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예전에 그렇게 많던 브랜드숍(한 개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 놓고 판매하는 중저가 로드숍) 매장들이 최근에 많이 사라졌다. 과거에 화장품은 백화점이나 종합 판매점을 찾아가거나 방문판매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3300원의 신화 "미샤(MISSHA)"의 등장으로 브랜드숍의 시대가 시작되는데 미샤의 인기와 더불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네이처리퍼블릭까지 시장에 가세하였다. 이전까지는 화장품의 종류가 많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도 적어서 불편했던 소비자들이 1만 원대 전후의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마음껏 발라보고 피부 타입별로 카운슬링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브랜드숍에 대거 몰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탄력을 받은 브랜드숍은 전국 로드숍 상권과 지하철역,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웬만한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며 크게 성장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중저가 브랜드숍 미샤(MISSHA)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의 지각변동은 시작되었다
브랜드숍은 2013년까지 연평균 20~3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3조 원 시장에도 진입하였으나, 매출이 점차 둔화되자 자구책으로 서로 앞다투어 멤버십데이 세일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매월 멤버십데이 세일 기간이 끝난 후에는 1+1, 일부 품목 한정 세일 등을 실시하여 결국 연중 세일이 없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려 업계에서는 브랜드숍의 성장기 시절 외쳤던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품질”이라는 신뢰도는 이미 추락한 지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H&B 스토어(원 브랜드가 아닌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브랜드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올리브영과 같은 매장)가 무서운 속도로 점포를 확장하면서 브랜드숍 고객은 계속 이탈되었고, 굳이 매장까지 일부러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패턴의 변화로 브랜드숍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말부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되면서 그나마 중국에 의존하던 브랜드숍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요즘 대세인 H&B 편집숍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Millennials generation)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브랜드보다는 제품력”을 화장품 구매 시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온라인 채널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정보 공유의 장으로서 발전하고 있으며, 기초 제품은 단순하게, 색조 제품은 다양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에서 소위 잘 나가는 뷰티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뷰티 블로거의 화장법을 배우거나 그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공유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꽤 늘어났다.
이들은 “우리”보다는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쇼핑의 70%를 온라인으로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온라인 매출 중에서 모바일(35.6%) 이용률이 PC(29.6%) 이용률을 앞질렀다고도 한다. 스마트폰은 화장품 매장에서도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 후기를 확인하는 등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과거의 브랜드숍은 신제품이 출시되면 유명 배우를 모델로 내세우고 TV나 신문, 잡지 등의 지면 광고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부티 블로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광고 채널이 빠르게 유튜브나 SNS 채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각 사의 브랜드숍은 여러 방면에서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에 맞는 마케팅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막무가내 식 세일 행사와 같은 단순한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객은 더 이상 기다려 줄 수가 없다. 점점 브랜드숍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데, 언제까지고 중국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브랜드숍은 각자의 특징에 맞는 포지션으로 화장품 상권을 형성하고 함께 이끌며 성장하여 왔지만, 이제는 브랜드숍 모두가 이전과 같은 자리를 지킬 수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브랜드숍 중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없어져야 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