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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y 31. 2024

아들아~ 꼭 그랬어야만 했니?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쁩니다. 

초등 6학년이 된 동글이의 일과는 오후 2:50 학교 수업을 마친 후 공부방 수업이 이어집니다. 월~금까지 각기 다른 교과목 수업을 받는 동글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오후 5시~7시! 


아침 8:30, 집을 나가 오후 7시까지 근 11시간 동안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배우고 돌아오는 셈입니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일과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수업을 위해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 먹고, 숙제를 마치면 8~10시 정도가 되어야 하루 일정이 마쳐지는 셈입니다. 어쩌면 직장에 다니는 아빠보다 빡빡한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공부'라는 것은, 학령기 자녀와 그것을 체크하는 엄마와의 지루한 줄다리기 같습니다. 


공부는, 저도 재미가 없었던 같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던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수학문제를 푼다'라는 말을 하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공부라는 건, 해야 하니 어쩔 없이 겪어내야 하는 고난의 과정 같습니다. 


지난겨울 방학 때 동글이는 엄마 몰래(?) 답안지를 기똥차게 옮겨 적고서 '숙제를 다했다'며 당당히 건네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채점을 해서 공부방에 보내야 하기에 동글이가 숙제를 마쳐야 제 일과 또한 마쳐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숙제 다했니? 얼른 해서 줘!'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일찍 문제집을 건넨 동글이의 숙제를 채점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정식 단원인데 풀이과정 하나 없이, 끄적임도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답만 적혀있는 것입니다. 문제집에서 이질감이 느껴져 앵글이를 불렀습니다. 


"앵글아, 방정식을 암산으로 푸는 게 가능할까?"

"음... 가능은 하겠지만 동글이가 그렇게 하기는 좀 어려울 듯!"

"그래? 그럼 네가 한 번 풀어볼래?"


'앵글이 한테는 쉬울 테니까 풀이과정 없이 가능할 거야!'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시켜보니 역시 불가능이었습니다. 그래서 동글이를 불렀습니다.


"동글아~ 수학 좀 한다는 누나도 풀이과정 없이 방정식을 풀기 어렵다는데 넌 어떻게 이게 가능했니??"

"난, 암산으로 됐는데?"

"그래? 우리 아들 천잰데?? 그럼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암산으로 풀어보겠니?"


'동글아! 너 이리 와봐!!'하고 불러 세운 뒤 폭풍 같은 잔소리로 언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수 분이 지난 후 동글이는 답안지를 베꼈노라 시인했고 눈물 쏙 나게 혼쭐을 내었습니다. 물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죠. 


방학 기간에는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나았습니다. 학기가 시작되니 시간에 쫓기고 숙제에 쫓겨 동글이는 주말이 되어야만 맘껏 쉬기(?)가 일부 가능해졌습니다. 


엄마 마음 같아서는 한 삼십 분이라도 진득하니 앉아 집중하면 금방 끝낼 수 있을 만큼이 분량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몇 장을 온종일 붙들고 앉아서 한 문제 풀고 TV 보고, 한 문제 풀고 게임하고, 한 문제 풀고 놀이터에 나가길 반복하는 아들을 보면 복장이 터집니다. 특히 주중에는 시간이 빠듯한데 동글이의 행태가 똑같다 보니 잔소리 폭탄을 쏟아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기어코 사달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동글이가 문제 순서를 보지 않고 1, 3, 2, 4로 적혀있는 문제에 1, 2, 3, 4 순서로 답안을 옮겨 적은 겁니다. 채점을 하다 보니 2, 3번이 3, 2번으로 숫자 하나 오류 없이 바꿔져 있는 것을 보고 촉이 딱! 왔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풀어보라'하신 선생님 말씀을 듣고 꾀가 난 것입니다. 강의를 듣는 척, 답안만 옮겨 적은 것이죠. 그러려면 야무지게 옮겨 적고 들키지나 말던지, 급한 마음에 후다닥 적어내려니 실수가 생긴 겁니다. 지난겨울 [답안지 베끼기] 후 [폭풍 잔소리] 사건 이후 답안지를 꽁꽁 숨겨뒀더니 욘석이 꼼수를 부린 겁니다. 역시 아이들의 잔머리는 늘 예상을 비껴갑니다. 


베끼려면 감쪽같이 하던가!!!


결국 또 잔소리 폭탄을 맞았고 적힌 답안은 지워지고, 다시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두 번째이니 세 번의 용서는 없다!'는 협박 어린 조언을 참지 않았고 말이죠. 잔소리를 참아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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