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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03. 2022

(임신과 출산 동화/에세이) 기적의 아기

동글이의 탄생

이름 : 동글이

나이 : 10세

성격 : 뭐든지 궁금한 건 참지 못하고 직접 해보고야 마는 성격으로, 항상 새로운 일에도 씩씩하게 도전하는 용감한 아이예요. 레고와 변신로봇 만들기에 특별한 재주가 있으며, BGM 작곡가가 꿈이라며 피아노에 푹 빠져 지내는 중이랍니다. 친구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제일 먼저 손 내미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이죠. 눈치가 없어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밝고 명랑한 성품이 친구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답니다. "나를 따르라!"라고 친구들을 학교 앞 떡볶이 집에 데리고 가서 "마음껏 골라!"라며 자기는 먹지 않고 친구들에게 한턱 거하게 쏜 후 집에 와서 자랑을 늘어놓아 엄마의 간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를 부립니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장난기가 넘치며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죠. 누구든 동글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요?


매력포인트 넘치는 동글이의 탄생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 동글이는 늦둥이 아들입니다. 손 윗 누나와는 무려 8년의 나이차가 있죠.


동글이는 먹고살만한 때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덤으로 먹고 자랐어요. 보통 둘째들은 뱃속에서부터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동글이는 온 가족의 기다림으로 놀라움, 신기함, 반가움, 수용, 기쁨 속에 환영받으며 태어났죠. 이것도 동글이의 복이랍니다.


동글이는 경쟁하며 살지 않아서 경쟁의 필요를 잘 몰라요. 태어나면서부터 사랑만 받아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글이를 사랑하는 줄 알죠. 


해맑은 동글이의 탄생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앵글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거쳐 저는 휴직을 했습니다. 서울살이를 과감히 청산하고 살짝 외곽으로 나왔더니, 외동아들, 외동딸을 키우는 집이 손에 꼽혔습니다. 도대체 출산율 저하는 누가 집계하는 건지... 둘은 기본이고 여섯을 키우는 집도 있었습니다. 셋 정도는 놀랍지도 않았죠.


앵글이가


"학교 끝나고 놀이터 가면 나만 혼자야. 친구들은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어서 나랑 안 놀아줘. 나도 언니 낳아줘."


헉... 언니를 낳아 달랍니다.


"언니는 못 낳아줘. 조금 더 크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언니를 낳으면 큰일 나. 하지만 동생은 낳아줄 수 있어."

"동생은 싫은데... 내 책이랑 장난감이랑 내가 아끼는 것들에 침 묻힐 거잖아... (한참 생각하다가) 언니가 안 되면 동생이라도 낳아줘."


우리 부부에게 숙제가 생겼습니다. 미션이 생겼으니 해결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편에게 말했더니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수술했는데 애를 어떻게 낳아. 수술한 지 벌써 8년이야. 에이  안돼. 그리고 나 수술 무서워. 병원 싫어하는 거 알면서..."


남편은 병원을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열이 38도가 넘어도 타이레놀로 버티는 남자입니다. 그렇지만 제 사전에 포기란 없습니다. 숙제가 생겼으면 다 하고 검사를 받아야 끝나는 거 아닌가요?


"그래! 결심했어!! 나의 작전은 이제부터다!"



동글이의 탄생 (프롤로그)



가족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아니, 갑자기 무슨 둘째를 낳자는 거야?"

"앵글이가 외롭다고 하잖아요. 놀러 갈 때 차 안에서 앵글이 혼자 뒷자리에 앉아 인형 갖고 노는 것도 안쓰럽고, 동생 있으면 같이 놀고 좋잖아요."

"그랬으면 진작 낳았어야지... 이미 수술도 해서 묶어버렸는데 어떻게 아기를 낳아."

"내가 알아보니까 2시간이면 된대요. 그래도 수술이라서 2박 3일 입원은 해야 하는데, 출산 지원 정책으로 수술비가 지원된다는데요?"

"수술비가 지원된대??"

"병실 사용료랑 밥값 정도? 한... 50만 원이면 된다던데요?"

"음... 생각 좀 해볼게."


남편은 출산지원정책으로 수술비가 지원된다는 말에 살짝 고민하는 듯했습니다. 이것은 전략적 설득이었죠. 그렇게 석 달 동안 설득하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남편이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 둘째 낳는 거 반대였어. 알지?"

"알죠."

"나, 둘째 키우는 거 못 도와줄 수도 있어."

"바쁜 거 아는데 뭘... 정자만 주면 돼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협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병원을 예약하고 입원을 하게 됐죠.


수술 전날 오후 입원을 하고 수술 전 검사를 진행한 후 한가로운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수술 당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남편을 수술장으로 들여보내고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3시간을 예상했던 수술 시간이 5시간이 되어도 끝나지 않았고 거의 6시간 가까이 흐른 뒤 남편은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정관 수술과 정관 복원 수술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고생하고 나온 남편이 안쓰러워 '잘 견뎌줘서 고맙다'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예정 시간의 곱절이 걸린 수술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가족 중 누구도 수술방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수술 후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검진 날짜가 되었습니다. 정자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 앞에 섰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검사 결과를 보니... 보통 성인 남성의 정자 개수에 비해 1/10 정도의 정자만 운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정관수술 후 8년 정도 막혀있었기 때문에 죽은 정자가 많이 쌓여있을 거예요. 그것들이 다 빠져나오고 나면 운동성이 있는 정자들이 나오겠죠. 임신 확률은 5% 이내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부부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6시간에 거친 수술을 감내하고, 지난 한 달 동안 남편은 열심히 운동도 했거든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남편과 대화의 장을 열었습니다.


"여보, 5% 이내라는 수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왜?"

"어차피 아기가 될 정자는 한 마리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겠지?"

"당신과 내가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한 마리 정자만 튼튼하게 키워서 둘째를 만들어봐요."

"당신은 참 긍정적이야. 어떻게 이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아니, 어차피 만개, 이만 개가 있으면 뭘 해요? 그렇게 있어도 임신이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좋은 점은, 내가 임신이 엄청 잘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 몸을 튼튼히 만들어서 한 마리만 잘 키워봐요."


우리에게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우리가 또 한다면 하는 부부거든요. 이후 남편은 6개월 동안 매일 집에서부터 집 근처 산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고, 둘레길 2시간 코스를 달렸습니다. 육류를 줄이고, 콩 단백질과 남편이 너무나도 싫어하던 채소 위주의 샐러드로 식단을 바꿨죠. 그리고 8kg의 체중감량을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둘째를 기다리며 6개월을 노력하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두둥~


"병원에서 배란일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많이 연구해 보았는데, 정자가 자궁 안에서 살아있을 시간은 최대 72시간, 건강하게 활동할 시간은 48시간이에요. 그리고 남성이 정자를 체내에서 만들어 내는 시간이 24시간~72시간이고, 적어도 3일에 한 번 정도는 배출해 주는 것이 남성 건강에도 좋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무슨 공부를 그렇게 전투적으로 했어? 당신도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못 말리겠어. 안 되면 안  되나 보다 하면 되지..."

"무슨 소리!! 당신이 수술까지 했는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배란일을 중심에 두고 아기 만들 준비를 하는 거예요. 난소에서 난자가 나와 난관에서 정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24시간이니까 정자가 끊이지 않고 계속 자궁 안에 머무르도록 해주는 거죠. 예를 들어, 배란일이 4일이면, 1, 3, 5, 7일에 거사를 치르고, 2, 4, 6일에는 충분한 휴식과 운동, 식이요법을 하는 거죠. [⓵ 2 ⓷ 4 ⓹ 6 ⓻]"

"그렇게 하면 아기가 생겨?"

"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개체수가 아무리 적어도 건강한 정자가 일주일 동안 체내에 머무르게 되고, 그중 한 마리는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그래. 당신이 이 정도까지 절실한 거 보니까 포기할 것 같지는 않고, 협조하기로 했으니 당신 원하는 대로 다 해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협조할게."

"고마워요. 우리 똘똘한 둘째를 잘 만들어봐요."


우리의 작전대로 일주일간의 대 장정을 마쳤습니다. 이제는 남편의 정자와, 나의 난자가 알아서 할 일이니 되도록 몸을 아끼고 충분한 휴식을 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2022년! '보글보글'과 함께하는 글놀이
1월 첫 주 주제
[두 편의 동화를 읽고, 내용을 연결하여 이야기 만들기]

 



동글이의 탄생 (본편)


깜깜한 우주에 반짝이는 것들이 있어요. 저마다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지만 서로 도와가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안녕? 나는 난자라고해."

"응~ 안녕? 나는 난관이야. 내 옆에 있는 애는 자궁이고.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나는 난소 별에서 왔어."

"난소 별?"

"응. 난소 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난자를 난관으로 보내는데 나는 난소 별에서 보내진 난자거든."

"그렇구나... 너는 하는 일이 뭐니?"

"음... 정자를 기다리고 있어."

"정자를 기다린다고?"

"응. 건강한 정자를 만나서 우리가 사랑을 하면 자궁에 집을 짓게 돼. 그 집에서 아기가 자라나는 거지."

"내 안에서 아기집을 짓는다고?"


자궁이 말했어요.


"응."

"그렇구나... 그럼 정자는 어디 있어?"

"나도 몰라. 계속 기다리다가 안 오면 나는 소멸해."

"소멸이 뭐야?"

"사라지는 거지... 아주 슬픈 일이지만 내가 난관 안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 밖에 되지 않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거야?"

"자궁아~ 잘 봐봐... 저기 안에 저 두꺼운 벽이 보이니?"

"응. 보여... 그래서 요즘 몸이 조금 무거워. 가끔씩 벽이 두꺼워지는데 이유를 모르겠어."

"자궁의 벽이 두꺼워지면 아기를 맞을 준비를 하는 거란다. 두꺼워진 벽에서 양분을 받아 내가 아기집을 만들게 될 거거든."

"그래?? 나는 그것도 몰랐네."

"그런데 오늘은 정자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어쩌면 나는 이대로 소멸하게 될지도 몰라."

"우리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헤어지는 거야?"

"걱정하지 마! 다음 달에 내 친구가 또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때도 내 친구를 반갑게 맞아주겠니?"

"그럼 그럼. 걱정하지 마!"


결국 난자는 정자를 만나지 못해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캄캄한 우주 속에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들이닥쳤어요. 이렇게 시끄러운 적은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집단으로 몰려오는 생명체로 인해 자궁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어요. 전쟁이라도 난 걸까요?


"야! 너!! 비켜. 바빠 죽겠는데 왜 내 앞길을 막고 있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목소리도 크고 힘이 세 보이는 녀석이 다가와 큰소리를 치네요.


"난 널 처음 보는데 넌 누구야?"

"나는 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온 힘센 정자야. 엄청 빨리 달려온 거라고... 그런데 넌, 어떻게 나보다 더 빨리 온 거지?"

"나는 어제부터 여기 있었어.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곳은 평화로웠어."

"어제부터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 무리에서 내가 달리기를 제일 잘하거든? 내가 제일 먼저 달려왔는데 어떻게 네가 있는 거야? 아, 됐고!! 나는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너는 비켜!"

"무슨 소리야.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데 왜 너는 싸우려고만 드니?"

"흥. 좁쌀만 한 녀석이 뭘 모르는군. 이 세계에서는 힘센 놈이 최고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힘센 놈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지. 애송아."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어?"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어차피 한 놈만 살 수 있는 세계거든."

"그런 세계가 있어? 그럼, 저 많은 생명체들은 다 어떻게 되는데?"

"사라지겠지?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야."

"그래서 너는 어떻게 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데?"

"그걸 내가 너한테 알려주면 안 되지. 우리는 경쟁자니까..."

"너는 어떻게 알았는데?"

"나는... 아니지, 아니야... 내가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잖아. 안 가르쳐준다고 얘기했지? 쪼끄만 녀석이 얕은수를 쓰다니... 난 이제 간다! 꼭 찾아야 할 게 있거든... 잘 가라. 애송아~"


그렇게 힘센 정자 한 마리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았어요. 착한 정자는 걱정이 되었죠.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살 수 있는 거지?"


그때였어요... 저 멀리 크고 반짝이는 별이 보이는 거예요. 아주 멀리 있는 곳에서 보이지만 왠지 저곳으로 달려가면 어떻게 하면 모두가 살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줄 것만 같아요.



"그래, 저곳으로 가보자."


착한 정자가 반짝이는 별을 향해 다가가려는데, 물밀듯이 밀려오는 생명체들이 앞길을 막아섰어요.



"야!! 넌 뭐야?"

"나는 착한 정자라 고해."

"짜식~ 웃기는 군... 그럼 우린 나쁜 정자냐? 킬킬킬~"

"나는 너에게 나쁜 정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어쨌든,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네가 가려는 것 같은데 넌 그곳으로 갈 수 없어!"

"왜?"

"그곳은 이미 전쟁터가 되었어."

"전쟁터가 되었다고?"

"힘센 정자가 나타나서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있거든."

"정말? 그럼 모두 힘을 합해서 힘센 정자를 막으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쉬우면 이미 했지. 힘센 정자가 갖고 있는 무기를 우리가 빼앗아야 하는데 그 힘을 당해낼 수가 없어."

"그 무기가 뭔데?"

"그 무기는... 쉿! 가까이 와서 귀를 대봐. (귓속말로) 넌 좀 착해 보이니까 살짝 너만 알려줄게."

"(귓속말로) 고마워~"

"그건 바로 [우주 칼이랑 주먹 펀치]야."

"[우주 칼이랑 주먹 펀치]라고? 그건 어디서 구할 수 있어?"

"그건 난관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 그 녀석이 이미 그것을 차지해버렸어."

"[우주 칼이랑 주먹 펀치]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지. 그 녀석과 싸워서 뺏는 방법이 최선이야."

"[우주 칼이랑 주먹 펀치]로 할 수 있는 일이 뭐야?"

"지금 주위를 둘러봐. 많은 정자들이 서로 달리고 있잖아. 저 정자들을 무찌르기 위해 필요한 무기야."

"왜 무찔러야 해?"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이 보여?"

"응. 너무 예뻐서 내가 그쪽으로 가보려던 중이었어."

"저 별에는 우리 중 하나만 들어갈 수 있어. 그런데 수많은 정자들이 저곳으로 달려가고 있잖아. 그래서 힘센 정자가 다른 정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싸우고 있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너도 저곳을 향해 가고 있는 거니?"

"응. 어차피 저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힘센 정자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죽게 돼."

"나도?"

"응, 너도..."

"어차피 죽는 것은 같으니까 싸워라도 보는 거지."

"알려줘서 고마워. 너는 참 착한 정자구나..."

"우리 지금 헤어지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어. 그렇지만 만나서 반가웠어."

"나도 반가웠어. 잘 가~"


착한 정자는 생각을 했어요.


"반짝이는 별에 들어가면 살 수 있다고 했지? 그럼 난, 힘센 정자에게 가지 않고 바로 반짝이는 별을 향해 가야지."


착한 정자는 반짝이는 별을 향해 달려갔어요. 그리고 서로 싸우고 있는 정자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숨고, 달리고를 반복했지요. 그렇게 반짝이는 별 근처까지 가게 됐어요.


"반짝이는 별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별님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야 하죠?"

"그렇군요. 반가워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러셨어요?"

"제 몸이 처음에는 조그맣다가 점점 커지고 있었거든요. 완전히 커질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면 저는 멸된답니다."

"정말요? 그럼 지금은 어떤 에요?"

"마침, 지금이 들어오기 딱 좋을 때였어요. 아무도 오지 않아서 이대로 소멸되는 줄 알고 슬퍼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제가 어떻게 들어가면 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혹시 힘이 세신 가요?"

"아직 아무와도 싸워보지 않아서 힘이 센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달리기는 엄청 잘해요."

"그럼 됐어요. 있는 힘을 다해서 저에게 달려오세요. 저와 만날 때는 쓸 수 있는 힘을 모두 한 번에 써서 힘 있게 밀고 들어오셔야 해요."

"알았어요. 그럼 제가 조금 멀리 떨어졌다가 힘 있게 달려와볼게요."


착한 정자는 난자에게로 힘차게 달려갔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반짝이는 별님... 제 힘이 너무 약한가요? 들어가기 너무 힘들어요."

"잘하고 계신 거예요. 벽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거든요. 두 번 정도만 더 힘차게 밀어보시겠어요."

"네... 제가 힘을 내 볼게요."


착한 정자는 다시 한번 힘차게 발을 굴렀어요.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부딪쳤지요. 그렇게 네 번, 다섯 번... 착한 정자는 드디어 반짝이는 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반짝이는 별님... 드디어 제가 들어왔어요."

"고마워요. 우리는 이제 하나가 된 거예요."

"정말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함께 열 달을 보내면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거예요."

"죽는 건가요?"

"아니요? 우리는 예쁜 아기가 되어 아빠, 엄마를 만나게 된답니다."

"와~~~ 정말요? 진짜 신나는 세상을 만나게 되겠군요?"

"저도 기대가 되네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찾아와 줘서 고맙습니다."

"저도 고마워요. 제가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잖아요."


자궁이라는 우주 속에서 반짝이는 난자 속에 착한 정자가 안착했어요. 둘은 서로 하나가 되어 점점 자라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열 달의 시간이 지나면 우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 엄마를 만나게 될 거예요... 시간아~ 빨리 지나가라...


 


동글이의 탄생 (에필로그)



일곱 달의 심한 입덧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시기를 거쳐, 임신 막달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앵글이 때는 입덧을 열 달 내내 하고, 아기를 낳고서야 입덧이 멈췄었는데 동글이는 그나마 임신 말기에 접어들며 입덧이 멈춰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들과 산책도 하면서 평안하게 보낼 수 있었죠.


앵글이를 임신했을 때에는 입덧이 심한 와중에도 출근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기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한다고, 퀼트로 아기 이불도 손수 만들고, 꽃꽂이, 비즈공예, 리본아트, 테디베어, 화실에서 그림 배우기 등 손으로 하는 것들을 태교 삼아 많이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몸이 많이 힘들었나 봐요. 2.8kg의 작은 아기를 맞이하게 되었었죠.


동글이는 휴직 기간에 임신을 한 후, 앵글이의 초등학교 적응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쉬면서 맛있는 음식도 찾아 먹고, 동네 친구들과 마실 다니며 즐겁게 열 달을 보냈습니다. 입덧이 있었지만 마음이 편해서인지 임신 기간이 행복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예정일이 지나도 동글이가 밖으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예정일이 지나니 하루가 다르게 동글이는 태중에서 자라났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가 나올 수 있도록 걷고 또 걸으라는 숙제를 내주셨죠. 오르막길을 걸으라는 말씀에 남편을 따라 골프장 18홀 걷기를 했답니다.


동글이가 태어나기 전 날, 13홀쯤 지나는데 양수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18홀을 다 걸었죠. 진통이 없어서 괜찮을 줄 알았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입원 짐을 챙기고, 엄마가 없는 동안 앵글이가 먹을 것과 입을 옷들을 요일별로 챙겨두었어요. 그리고 조용히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죠.


"여보, 아기가 나오려나 봐요... 진통이 시작됐어요."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 심한 호통을 들었답니다. 낮에 양수가 흘렀는데 밤 10시에 병원에 오는 대책 없는 엄마라고 혼쭐이 났습니다. 그 후 8시간의 진통과 산고를 거쳐 다음날 6:15분 동글이를 맞이했습니다. 3.74kg의 건강한 아이였죠.


동글이가 우리의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아기는 매일 방실방실 웃었고, 밤이 되면 잠도 잘 자고, 낯도 가리지 않아서 아무에게나 안겨 잘 놀아주었어요. 나이 많은 엄마에게 이렇게 착한 아기라니요... 10년의 시간 동안 떼를 쓰거나, 보채지 않고 매일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뽀뽀해 주는 동글이는 우리 가족의 귀한 보물입니다.


아빠,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기다려서 맞이한 아이는 앵글이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선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넷이 되었고, 선물 같은 하루를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은 마음에서 나오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니 세상 온갖 것들이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혹자는 행복한 척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러던가 말던가요... 우리는 매일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오늘이 있어 살아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고슴도치 가족입니다.



동글이의 탄생을 전하는 '로운'입니다.



정자와 수정되면 같은 종의 새로운 개체를 발생시킨다.

난소의 표면은 세포층(생식 상피)으로 덮여 있는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난소 안에 있는 미성숙 난세포들을 둘러싸고 있으며, 여포라고 하는 속이 텅 빈 세포 구들이 각 난자를 에워싼다. 여포 안에서 난자가 점차 성숙하게 되는데(→ 난자 형성), 일단 활성화되고 난 뒤 여포가 발달하게 되기까지는 거의 4개월이 걸린다. 어떤 여포는 성숙하기 전에 40년 동안이나 난소 안에서 휴지기 상태로 있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발달하지 못하고 퇴화하기도 한다.

여성은 임신 가능한 기간 동안 300~400개의 여포가 성숙하여 수정될 수 있는 난자를 내보낸다. 폐경기가 되면 대부분의 남아 있는 여포들은 퇴화한다(→ 난자 형성).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여포 자극 호르몬은 난자의 성숙을 유도하고 난자가 성숙한 뒤에는 뇌하수체에서 황체형성 호르몬이 분비되어 배란이 일어난다(→ 배란).

난자가 성숙함에 따라 여포 벽은 세포를 증식하여 팽창한다. 여포와 난자는 난소조직을 서서히 통과하여 난소 표면에 불룩한 부분을 만들게 된다. 난자와 여포 벽 사이의 빈 공간은 보통 여포 세포들이 분비하는 액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 액은 난자를 젖은 상태로 유지하고 난자가 성장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든다.

여포가 파열되면 난자가 난소에서 방출되어 난관으로 들어가고 난관 근육이 수축하여 난자를 자궁 안으로 이동시킨다. 난자는 여성의 유전물질을 가진 핵을 중심에 가지고 있으며, 정자에 있는 유전물질과 함께 태아의 유전 형질을 결정짓는다. 핵 주위에는 세포질, 즉 난황이 있는데 여기에는 난세포가 발달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들이 함유되어 있다.

난자는 배란된 지 24시간 안에 수정되지 않으면 퇴화하기 시작한다. 난자가 수정된 뒤에는 세포분열을 하게 된다. 만약 발생 초기에 수정란이 2 부분으로 나누어져 계속 자란다면 일란성쌍생아가 태어나게 되고,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으면 몸이 붙은 상태로 태어나는 샴 쌍생아(Siamese twins)가 된다.

2개의 난자가 배란되어 각기 수정되면 이란성쌍생아가 태어난다.→ 착상

(출처 : 다음 백과)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사진출처 : 로운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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