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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와 생각 Nov 26. 2021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글쓰기

조금은 까다로운 글쓰기; 1인 철학 출판사의 방법들

직관으로 글쓰기는 주제 탐색이 어려울 수 있다. 직관을 통한 영감이 늘 주어지지 않는다. 글쓰기가 싫으면 당연히 영감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까지 과제로 글 4장을 제출해야 하는데, 도저히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글을 완성하는 사람을 '이론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론가는 이론을 통해 문제를 찾아, 분석하고, 해답을 찾는 사람이다. 대부분 전문가에 속한다. 자신의 독창적인 이론이 있으면 좋지만, 대부분 유명한 학자, 학파의 관점을 따른다. 독창적인 이론을 정립한 사람도 이전의 관점을 답습하거나 비판하며 자신의 프레임을 갖춘다. Scholar Family tree를 참고해보면 좋다. 전문가는 타인의 시선에 올라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해서 도전하지 못할 글쓰기 방식은 아니다. 


에세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학자나 분야의 관점을 입혀볼 수 있다. 철학의 예를 들자면,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가지고 자신의 일상을 풀이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분야인 연애에 대입해보자.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만 하는 연애가 상호 간의 연애일까?' 데카르트의 시선에 따라 생각해보면,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만 하는 연애에 나는 없다. 그러므로 상호 간 사랑을 나누는 연애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론도 낼 수 있다. 생각은 멈출 수 없기에, 연애에서 내가 없던 적은 없다. 같은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곳에 대입해 볼 수 있다. 


특정한 사람의 이론을 글의 기준 삼는 일을 방법론을 세운다고 한다.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방법론을 배운다. 북미에서는 필수였는데,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난 배우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여러 방법론을 탐구하고, 자신의 방법론을 세운다. 시중에 방법론 책이 많으니 참고해 보면 좋겠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실생활에도 좋은 예가 있다. 종교인이다. 나는 개신교도이니 개신교를 빗대어 설명하자면, 성경의 내용으로 관점을 세우고 세상을 해석한다. 종교인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관점을 갖춘 상태에서 질문하고, 분석하며, 해답을 찾는다. 방법론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 예는 우리의 생활과 가깝기 때문에 헛웃음이 난다.


타인의 시선을 이용해 글을 쓰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공부를 미리 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숙지를 하고 있거나, 메모를 해 놓아야 한다. 교수 인터뷰를 할 때마다, 교수가 처음 물었던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 작가의 글을 얼마나 봤니?"


1차 저작물(공부하려는 저자가 직접 쓴 책)을 얼마나 봤냐고 묻는다. 어떤 철학자의 관점을 연구한다면서 읽지 않고 시작할 수 없다. 당시 나는 2차 저작물(해설서)을 꽤 봤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서 연구를 하며 1차 저작물을 볼 생각이었는데, 그래서는 안됐다. 적어도 좀 읽어야 된다. 


그럼에도 타인의 시선으로 글을 쓰면 장점이 있다. 첫째, 글쓰기 싫을 때 강제로 글을 쓸 수 있다. 직관이 영감을 언제 줄지 모른다. 때로는 영감이 무수히 떠오르지만, 오지 않을 때는 마냥 기다려야 한다.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시선, 즉 이론을 기반으로 글을 시작해 볼 수 있다. 논평과 비판에 적합하다. 만약을 대비해 한 명 정도는 숙지해 놓는 게 좋지 않을까? 글쓰기가 좋다면 말이다. 둘째, 이론에 따라 조직적으로 쓰기 편하다. 문제를 설정하고, 개념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고, 결론으로 차례를 구성해볼 수 있다. 다른 이야기로 빠지거나, 어느 한 부분을 잊고 쓸 염려가 적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조직적인 글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다. 차례만 보더라도 얼마나 조직적으로 썼는지 알 수 있다. 칸트도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프레임으로 삼아 책 전체의 구조를 짰다. 모두가 그렇게 쓸 필요는 없지만, 관점이 갖춰진다면, 직관을 통한 글쓰기보다, 구조를 조직적으로 짜기 용이하다.


직관을 통해 글 쓰는 일과 달리,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글을 써볼 수 있다. 미리 다른 사람의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해당 이론을 통해 프레임이 갖춰진다면,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쓸 수 있고, 조직적으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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