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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07. 2021

불완전한 완성을 향한 여정

<걸스 파이브 에바(Girls5eva)>

영원보다 더 영원하길 원할 때 뭐라고 말할까?!

포에버 말고 파이브 에바! (forever / five-ever)


아재 개그 같지만, 걸그룹 ‘걸스 파이브 에바(Girls5vea)’의 뜻이다. 이들은 오래 활동할 당찬 포부를 이름에 담았고 노래한다. “유명해질 거야. 파이브 에바. 포에버는 너무 짧으니까.”


‘걸스 파이브 에바(이하 파이브 에바)’가 그 이름의 뜻처럼 연달아 곡을 히트 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그룹으로 오래 활동했다고 말하면 좋으련만, 이들은 단 한 곡만 히트를 치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런 그녀들의 곡이 20년쯤 지나 힙합 래퍼 스팅키에 의해 샘플링되면서, 이들은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 동반 출연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만난 ‘파이브 에바’의 재결합 도전기를 보는데 자연스레  <슈가맨 (jtbc)>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섰던 <슈가맨>은 2015년부터 2020년에 걸쳐 세 시즌이나 방영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슈가맨>이 소화한 건 가수지만 그 곡을 듣고 부르며 자란 시청자들에겐 당시의 추억까지 소환한 셈이었고, 소환당한(?) 슈가맨에겐 잊고 지낸 무대 위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출연한 모든 슈가맨이 재결합을 하고, 앨범을 내며 활동을 재개한 건 아니었지만, 모두가 다시 한번 무대 위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가수에게 있어 무대 위 시간은 오랫동안 바라며 노력해 온 꿈의 정점인 순간일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아 그 꿈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꿈이란, 내내 그리운 고향 같아서 다시 한번 무대 위에 설 수 있음이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쁘게 다가왔으리라. 스팅키와의 무대는 백코러스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파이브 에바’가 느낀 감정도 슈가맨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2집 활동을 기점으로 팀이 해체된 뒤, 리더 역할을 해오던 애쉴리 마저 사고로 죽자 이들은 다시 무대 위에 서는 날이 올 거라 생각지 못 했다. 짧은 활동을 마치고 이제는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불현듯 찾아온 기회로 무대 위에 다시 서게 되자 이들은 깨닫는다. 사실 이런 삶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그렇게 ‘파이브 에바’는 재결합을 하기 한다. 하지만 마흔이 된 이들을 찾는 무대는 없었다. 더욱이 사람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그룹의 히트송 저작권이 매니저 래리에게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준비된 것도 없이, 도움을 주는 이도 없이 이들은 우선 ‘재결합’이라는 강에 배를 띄웠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 드라마는 시종일관 웃는다. 웃긴다. 미국 드라마는 잘 몰라서 찾아보니 <파이브 에바>는 코미디 장르 제작으로 유명한 ‘티나 페이’가 제작을 했고, ‘파이브 에바’의 막내 ‘맥마누스’를 연기한 폴라 펠은  SNL 작가 출신의 코미디언이었다. 수위를 넘나드는 개그가 빼곡히 박혀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코미디/시트콤 물을 접할 기회가 적고, 배경 지식이 없는 외국 개그가 어렵게 다가왔지만 30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가운데 개그는 물론 스토리 진행에 메시지까지 담아낸 내용에서 제작사와 배우들의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드라마 속 이들이 만든 웃음은 자극적인 소비점이 아닌 상황의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장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듯 보였다.


분명 ‘파이브 에바’가 처한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다. 음악 시장은 그동안 많이 변했고, 그녀들은 발차기 안무도 소화하기 힘든 몸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불러주는 무대가 없으면 만들었고, 옛날의 자신들을 추억하기만 하려는 대중을 향해 과감히! 신곡을 부른다. 그리고 보통은 이러한 노력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제대로 된 기회를 만나 완벽한 행복의 순간을 만들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완벽한 행복은 물론 그러한 엔딩은 이제 동화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후로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난 동화의 외전을 만들어, 그 뒤로 이들이 얼마나 지지고 볶고 사는지를 말하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우리는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여기서 위로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 냉정한 세상이여’ 식의 공감적 위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넘어지는 건 일어나는 걸 배우기 위함이다’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 속 유명한 대사처럼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서로의 모습 속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이다.



스포를 살짝 하자면 ‘파이브 에바’의 재결합도 익숙히 그려지는 엔딩과 거리가 멀다. 그녀들이 쌓은 여러 노력은 완성을 향해 나가지 않는다. 재결합은 계속 불완전하게 흐른다. 그러나 이들은 재결합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라며 후회하는 모습 대신 계속해서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자신들의 방법대로 문제를 돌파해 간다. 물론 안정적인 지금의 삶을 지키는 게 맞지 않은가 고민하기도 하고, 타협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이들의 재결합 과정 중 가장 큰 걸림돌은 이러한 현실보다 ‘달라진 자신’이었다. 스무 살,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엔 괜찮았을지 모르고,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것들이 살아오면서 쌓인 정서와 가치관, 사고와 부딪힌다.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재결합을 하던 타협을 하던, 거짓된 결혼 생활을 무시할지 직면할지,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고 선정적이기만 한 노래를 부를 것인지 말 것인지. 이제 이 모든 선택에 대한 결정권이 이제 매니저 래리가 아닌 그녀들에게 생긴 것이다.


그녀들의 선택은 매번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돈이 자작곡 한 곡은 120회 스트리밍 되었는데, 모두 돈이 한 스트리밍이었다. 선택에 대한 실패를 예상했지만 ‘매일 희망을 안고 기도’했다. 스무 살, 무대에서 내려와 지내온 시간 동안 그녀들이 이뤄온 삶이 곡에, 무대에 또다시 그녀들의 인생에 담겼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훨훨 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누가 뭐라든 상관없어.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 거야’.  세상은 나이가 든 그녀들의 외적인 변화만 주목했지만, 그녀들의 변화는 내적에서 더 큰 게 일어났다. 나는 그 점에서 이들의 재결합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결정권이 그녀들에게 생겼다는 건, 나만의 방식대로 살 거라고 노래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20년의 시간 속에서도 성실히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이룬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매일 잠자리에 누우면서 그때 했더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상하는 건 ‘파이브 에바’ 답지 않은 일이니까.



 <걸스 파이브 에바> 시즌 2 소식을 들었다.  기준에서 마지막 회에 그녀들이 보여준 행동은 어마어마한 위약금과 싸워야 하는 대형사고였기에 스토리상 당연히? 시즌 2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시즌 2 내용이 위약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식의 이성적인 사고 흘러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녀들 답지 않은 일이니까.  언제 인생이 뜻대로 됐고! 완벽하게 준비된 적이   번이라도 있었던가! 완벽한 상황만을 기다리지 않는 그녀들이 보기 좋았다. ‘ 완전하게 불완전한 나란 ’, ‘(별이) 떠오르고 지고 다시 떠오르듯’, ‘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는, 그녀들의 시간이 담긴 자작곡 4 SATR 가사가  좋다(참고로 주연배우들이 가수,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음악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완성을 향해 가는 그녀들의 다음 여정이 기다려진다. 걸스 파이브 에바(Girls5vea)  노래는 오직 웨이브에서 관람, 감상 가능!




<걸스 파이브 에바> 총 8부작

스튜디오 유니버설 텔레비전(유니버설 스튜디오 그룹 계열사)

크리에이터 Meredith Scardino (메레디스 스카디노)

Sara Bareilles(사라 베렐리스), Renée Elise Goldsberry(르네 엘리스 골드베리), Busy Philipps(비지 필립스), Paula Pell(폴라 펠), Ashley Park(애술리 박)  등 출연


본 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이 일환으로 '웨이브(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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