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밥을 먹으며 내 여행도 시작되었고
첫 기내식이 나왔다. 창밖으론 별천지의 하늘이 펼쳐지고 내 간이 테이블엔 부드럽게 익혀진 반숙의 오믈렛과 약간의 빵, 더운 야채가 곁들 여진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다. 나보다 유럽여행이 빨랐던 나의 몇몇 친구들은 기내식을 여행보다 더 기대하던 나에게 별거 없다고 했었다. 혹여라도 비빔밥이라도 나오면 대충 먹고 작은 튜브 고추장이나 챙겨두면 여행 내내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고추장을 챙기라니?
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유럽 곳곳, 로컬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었다. 레스토랑의 것이어도 좋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현지인이 직접 만들어주면 더 좋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내게 고추장을 챙기라니. '3일만 지나면 엄마 밥이 먹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에게 난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속으론 약간 걱정했다. 제발 내 위장이 그런 촌스러운 위장이 아니기를. 난 시차에 적응하는 것보다 내 위장이 오일과 치즈. 매일 먹는 빵 무더기에 잘 견뎌 주었으면, 30일의 여행이 끝나고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파리에서 먹은 김치찌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늘 위에서 먹는 나의 첫 식사.
창문 밖으로 갖가지 푸른빛의 색들이 반짝이고 내 작은 간이 테이블엔 나만의 만찬이 펼쳐져 있다.
너무 거칠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게 적당히 보드랍게 익은 오믈렛과 약간의 빵, 더운 야채와 오렌지주스. 초콜릿 케이크로 구성된 나의 첫 기내식은 정말이지 행복한 맛이었다. 땅에서 먹던 것과 별다를 건 없었다. 아니, 저런 빵은 뭍에서 보았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들이다. 저런 푸석한, 버터인지 쇼트닝인지 모를 것을 넣고 만든 한 봉지에 스무 개들이 모닝빵 같은 건 굳이 먹고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탱글 하게 속이 꽉 찬 소시지에 오믈렛 한입 곁들여 입에 넣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 빵이 이렇게 꿀맛이었나 싶다. 이 아침식사는 정말이지 우리 엄마의 된장찌개 + 갓 구운 고등어구이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그렇게 내가 하늘 어딘가에서 세 번의 식사를 하는 동안
내 옆에 앉은 외국인 남자는 이륙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한 번의 식사도 하지 않았다.
내가 괜히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