길을 다녀온 울고 있던 한 남자와의 만남 이후 일상의 균열을 경험한다.

그녀의 총명한 친구 오스카가 "선생님,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역사가 없나요?"라고 질문하기 전까지는 '마을'의 '역사'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를 인식했던 것처럼.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이 의문에 사로잡혀 데이지는 그 답을 찾고자 노력한다. 적극적으로 '궁구'를 실행에 옮긴다.


데이지의 이 편지글을 읽다 보면 그녀의 생각을, 작가 김초엽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답'을 찾아보기보다 나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를 내놓아야겠다,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 마음을 담아 데이지에게 띄우는 편지 몇 글자를 적어본다.



데이지, 반가워. 난 저스틴이라고 해.

네가 소피에게 쓴 편지를 전해받아 읽어보았어.


'내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너의 고민을 편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단다.


나 역시 그런 질문을 꽤 오래 해왔어서 네 고민에 깊이 공감했어.

한 편으론, 부조리한, 부정의한 사회의 시스템, 권력 구조를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분노하고 좌절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할 때, '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의 답도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할 수 있었어.


머얼리 있는 유토피아 같은 '마을'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이 지구'에서 나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단다.


" 타자를 사랑하기 위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


이 질문을 되뇌는 밤이다.


만나서 반가웠어.

그럼 언젠가 지구에서 만나자.

그날을 고대하며,

저스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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