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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옥 Nov 07. 2018

같이 걷자, 바람이 부는  산티아고로

프롤로그

“카미노 여행을 다녀오고 며칠 뒤, 몇몇 유럽 친구들이 이 여행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서히 기력이 회복되고 맛이 갔던 양다리도 차츰차츰 정상화 되어갈 때쯤 해서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수도) 시내의 한 맥줏집을 구두로 예약했다. 카미노 순례길은 유럽인들도 한 번쯤은 걷고 싶어 하는 길이다. 가까운 친구들 약 20명 정도 모였을까? 친구들에게 이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고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을 같이 감상하며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추억에 젖은 나는 기분이 좋아서 이날 1차 맥주를 쏜다. 유럽 맥주… 참 맛있다!"


 딱 10년 전 여름날, 난 티베트 히말라야 산맥을 걷고 있었다. 고산병으로 머리 빠개지는 두통을 지닌 채 걷기도 하였고, 산 비를 맞으며 중국 친구들과 수다 떨며 흙탕길을 저벅저벅 걷기도 했다. 석양빛에 비친 호숫가와 산의 풍경에 놀라, 소리 지르며 차에서 뛰쳐나와 저 멀리 방향 없이 마구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 궁을 향해서 집 문으로부터 시작해서, 발꿈치, 무릎 다 까지며, 삼보일배 하며 수백 수천 킬로를 걷는 달라이 불교 신자들의 종교적 힘에 감탄을 받아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던 게 딱 10년 전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 여름, 난 산티아고를 향해서 흙 묻은 두 발로 또 저벅저벅 걷고 있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이하 ‘카미노’로 통칭)을 알게 된 건 『더 웨이(The way)』라는 마틴 쉰의 영화로부터이다. 카미노 여행 중 하늘나라로 간 아들을 대신해, 아버지인 마틴 쉰이 이 순례길을 걸으며 일어나는 일화를 제재로 만든 영화이다. 난 그 당시에 이 영화를 보다 말았다. 어느 장면에서인가 너무 슬퍼서 화면을 돌렸다. 언젠가는 한 번쯤 가고 싶은 여행으로 기억하였고, 카미노는 기억 한편 구석에서 잠들어 있었다. 카미노에 대해 주변 분들과 이야기하면 대부분 인생에 한 번이라도 꼭 걷고 싶다고 한다. 기독교 신자면 한평생 바람일 테고, 비종교인들도 이 길이 배움의 길이고, 깨달음의 길로 인식되어 신성한 발자취를 경험하고자 한다. 참 많은 사람이 걷길 바라지만, 실제 통계 수치로는 1년에 20만 명 정도가 걷는다고 한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지만, 60억 인구 중에 분명히 자신의 바람을 현실화시키는 사람이 많지 않나 보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 난이도가 ‘상상(上上)’이리라는 건 이미 느끼고 긴장하고 있었다.


 6월 초 한 영국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었다. 거기서 만난 안드레아 친구, 언어의 달인이라 아마도 6개 국어는 할 줄 아는 친구로 기억하는데, 이 친구는 여름에 카미노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시작 날짜는 7월 언제쯤이고, 1달 정도 잡고 있다고 한다. 음, 나도 가고 싶어 했던 여행이었는데…. 이날부터 내 마음 한편에는 다시금 카미노 여행이 꿈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데, 조만간 갈 수 있을까?


 7월 7일 목요일, 언제 또 지금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겠냐고, 후회 없이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지름신을 호출했다. 나의 본래 2주 휴가 계획을 무기한의 카미노 여행으로 마음을 돌렸고, 7월 8일 금요일 밤에 난 항공권을 구매했다. 다음 날, 어설프게 소유하고 있던 품목들에다 다른 여행 품목을 급히 사고, 카미노 경로 및 일정을 스터디했다. 가족들에게도 알렸다. 응원의 메시지를 부모님, 누님, 동생들이 보내주었다. 7월 10일 오후에 친구들과 여행 전, 마지막 하얗게 태우는 격정적인 배드민턴 게임을 하고, 짐 싸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잠이 안 왔다. 설레서 그런가?


*목차

 프롤로그


 Day 0.  브라티슬라바(Bratislava) -> 마드리드(Madrid) -> 팜플로나(Pamplona) -> 생 장 피에드 데 포트(Saint Jean Pied de Port)

 Day 1. 생 장 피에드 데 포트(Saint Jean Pied de Port) ->론세스발레스(Roncesvalles)

 Day 2. 론세스발레스(Roncesvalles) -> 주비리(Zubiri)

 Day 3. 주비리(Zubiri) -> 팜플로나(Pamplona)

 Day 4. 팜플로나(Pamplona) ->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Day 5.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텔라(Estella)

 Day 6. 에스텔라(Estella) ->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Day 7.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 로그로뇨(Logrono)

 Day 8. 로그로뇨(Logrono) -> 나헤라(Najera)

 Day 9. 나헤라(Najera)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Day 10.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벨로라도(Belorado)

 Day 11. 벨로라도(Belorado) -> 아헤스(Ages)

 Day 12. 아헤스(Ages) -> 부르고스(Burgos)

 Day 13. 부르고스(Burgos) -> 혼타나스(Hontanas)

 Day 14. 혼타나스(Hontanas) -> 보아디야 델 카미노(Boadilla del Camino)

 Day 15. 보아디야 델 카미노(Boadilla del Camino)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on de los Condes)

 Day 16.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on de los Condes)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Day 17.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Day 18.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

 Day 19.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 -> 레온(Leon)

 Day 20. 레온(Leon) -> 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

 Day 21. 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 -> 아스토르가(Astorga)

 Day 22. 아스트로가(Astorga) -> 폰세바돈(Foncebadon)

 Day 23. 폰세바돈(Foncebadon) -> 폰페라다(Ponferrada)

 Day 24. 폰페라다(Ponferrada)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Day 25. 빌라프랑카 델 비에르조(Villafranca del Bierzo) ->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Day 26.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Day 27.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사리아(Sarria)

 Day 28. 사리아(Sarria) -> 곤자르(Gonzar)

 Day 29. 곤자르(Gonzar)-> 멜리데(Melide)

 Day 30. 멜리데(Melide) -> 오 페드로조(O Pedrouzo)

 Day 31. 오 페드로조(O Pedrouzo)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에필로그


<연재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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