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 여자를 호리다!
CAPTIVATING THE WORLD! (세상을 미혹하다!)
오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받았다. 며칠 후면, BTS가 광화문 광장에서 "역사적인" 컴백 공연을 가진다. K-팝, K-영화, K-드라마가 세상을 미혹하고 있다. "하나의 유령이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K-제국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문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K-제국주의의 최고 수혜자는 단연 한국 남자다. 단군이래 지금처럼 한국 남자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세상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본 적이 없다. K-남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1등 연애 파트너, " "1등 신랑감"으로 등극했다.
K-드라마 속의 남자 주인공이 세상 여자들을 호리고 있다. 눈에 콩깍지를 씌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눈에 뵈는 게 없게 만들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박보검은 아내와 딸자식을 위해 끝 모를 헌신을 한다. "웰컴투 삼달리"의 지창욱은 여친을 위해 순애보를 바친다. "언더커버 미스홍"의 고경표는 "츤데레"로 무장해 전여친을 보호한다. "세작"의 조정석은 남장 친구와 끝까지 간다. 15년 전 "건축학개론"에서 모쏠 친구에게 키스 강의로 촐싹대던 조정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니 K-남자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남자의 대표주자는 이론의 여지없이 BTS다. 잘 생긴 건 덤이고, 이들의 노래에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다. 희망과 용기, 그리고 자기애다. 욕설과 성으로 도배되고, 부와 마약, 총기를 과시하는 흑인 랩과 차원이 다른 BTS의 노래에 열광하는 것이다. 흑인 래퍼에 질려하는 미국 흑인도 있다. 이들은 흑인 랩이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고, 마약과 범죄를 미화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역사를 보면, 못난 K-남자도 있다. "세작"의 유현보 (양경원 분)로 대표되는 조선의 사대부 남자들이다. "환향녀"를 박대하는 못난 사내들이다. 극 중 양현보와 기녀 '홍장'은 친남매 사이다. 홍장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다. 오빠가 동생을 학대하는 원초적인 이유가 "환향녀"다. 못난 임금, 못난 아비, 못난 남편, 못난 오빠 (뭉뚱그려, 못난 K-남자)를 만나 붙잡혀 간 것도 모자라 ‘화냥년’ 소리를 들으며 버림받는 수모를 겪었다. 환향녀의 유일한 죄는 "살아서 고향에 돌아온 죄"다. "연인"의 유길채 (안은진 분)도 환향녀다. 이장현 (남궁민 분)은 유길채를 안아주는, 조선 사대부중에서는 보기 드문 "잘난" K-남자다.
미국 타임즈가 2025년의 최고로 뽑은 K-드라마가 "폭싹 속았수다"이다. 극 중 유일한 빌런은 "확! 씨!" 아저씨 다. 빌런인데도 밉지가 않다. 빌런인데도 밉지가 않은 게 K-드라마 속의 K-남자다. 제주도에는 3대 성 (고 씨, 양 씨, 부 씨)이 있다. 짠하기까지 한 이 아저씨 (부상길 역) 덕분에 "하 씨"가 4대 성으로 등극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K-남자를 평균적으로 "잘난 사내"로 볼 수 있을까? 구한말 어느 스웨덴 기자는 "조선 남자 잘 생겼다!"라고 증언한다.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있을 정도로 키가 컸다. 또한 신체가 잘 발달되었고 균형이 잡혔다. 태도는 자연스럽고 여유가 있었다. 똑바로 추켜올린 얼굴은 거침없고 당당했다. 걸음걸이는 힘차 보였으며 의식적으로 점잔을 빼는 것 같았다. 비굴하게 벌벌 기고 과장되게 예의를 차리는 일본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몸놀림과 태도였다.”
내가 생각하는 K-남자의 평균 얼굴은 천만관객 배우 유해진이다. 유해진은 별명이 많다. "국사책을 찢고 나온 농민 출신 의병" "뱀파이어" "늙지 않는 배우"... 어쩜 35년 전이나 35분 전이나 얼굴이 똑같다. 이미 늙은 얼굴이 35년 간 더 늙지 않아서다. 글래머 배우 김혜수와 결혼까지 할뻔한 유해진이다. 매력이 충분한 K-남자다.
요즘 "왕과 사는 남자"라는 K-영화가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미 1,300만을 넘겼다. 기묘하게도 '왕'과 '남자'가 들어간 제목의 영화는 천만을 넘긴다.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유배온 단종 (박지훈 분)의 감시자 (warden) 역할을 하는 유해진 (엄흥도 역)은 평균치 K-남자다. 박지훈은 K-영화의 환상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K-남자다. 단종 역을 소화하기 위해 15 kg나 빼 몰골이 송연하지만, 여전히 잘 생겼다고 난리도 아니다. 처연한 눈빛이 오히려 매력적이란다.
"왕사남" 최고의 반전은 한명회 역을 맡은 유지태 (키 188cm)다. 빌런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싶다. K-영화, K-드라마 속의 빌런도 K-남자로서 매력을 뿜어낸다. 기존의 한명회 역은 정진, 이덕화, 김의성이 독보적이었다. 장항준 감독은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훤했다"는 역사 기록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명회 신도비 기록)에 따라 확 바꿨다. 기록에 의거해 "얼굴이 준수하고 체격이 크며, 바라보면 우뚝하여 위엄이 있는" 한명회를 재탄생시켰다. 기존의 왜소하고, 구부정한 몸과 비열한 얼굴 이미지를 환골탈태시켰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처럼 실없이 웃기기만 했던 그 장항준이 아니다. 장항준도 유해진처럼 평균치 얼굴의 K-남자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김은희가 아내로서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장항준의 K-남자로서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K-남자가 요즘처럼 세상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것은 K-팝, K-드라마, K-영화의 몫이 크다. 그러나 현실로도 한국 남자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눈 높은 한국 여자한테서 강철 같은 단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국 남자들의 자상함과 배려가 나라 밖의 여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특히 일본 여자들은 한국 남자와의 결혼을 선망한다.
우리는 지금 한국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 여자들을 호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세상 여자들이 "K-제국주의"라는 유령에 홀리고 있는 현실이 싫지는 않다. 어쨌든 "K-남자 전성시대"를 단군이래 처음으로 누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