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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와 생각 Feb 24. 2022

글 때문에 듣기가 힘들어졌다.

쓰잘데기 없는 글을 씁니다. 



출판을 시작하고 글과 문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전에도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발화한 언어와 의미가 충동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고, 말을 귀로 듣기가 힘들어졌다. 실제로 회의 시간에 말과 의미의 충동적 관계로 인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같은 의미를 가진 다른 말 때문에 회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다른 의미를 지녔는데 같은 단어를 사용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곤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 생각이 많아졌고, 글이 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대부분 회의는 문서로 주고받는 편이 옳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실제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기보다 문서를 주고받으며 의미를 곱씹어 보는 편이 낫다고 여기게 되었다. 식당에서 왁자지껄하게 기획 회의를 하는 일은 편집자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밥 먹고 집에 가서 글로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 듣고 맞장구치면서 신나게 말을 필기해 놓으면, 집에 가서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비단 듣기의 문제만은 아닌데, 말과 의미의 충동적 관계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말을 어버버 하게 되었다. 우스갯 소리야 본디 충동적인 성격을 내포한 말이라 시원하게 벧고나면 된다지만, 대부분 말을 하는 동안 중간에 멈추고 생각을 한다던지 해서 듣는 사람이 긴장한다던지, 뱉은 말을 취소하고 싶어 주춤거리기도 한다. 글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던 시절에 말을 퍽 잘하는 편이어서, 주둥이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말로 먹고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직을 택해 살기도 했다. 이제는 말도 못 하는 천치가 되어 책상에서 하루 12시간을 넘게 보내곤 한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인간이 되었나. 


친구들을 만나면 3시간은 주구장창 떠들었다. 이제는 15분만 떠들어도 빈혈이 오는 것처럼 어지러운데. 엄밀히 말해 빈혈은 아니겠지만, 머리가 핑핑 돌아 머리의 혈액이 혀로 몰려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글로는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쓸 수 있지만, 말은 하는 일도, 듣는 일도 어려워져, 나중에는 원고를 들고 친구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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