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될 뿐
파리로 떠나기 전 잠깐 낭시로.
동생과 함께할 나의 첫 해외여행이긴 하지만, 동생이 있는 낭시까지 혼자 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서울도 아니고 내가 프랑스에 와서 집주소를 보고 동생집까지 찾아가야 한다니.
그래도 뭐 강원도 바닥에서 길 잃는 것보단 프랑스에서 길 잃는 게 훨씬 낭만적이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나 오늘 너무 긴장했다. 급하게 수하물을 찾고 Gare de l'est 역으로 가는 버스가 오는 곳으로 짐을 거의 바닥에 질질 끌어 겨우 탔다.
아오 왜 이렇게 무거워.
여차저차 역까지 오긴 왔는데, 그럼 기차표를 뽑는 게 순서지?
동생이 분명 노란 기계에 카드를 넣으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둔 표가 나온다 했는데 화면에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건 화면이니 이거 뭔가 꼬이는 느낌이다. 기차 시간 다 되어가는데 한참 헤매다가 맘 좋은 청년이 도와줘서 겨우 결제하고 낭시 오는 기차 탔는데 옆에 아저씨는 내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덩치 큰 외국 아저씨. 프랑스 아저씨들은 다 호리호리 한 줄 알았는데
아저씨 덩치 큰 + 나 덩치 큰 = 아저씨 우리 자리 좁아요. 그죠?
그래도 덩치 큰 아저씨가 덩치 값해서 내 캐리어 위에 다 얹어주는 덕분에 잘 왔다. 사실은 파리에서 타자마자 잤는데 눈뜨니 낭시였다. 그것도 아저씨가 낭시 낭시! 하고 큰소리로 말해줘서 깼다.
나 긍정적인 걸까 아님 겁이 없는 걸까.
낭시 역까지 마중 나온 동생을 보니 세상 다 얻은 거 같았다.
거의 1년을 못 봤는데 왜 어제도 본애 같지....
얼싸안으려다 창피해서 참고 기쁜 마음 부여잡고 나오는데 캐리어가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 이 아니라 아예 안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바퀴 한쪽이 완전히 부서졌다. 나는 바퀴 4 구도 아닌데.. 2 구인데?
그건 곧 가방을 가방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나 오늘 여행 첫날이다. 그리고 이 가 방 그저께 산 건데.
점심으로 먹으려고 뺑오 쇼콜라랑 루바브 타르트 샀는데 가방 때문에 화나서 이 맛있는 빵을 먹는 둥 마는 둥. 여행 마지막까지 프랑스에 merci 할 수 있으려나.
집에서 얼렁뚱땅 사과랑 햄만 대충 끼워 넣고 만든 샌드위치 가지고 밖으로.
가방이야 뭐 어쩌겠어. 첫날부터 찡그리고 있을 순 없으니 그 마음은 접고 공원으로 나왔다.
낭시를 행복하게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공원에 가는 것.
동생과 함께 가는 길이 행복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꿈꿔 왔을 시간일지도
푸르다. 생기가 넘치지만 들떠있지 않은 느낌이 좋다.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의 푸르름을 갖고 건강한 에너지를 내는 곳.
그 안에서 스며들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의 시간
느리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아무도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신이 행복하면 그걸로 될 뿐
나도 그 안에서 잠깐은 이곳의 생활자가 되어 앞으로의 여행을, 나의 시간들을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