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 리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부제는 ‘대형 로펌 생존기’다.
생존기는 한바다 로펌에서 정명석 변호사 팀이 된 영우를 비롯 최수현과 권민우 변호사가 다룬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각 사건은 신입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 변호사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졌고, 이들이 갈등하며 고민하는 과정 속에 어떤 변호사가 될지, 어느 선택을 하며 누구의 곁에 있을지,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는지 고민한다. 인물들의 고민 중에서 우리는 당연히 영우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건 그녀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지만, 장애가 있는 경우 대학교 진학 및 취직률이 높지 않은 현실이, 어떤 이들에겐 꿈같을 수밖에 없는 영우의 대형 로펌 생활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영우는 한바다 로펌에서의 생활을 흰고래 무리들 사이에 있는 외뿔 고래에 비유해 설명했다. 무리와 다른 외형의 외뿔 고래는 그들로부터 미움도 받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드라마 마지막 회 엔딩에 보여주는 영우가 회전문을 통과하는 장면이 이를 대표적으로 설명한다. 사실 이 장면은 1화에서 영우가 한바다로 첫 출근하던 장면과 같은 상황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영우에게 빠르게 회전하는 문 사이로 타이밍에 맞춰 신속하게 들어가는 것도, 그런 다음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나와야 하는 회전문은 일반 문에 비해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장치였다. 회전문이 싫다는 이야기를 길고 논리적으로 하던 영우에게 준호는 쿵짝짝, 쿵짝짝 왈츠 스텝을 알려준다. 순수한 준호의 배려와 친절로 한바다에서의 첫 시작이 이뤄진다. 그리고 준호와 함께 회전문을 통과해본 영우는 주로 일반 문을 이용해 출퇴근을 했지만, 잊지 않고 때마다 회전문에 도전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마음먹는다고 해서 세상 모든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회전문을 잡아주는 준호나 수연의 도움으로 회전문을 통과하기도 했지만, 실패해서 일반 문으로 나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래도 영우는 좌절하더라도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었다. 영우에겐 한바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지지 않았던 게 아니다. 혼자 좌절할 기회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회전문에 도전했을 테다. 한번 성공한 경험도 그녀를 이끄는 회전문으로 이끄는 힘이 되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바다에서 일하면서 영우는 거짓말하는 의뢰인을 만나기도 하고, 장애로 차별하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만났지만 그녀의 곁에서 온기를 나눠주고, 물결의 방향을 바꿔주며 때론 거센 파도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주는 좋은 흰고래 친구들도 생겼다. 좌절하는 용기를 얻으며 부딪힌 수많은 파도들에 영우는 부서지며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가길 반복하며 단단해져 갔다. 변호사로 겪는 딜레마는 어려웠지만, 좋은 변호사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덕분에 ‘보통’의 변화가 아닌, 변호사 우영우로서의 정체성에 닿기도 한다(이 또한 1화의 정명석 대사와 맞닿아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아버지께 밥도 사드리며 어른이 되어가며, 이제는 이빨을 부딪히지 않고 키스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재계약을 이뤄 정규직이 된 출근 첫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회전문을 통과한 모습은 영우가 얼마나 수고해서 이뤄낸 성장인지 충분히 와닿았으며 보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그녀의 사전에서 잊고 지냈던, 단지 단어에 불과하던 “뿌듯함”은 이제 살아 움직인다. 이전엔 몰랐던 감정들이 날마다 새로이 나타난다. 깊은 절망도, 어찌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도, 나로 가득한 세계에 살면서 이준호라는 사람이 느낄 외로움을 걱정하던 그 마음도, 영우가 한바다에 취직을 하면서 경험하고 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한다.
외뿔 고래는 미운 오리 새끼가 실은 백조였던 것처럼,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영우도 비로소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하며 자신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외뿔 고래들에게 바다를 함께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갈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된다. 아니, 어쩌면 이 기회는 흰고래가 외뿔 고래와 함께 하는 법을 익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의 기회도 빼앗아서는 안될 일이다. 영우의 성장이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고, 함께한 이들에게 확장된 것처럼, 흰고래에게도 이 기회는 매우 중요한 일일 테니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렇게 영우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대형 로펌의 생존기를 보여주며 시즌1이 끝났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드라마로 우리는 장애가 있으신 분들에 대해 배우며 이해하는 노력을 시작했고, 여러 입장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를 본다.
드라마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조마조마하게 했던 영우 출생의 비밀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깊은 바다가 고래의 비밀을 감춰주었다. 나는 이러한 엔딩 속에 또 한 번 바다가 고래를 지켜주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기회를 주는 것과 더불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루는 바다가 되는 일에 대해, 비록 드라마 속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2024년에 제작, 방영될 우영우 시즌2에는 실제로 변화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판타지란 수식어를 기분 좋게 떼어낼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