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는 없다
곤란할 때면,
언제나 손가락을 부비적 비비적 거리며
얼굴을 붉히곤 했다.
난 도망자다.
내가 처음 연기를 꿈꾸던 20살,
방송을 잠깐 하게 된 적이 있었다.
막상, 기회가 왔으나 카메라가 두려워서
온갖 핑계를 다 댔다.
학업을 해야 한다는 둥,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는 둥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 같다.
그 이후로, 연기는 학교 생활로 끝내고
취업을 했다.
회사 생활 10년 차,
한 회사에서 10년 차
난 변화가 두려워서 한 곳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그런 걸까?
허나, 회사를 다니는 동시에 대학원도 다녔고
대학교 강의도 나가게 되고, MC나 방송 출연도
가끔 하게 되었다.
어쩔 때는 도망자가 되었다가도
어쩔 때는 변신의 귀재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동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겁이 났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젠 도망 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만 도망치자.
언젠간 모든 게 끝날 테니,
도망치지 말자.
한번 사는 건데 될 대로 되라지-
더 이상 도피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