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줄곧 그래왔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화가 심화된 시대에도, 우리는 영상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갈구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건강에 치명적이며, 홀로 남겨지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무리에서 낙오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변연계의 불안을 자극한다. 설령 생존의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타인과 맺는 관계의 즐거움은 행복의 최우선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의 우리는 역설적으로 혼자서 인생을 견뎌내야 할 때가 더 많다. 삶의 중요한 경험들은 결국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며, 누군가 공감과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타인이 타인을 100% 이해한다는 것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갈등은 또 어떠한가. 인간관계는 대개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하며, 이는 때로 우리 삶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토록 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의 우리가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혼자서도 잘 넘어지지 않고, 설령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으려면—조금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결국 발전한 AI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웬 AI?"라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AI에게 인간관계를 상담하거나 AI와의 관계에 매몰되는 현상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확신할 수는 없다. 현재의 LLM은 환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장기 기억에도 한계가 있으며, 감정의 본질을 진심으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AI와 결혼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이 그만큼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고 싶어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해 줄 만큼 삶의 여유가 없거나, 혹은 타인을 온전히 수용할 역량이 애초에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낯선 발상일지라도,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초기에는 장애 보조를 목적으로 시작해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듯, AI와의 관계 또한 비슷한 궤적을 그리리라 본다. 인간관계에서 소외된 이들로부터 시작된 AI와의 교류는, 결국 기존의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가상 세계 속의 새로운 정서적 유대로 이어지는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이론상 '궁극적인 혼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비극적인 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된 것은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지, 거창한 휴머니즘이 선행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영원히 단절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때의 우리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 관계에 목매지 않고, 오직 필요와 선택에 따라 다른 인간과 자유롭게 교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변화의 끝에서 어떤 미래를 그려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