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란 없다

취미가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지는 이유

by 유덕수

우선 정확한 뜻을 위해 ‘하고 싶은’과 ‘일’을 분리해 보자. ‘하고 싶은’은 ‘하고 싶다’의 형용사형이다. ‘하고 싶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뜻이 나오지 않았고 영어사전으로 바로 넘어갔다. ‘I want to do’. 하길 원한다는 뜻이다. 무엇을 왜 하길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마음이 들 때 쓰는 말이다. ‘하고 싶다’를 다르게 쓰면 ‘내가 하길 원한다’가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일’은 다르다. 일은 크게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과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나뉜다. 우선 직장인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존재 목적은 직원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이익 창출이나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 본연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고 대부분의 결정권은 창업가나 관리자에게 있다. 직장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가는 어떨까? 사업을 하는 사람은 조직의 목적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결정권도 갖게 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주, 직원 등의 이해관계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많아지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함께 맞춰가야 한다. 갈수록 사장 마음대로 하는 조직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1인 기업가는 어떨까? 원하는 대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일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이해관계가 생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 일이 아니다.


게다가 돈을 벌려면 고객의 기준에서 그 일을 아주 잘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그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 20년을 다녀도 누구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1만 시간의 법칙도 ‘제대로’라는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훈련의 과정은 대부분 힘들고 어렵다. 나는 예전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오랫동안 했지만 그리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직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을 우리는 취미라고 부른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은 나의 마음이고 ‘일’은 타인의 이해관계와 잘해야 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일이 되면 하기 싫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은 하고 싶은 것만으로 구성될 수는 없다. ‘하고 싶은’과 ‘일’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단어가 되기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뜻은 모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합쳐진 어떠한 일을 전반적으로 하고 싶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내가 만든 조직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유시민 작가가 온 적이 있었다. 그날 강연의 주제는 ‘하고 싶은 일’이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다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내 삶에 하고 싶은 일이 50%가 되면 엄청 행복한 삶이에요.” 맞다. 100% 하고 싶은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잘못된 기준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한다. 지금의 일을 60% 만족해도 만족되지 않은 40% 때문에 그 일이 싫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100%의 파랑새만을 끊임없이 기다린다. 불행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부터 100% 하고 싶은 마음만 드는 일이 아니라 일을 하는 시간의 50%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고 정의해 보면 어떨까. 그런 기준이라면 지금의 나의 일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20%, 30% 정도만 만족하고 있다면 꼭 100%가 아니더라도 조금씩 퍼센트를 높여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일을 100% 하고 싶은 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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