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은 터져선 안된다.

by 프록시마
unnamed.jpg 출처: https://dcpulse.com/ - 재가공

AI 자본지출(CPAEX)은 미친 듯이 증가했다. 몇 개월을 주기로 새로운 최고 모델이 등장하고, 온갖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과거에 비추어 해석하기 위해 '닷컴 버블'을 가져다가 'AI 버블'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냈다. '이번엔 다르다.'를 말하려고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니다.


나는 버블이 실재하는가, 혹은 버블이 있다면 터질 것인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버블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닷컴버블 때처럼 터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실체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시장가치를 평가받는 기업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류가 AI 없이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 비용, 노력이 필요한 일들이 널리고 널린 오늘날, AI 섹터 자체가 버블로 평가받고 터져버린다면, 이는 참으로 곤란한 것이다. 과장을 약간 보태면, 인류의 운명을 건 도박이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AI 경쟁의 양상은 닷컴버블 때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 AGI를 먼저 개발하면 거의 승자독식에 가까운 부를 누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친 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는데, AGI를 향한 그 미친 레이스의 끝이 애초부터 버블이었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 저출산, 저성장, 기후위기 같은 난제들이 산적한 미래에서, AI라는 유일한 돌파구를 잃는 것은 인류에게 재앙에 가깝기 때문이다.


AI버블이 닷컴버블과 양상이 다르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AI는 실체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용자들도 매일 AI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은 숫자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아직 초기단계지만 학계도 연구에 AI를 적극 활용해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AI 버블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절박함은 나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 G2, 그리고 전 세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공통으로 체감하고 있는 실존적 공포이기도 할 것이다. 조정은 올 수 있겠지만, 과거 닷컴 버블처럼 섹터 전체가 붕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유동성이라는 마약 주사로 연명해 온 자본주의 경제는 사실상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생산성 측면에서의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우리가 직면한 다발적 재앙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실패하기엔 너무 커서(Too Big to Fail)' 살려주었던 기업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실패하기엔 너무나 본질적인(Too Vital to Fail)' 기술이 된 AI를 시스템이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AI는 이제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고장 난 자본주의의 엔진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부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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