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타이밍.

껄무새가 되어버렸다.

by 프록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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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지금일까. 모든 것이 저렴하고 날씨마저 완벽했던 시기에는 여행에 대한 흥미를 아주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날씨는 뼛속까지 시리고 연말연시 특수로 물가가 치솟은 지금, 불현듯 여행이 간절해졌다. 논리적으로 지금 가야 한다는 이유는 없었다. 그냥 떠나고 싶어 졌다. 그래서 항공권과 숙박 등 여행에 필수적인 비용을 알아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 지금 가기엔 너무 비싼데'라든가 '조금만 미루면 더 싸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관련 사이트를 뒤적거리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나는 '그때 떠날걸...' 하는 껄무새가 되었다. 그 짧은 사이에 가격이 훨씬 더 올라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정말 가고 싶어도 도저히 너무 올라버린 가격에 손이 나가지 않는.


애초에 처음 여행을 가보겠다고 가격을 알아보았을 때조차도 나는 과거 더 저렴했던 시기의 가격을 떠올리다가 여행을 망설였다. 그러고 나서 그 가격과 새롭게 더욱더 비싸진 가격을 비교하며 또다시 나는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행은 타이밍'을 통해 제대로 그 말을 깨달아 버렸다. (별로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사랑은 타이밍'이란 노래를 참 좋아한다.) 이제 정말 언제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두에 말했듯, 요즘 여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날씨 때문인지 상황 때문인지 마음이 어딘가 허전한 것이 자꾸만 나는 모르는 곳에서 부유하고, 빙글빙글 어딘가를 돌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을 여행을 통해서라도 비워내고 싶었다.


더 효율적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놓쳐버린 적이 그렇게 많은데도, 나라는 사람은 도무지 바뀔 생각이 없나 보다. 망설임은 성급함 만큼이나 인생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또 한 번 이렇게 느끼며, 아마 오늘도 나는 스카이스캐너와 에어비앤비를 뒤적일 것 같다. 그리고 또 망설이다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 결론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깨달음을 얻어도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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