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곧 구원이다.

인간은 언제나 고통과 함께이기에.

by 프록시마

고등학교 시절, 윤리 수업에서 부처님의 '생즉고(生卽苦, 생은 곧 고통이다.)'가르침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상하게 생은 고라는 그 말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그 말씀을 살아가면서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매 번 마주하다가, AI의 가능성을 꿈꾸게 되면서 생은 고라는 그 공리가 부서지는 날을 간절히 꿈꾸게 되었다.


인간은 고통에 그토록 취약하면서도, 고통이 없어진 상태에선 고통의 괴로움을 잘 인지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권태를 또 다른 고통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정말로 AI가 모든 고통을 일순간에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아직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그래서 고통이 전부 사라진 세상이 반드시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가를 따져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 분들 앞에서, 정신적 고통으로 생을 스스로 마감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앞에서, 감히 고통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평소에도 유독 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영영 해방될 방법이 없을까라는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해왔던 나지만, 사실은 오늘 받은 내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어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간절히 바라는 글을 써봤다. 그렇지만 나의 이 어찌 보면 사소한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을, 언제나 고통과 함께하고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함께,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면 한다.


'나는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는 말을 초지능이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들어낸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이전 06화AI 디스토피아 걱정, 놓치고 있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