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순간을 놓치는 이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상황은 대부분 순간으로 묘사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책이나 강연에서도 어김없이 운명적인 순간들이 강조된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일을 소개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매우 강렬하고 마치 숙명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순간을 기대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나는 그 순간만 온다면 나는 하고 싶은 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순간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순간은 사후 해석인 경우가 많다.
우선 순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자. 우리가 무엇을 만났을 때는 그게 무엇이든 그것을 잘 알지 못할 때이다. 처음부터 잘 아는 것은 없다. 잘 안다면 이미 자주 만난 이후일 것이다. 잘 알지 못할 때 느끼는 신호는 그것이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성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그렇다. 첫눈에 반하는 관계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전자의 신호 이외에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무엇이 좋은지 물으면 자신의 이상형을 상대방에게 투영해 답한다. 하지만 그것이 일치할 확률은 낮다. 대부분은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실망하고 헤어지게 된다. 오히려 깊은 관계는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알면 알수록 좋을 때 발생한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원래 기질 때문인 경우가 많다. 금사빠라고 하지 않는가. 쉽게 좋아하는 사람은 싫증도 쉽게 낸다. 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단 몇 시간만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흥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금세 싫증을 내고 다른 분야를 찾기 시작한다. 반대로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마음에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이게 맞는건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순간은 강렬하게 맞이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강렬함을 느꼈다고 해도 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순간의 강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순간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과정과 결과다. 하고 싶은 일에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았고 지금 그 일로 잘 살고 있지 않다면 과연 그 순간이 의미가 있을까?
순간은 만들어진다. 어떤 말이, 어떤 사건이, 어떤 일이 의미를 가지려면 이후의 인생에서도 관련된 활동이 많아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순간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지금 이 결과를 그 순간이 만들어줬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순간은 대부분 사후 해석으로 만들어진다. 이후의 축적이 그 순간을 더욱 강화시킨다.
나도 그랬다. 내가 ‘성인 진로 교육’이라는 하고 싶은 일을 만난 것은 古 구본형 소장님과의 첫 만남 때문이었다. 이후 나는 사업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던 커뮤니티를 진로 교육 커뮤니티로 바꾸었고, 이내 사업을 그만두고 진로 학교를 만들어 10년을 운영했다. 이후 5년을 돌고 돌았지만 다시 ‘성인 진로 교육’에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돌이켜보면 첫 만남의 순간은 지금의 마음에 비하면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보다 이후에 관련된 여러 경험들이 지금의 내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걷게 하는 단단한 마음을 갖게 했다. 그 마음으로 바라본 첫 만남은 그때의 마음보다 더욱 소중하고 귀해졌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례들에서 순간이 강조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순간에 관심이 많다. 순간은 과정보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매달 100만 원을 저축해서 10년을 모아 1억을 만드는 것보다 1억의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 더 쉽다. 게다가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하고 싶은 일로 살지 못하면 내 탓이 되지만 운이 없어서 그 일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남 탓이 된다. 남 탓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 때문에 어떤 신호도 다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이후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다 신호 탓으로 돌린다. ‘그 신호는 강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움직이지 못했어. 내가 아직 하고 싶은 일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불행하게도 그 신호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안타깝지만 이런 마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호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느낀다는 사실 그 자체이고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은 다음 단계를 연결하는 정도의 신호면 충분하다. 강한 끌림을 느껴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끌림을 약하게 느껴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다음 단계가 없으면 순간은 의미를 잃는다. 과정과 결과가 없는 순간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한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 위원으로 나왔던 가수 박진영은 심사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다들 선택(의 순간)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선택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후의 과정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선택을 옳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과정과 결과다. 축적은 그 순간을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다 보면 작든 크든 누구에게나 신호는 온다. 우리는 그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 어떤 것도 좋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건드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마음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좀 더 깊어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