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삶의 자유
나는 지금 병실에 누워있다..
며칠 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뒤에서 받히는 사고가 나 입원을 하게 되었다.
n잡러가 된지 세 달째다.
만약, 내가 계속 회사를 다니고 다니고 있었다면.. 온전히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을 할 수 있었을까?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주변 병원에 급하게 가서 진료를 받고 부리나케 복귀해서 일을 하거나,
업무가 급하지 않으면 반차를 쓰고 조금은 여유롭게 근무지 복귀를 했을 것이고(반차인데 복귀.. 왜?)
무척 바쁜 시기라면.. 점심을 포기하고 진료를 받았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치거나 집안에 급한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회사일부터 걱정한다.
우리는 '정당'하게 부여받은 연차를 사용하기 위해 '눈치'를 봐야한다.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부여받은 연차를 씀에 있어서도,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쓰는 것도 눈치, 승인을 받는 것도 눈치, 쓰고 나서도 눈치..
연차는 내가 받아야 할 일급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으로 치환한 것이기에 연차를 쓴 기간(시간)에는 업무를 볼 이유도 나의 볼일을 보고 복귀를 할 이유도 없는데, 왜들 그리 눈치를 주는지
아이러니한 것은
직급이 낮을 땐 이러한 불합리가 이해가 안 되지만, 승진을 거듭함에 따라 당연한 것이 된다는 점이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다.. 내가 젊을 때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보상심리인 것인지, 이제는 익숙해져서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어떤 이유든 틀린 것이 옳은 세상임은 분명하다.
어릴 떄부터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와 마음의 평안이 내게는 제일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였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보장해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생각했다.
혹자는 이러한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은 프랑스에 가서 사는 것 밖에 없다고 했지만, 나는 불어를 못한다. =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연구를 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외향적이고 활발한 나에게 책상 앞에 앉아 하루 종일 연구를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힌 점은 나의 연구 분야가 실무적인 접근과 기업의 적용이 중요했다는 점이다. 밖으로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었으므로. (필자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조직에게 필요한 전략적 접근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일들을 연구하고 있다.)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공이라 그런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소위 Gig Economy라는 건가?
기업 혹은 정부조직은 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사용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다. 나는 이러한 여러 프로젝트와 교육 등을 내가 원하는 일정과 속도로 조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삶은 여러 일들을 수행하기에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크다. 일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시기에는 24/7 일만해서 일만하다가 계절이 지나기도 하며, 여러 종류의 산업과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뇌에 걸리는 과부하도 상당하다. 주중 9 to 6를 잘 지키면 주말이 보장되는 직장인과는 다르게 나의 주말은 일과 휴식이 7:3을 구성할 때가 많다. 즉, 나에게 주말은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나의 삶.
경제적 자유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나의 시간, 정신, 열정, 사람들..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일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료들이 온다고 한다... 하..;;
('병문안'이라 쓰고 '회의'라고 읽어야하나..?)
이분들께선 오늘 카톡방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전달해줬다..
덕분에 의료인은 아닌데 병원 안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결국, Gig도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없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