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스위치를 교체하며

저렴하지만, 충만한 취미

by 프록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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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심란할 땐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최근 그중에 하나로 하는 것이 기계식 키보드 DIY이다.


스위치와 키캡을 하나씩 제거했다가 차분히 끼우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키보드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겨 본다.


키캡은 그대로 두고 스위치만 HMX RAW 스위치로 교체했다.

사실 스위치를 배송받은 지는 좀 됐는데, 기존에 끼워 놨던 스위치를 진득이 좀 써보고 싶었다.

막 바꾸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음 전에 쓰던 스위치도 워낙 좋았어서 타건음이 피치가 좀 달라진 것 말고는 사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키압도 거의 비슷한 키압으로만 고르는 편이라.


인생에 잘못된 부분들, 후회하는 것들, 아픈 것들도 키보드 스위치처럼 마음대로 갈아 끼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그런 것들도 내 인생의 일부라서 그것들을 전부 손쉽게 교체해 버린다면, 아마도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교체엔 좀 더 신중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휘어진 스위치 핀을 곱게 펴주고 원하는 타건음과 타건감을 지닌 키보드로 교체하는 것처럼

마음에 응어리지고 휘어진 상처를 곱게 펴주고

따듯한 울림을 주는 사람들과 만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너무 아프게 자리 잡은 상처 스위치, 건드리면 화가 나는 버튼 같은 스위치는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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