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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Sep 05. 2023

고집을 버려야 빨리 합격한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지금의 부족함을 받아들이자


  우리는 때때로 고집을 부리며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자존심 때문이든,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서든, 그때마다 제각각의 사유가 있겠지만 특히나 수험생 입장에서 고집을 피우는 건 별로 좋지 않다. 합격하고 싶다면 공부 내용에 대해서만 고민할 게 아니라,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점점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오늘은 내 수험기간을 연장시켰던 몇 가지 고민을 소개하려 한다. 고집부리지 않았다면 공부 기간을 1년, 아니 2년도 단축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흑흑) 타산지석 삼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1. 강사에 대한 고집

 

  고시생 시절 내가 부렸던 고집 중 하나는 '강사'에 대한 고집이었다. 초시생 때 특별한 이유 없이 택했던 강사의 커리큘럼을 2~3년간 꾸준히 따라갔다. 당시에는 '의리'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고집에 가까웠다. 합격하기 직전 해에 이르러서야 여러 강사의 강의를 들었는데, 같은 과목이라도 강사마다 강점/약점이 달라 강점만을 발췌해 아주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의 경우 어느 강사는 거시경제학을 잘 설명했고, 누군가는 미시경제학을 잘 설명했다. 행정법의 경우 누군가는 기본 개념(원고적격, 대상적격 등)을 설명하고 암기를 시키는 데에 능했고, 누군가는 각 논점에 담긴 학설의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해 주었다. 또 누군가는 답안지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실전 팁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강사마다 강점이 달랐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들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으로 인해 몇 년을 한 강사만 따라갔었다.

  생각해 보면 여러 강사의 수업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강사를 바꾸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크지 않은 반면 (교재를 새로 구입해야 하고, 학원 위치가 바뀐다는 점 정도) 같은 강사의 강의만 반복해 수강하는 경우에 오는 문제는 치명적이다. 해당 강사가 잘 설명하지 못하거나 틀리게 설명하는 부분은 '맹점'으로 남아 내게 비수를 꽂을 수도 있고, (틀리게 설명하는 강사가 잘 없을 것 같겠지만 의외로 모든 내용을 100% 옳게 설명하는 강사가 더 드물다. 내 경험상 거의 모든 강사는 잘못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씩 있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오랫동안 공부하더라도 내 약점(잘 이해되지 않거나 외워지지 않는 파트)을 극복하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초시생 때 특정 강사의 예비-1순환-2순환-3순환 커리큘럼 전체를 들었다면, 그다음부터는 강사를 바꿔보는 것도 좋다. 괜히 "우리 선생님이 더 좋거든?" "너네 선생님 별로거든?" 하면서 편 가르기 하지 말자. 그럴 시간에 이 강의, 저 강의의 장점을 모두 쏙쏙 뽑아내자. 실력이 쑥쑥 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


 2. 직렬에 대한 고집


  특수/소수직렬이라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다만 전공 연관성이 떨어지는 일반행정, 재경직렬의 경우에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나는 4년간 재경직렬이었고, 마지막 해에 일반행정직렬을 택해 곧바로 합격했다. 그것도 제법 좋은 성적으로. 내 경우에는 재경직렬을 고집한 이유가 별로 없었다. 초시생 때 기획재정부에 들어가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정도에 관심을 가졌지만 진정한 내 선호라기보다는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부처에 가야지.. 하는 생각 정도였다. 이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은 탓에 수험기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글에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입직 후에도 부처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직렬을 고집하기보다는 합격을 가장 빨리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현명하다. 20대의 1년, 2년은 정말 너무 소중하다. 물론 빨리 합격해 봐야 어린 나이에 빨리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비극(?)이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수험생활을 오래 하는 것보단 빨리 합격하는 게 무조건 더 좋다.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컷이 낮은 지역직을 택해 빠른 합격을 노릴 거다. (물론 고시공부를 하는 대신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지만 ^^..? 그건 논외로 하고.) 지역직의 경우 광역지자체에 배치되지만, 통상 2~3년 뒤에 중앙부처로 넘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자체로 전입을 희망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도 적지 않아서 인사교류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부처를 골라서 옮기다시피 한다. 왜 별생각 없이 재경직을 고집했는지, 더 빨리 일반행정 직렬로 바꾸거나, 지역직으로 바꾸었다면 1~2년을 벌지 않았을까 조금은 후회가 남는다. 자신의 현재 직렬을 택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면, 이 직렬을 계속 고집하는 게 맞는지 한 번쯤 돌아보길 바란다.


3.  혼자 공부하겠다는 고집


  흔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고시생은 '고독하게 홀로 공부하는' 이미지다. 나도 그 이미지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남들과 어울리거나 대화할 시간에 혼자 강의 듣고 외우고 문제 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능공부가 좋은 친구를 곁에 둬야 잘 되는 것처럼, 고시 공부도 마찬가지다. 밖에 나가 친구를 사귀라는 말은 아니다. 스터디, 학교 고시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서로 힘들 때 토닥여줄 수 있고, 경쟁심도 생기고, 어떤 강의가 좋고 어떤 교재가 좋은지 정보도 나눌 수 있다. 공부는 안 하고 연애를 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미안하지만 연애가 언제부터 그렇게 쉬웠나? 한껏 멋 부리고 학교 다닐 때도 연애하기가 쉽지 않은데, 츄리닝 입고 다니는 고시반에서 이성친구가 생긴다? 생각보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터디에도 들어가고 고시반에도 가입하기를 권한다.

  나도 공부한 지 3년이 지나서야 고시반에 들어갔다. 처음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적응한 후에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합격하던 해에 고시반에서 2차 시험장에 13명이 들어갔는데 그중 7명이 합격했다. 고시반에 들어간 덕에 합격을 목전에 둔 실력자들과 함께 스터디할 수 있었다. 그때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은 공정위, 감사원, 국세청, 행안부, 금융위, 지자체 등등 여러 부처로 흩어져 지금까지도 든든한 동료로, 선배/후배로 곁에 남아 있다.


 4. 쉬지 않겠다는 고집


  이 얘기도 앞서 한 적이 있다. 나는 꽤 오랜 기간 '쉬지 않고 공부한다'라며 나를 몰아쳤다. 스스로에게 꽤 냉정하고 매몰찬 편이라, 지금도 야근하고 돌아와서도 글을 쓴다거나 유튜브를 촬영하는 등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지금이야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 게 아니니 주말에 잠 푹 자면 회복할 수 있다고 쳐도, 수험생 때는 이런 성격이 독이 되었다. 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무리를 반복하니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방전돼 학원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공부 계획에 차질을 빚기 일쑤였다.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하루를 통째로 허비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아주 어리석은 전략이다. 충전하지 않고 핸드폰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계획만큼이나 어리석다. 아이폰30프로가 나와도 (지금은 15프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충전은 해야 할 것이고, 시속 400km로 달리는 20억짜리 슈퍼카도 기름이 없으면 멈춘다. 머리가 아무리 좋고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제때 쉬지 않으면 방전되는 건 자연의 이치다.


아무리 비싼 차도 기름이 떨어지면 멈춘다 (출처: 엔카매거진)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쉬어야 한다. 밤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처럼 밤에 잘 자는 것 외에도 낮에도, 주말에도 시간을 정해두고 내게 쉬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공부할 수 있다. 쉬지 않고 공부하다가 한번 몸져누우면 그때까지 벌어둔 공부 시간을 몇 배로 뱉어내야 한다. 그러니 '쉬지 않겠다'는 고집은 버리고, 밥 먹고 잠시라도 낮잠을 청하고, 밤에는 푹 자고, 주말 하루 정도는 복습하며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두서없이 고집에 대한 짤막한 글을 썼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고집을 부려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오늘도 그런 류의 고집들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나부터 반성하자 싶어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여러분도 지금 고수하고 있는 공부법이나 전략이 있다면, 이대로 괜찮은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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