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살아라!"
그리운 선생님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선생님...
열넷의 소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까지 매해 선생님을 찾아뵙고, 편지도 보내 드렸었는데 사는 것이 분주하여 이후 삼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안부조차 여쭙지 못하였네요. 죄송합니다. 세월이 흘러 선생님께서는 정년을 맞이하셨을 듯합니다. 건강하신가요? 선생님?
중학교에 갓 입학하였을 때, 키워주신 할머니와 사별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래와 달리 조용하고 말 없던 저를 사랑으로 살펴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제가 드린 편지마다 답장을 주셨던 것도 엇나갈까 염려하신 선생님의 배려임을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선생님 댁에 갔던 날이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거실에서 보이던 푸른 산도, 선생님을 닮은 예쁜 아이도 사진처럼 남아있습니다. 함께 쌀보리,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미리미리미리 뽕 주먹 뽕, 가위 뽕, 보자기 뽕 아무거나 냅시다!' 불렀던 노래도, '아침 바람 찬바람에' '꼬마신랑' 율동을 함께하며 까르르 웃던 그날의 모습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사춘기를 호되게 보냈던 열네 살 소녀는 열아홉, 열하나 두 아이 엄마가 되었고, 자주 바뀌던 진로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소녀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바로 잡아 주신 덕분에 거친 비포장도로와 같은 시기를 딛고 올곧게 제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해가 바뀌고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삶이 분주하여 잊고 지냈습니다. 서른 조금 넘어 찾아뵈려 하니 전근 기록이 어느 순간 끊어져 연락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잊고 지냈던 시간들이 죄송하고, 어디 계신지 알 수 없음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찾다가 멈춰버린 그때로 돌아가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고 싶습니다.
오십이 다 되어서야 선생님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으려니 죄송한 마음이 더해집니다. 다시 뵐 그날을 기대하며, 선생님의 발자취를 찾아 꼭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열넷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선생님을 찾아 뵐 수 있도록 내내 건강하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편지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2022년. 5월. 9일. 로운 올림.)
5월 2주(5.5 ~ 5.14) 스승의 날 특집 "선생님"
● 스승 : 자기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람
● 선생님 :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
2.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성 또는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존대하여 이르는 말
(출처 : 다음 어학사전)
감사합니다. 선생님!
4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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