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데 꿈은 꼭 필요할까

<우리 사랑했을까> JTBC

by 양보

면접관이 애정(송지효 분)에게 사무보조나 경리 업무라면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영화사에 지원했는지 물었다. 애정은 한 때 프로듀서를 꿈꾸던 영화학도였다. 갑작스럽게 아이를 갖게 되면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해 그 꿈을 이루기 힘들어졌지만 일이라도 영화사에서 하고 싶었다.


애정의 대답에서 '꿈'이란 단어가 나오자 면접관은 그렇게 꿈이 중요하냐고 묻는다. 그 질문 나도 참 많이 들었다.


유치원만 들어가도 매해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사생 대회나 글짓기 시간 단골 주제도 커서 되고 싶은 모습, 장래희망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으며,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은 거라 가르쳤지만 어느 순간부터 꿈에 대해 말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한다. 아니면 팔자 좋은 사람 취급을 하던가.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던 질문이 어느 과, 어떤 대학을 지원하는지로 바뀌는 중고등학생 시절을 지나면서, 무언가를 이룬다는 건 희망차게 그려 내는 미래가 아닌 성취 가능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꿈을 꾸는 일은 허상을 잡는 일로 여겨지고, 현실성 없는 사치스러운 행동이라는 인식이 생긴 게 아닐까.


요즘 내가 꾸는 꿈은 캘리그라피로 조금 더 다양한 기회와 사람을 만나는 삶. 그리고 어제보다 성장한 어른이 되어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럼 이런 건 꿈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대통령, 과학자처럼 직업으로 귀결되는 게 꿈이라고 배워 왔으니까. 하지만 본디 꿈이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그리는 꿈도 당연히 꿈이다.


영화 프로듀서를 꿈꾸던 애정은 영화사 경리가 된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순응해 살아야 하니 그녀는 불행할까?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노애정으로서의 삶과 프로듀서라는 꿈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 모두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꿈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품은 지 7년 만에 영화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물론 드라마다 보니 극적으로 찾아온 기회이며 그녀에게 온 기회는 정상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현실은 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기회가 오지도 않는다. 내가 주목한 건 '기회'가 아니라 애정이 가진 꿈의 '모양'이었다.

애정은 프로듀서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모양의 꿈과 평생을 가도 완벽하게 달성할 수 없는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엄마'라는 꿈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나는 그녀가 가시적인 형태의 꿈과 삶 전체를 관통하는 꿈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 그녀가 품은 또 다른 꿈, 프로듀서가 되게 해 주었다. 두 종류의 꿈이 서로 밀고 당기며 그녀의 인생을 앞으로 이끌어준 셈이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신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럴 때 나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면 즐거웠던 것들을 적어보라고 한다. 사실 꿈은 이런 마음들이 모아져 생긴 형태라고 본다. 그래서 인생에 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꿈을 꾼다는 건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알아가는 행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직업으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우리 안에 있는 저마다 되고 싶은 모습을 조금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 순간 추가되고 바뀌는 변덕스러운 꿈이지만 내겐 꿈이 있어 삶에 희망이 심긴다. 상상하며 그려지는 모습에 오늘이 조금 더 행복하다. 그러니 당신도 다시 한번 꿈을 꾼다면 좋겠다. 그래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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