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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Aug 14. 2023

아무리 급해도 재정비는 소홀히 하지 말자

공부에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고시합격 후 총 60일에 걸쳐 유럽을 두 번 다녀왔고, 베트남, 홍콩, 대만, 일본, 미국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올해도 장대한 휴가를 계획 중인데, 조만간 여행기도 하나하나 풀어볼 생각이다.

  갑자기 여행 이야기를 꺼낸 건 '계획'과 '재정비'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여행을 무탈히 다녀오려면 사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다. 비행기표부터 시작해서 숙소, 교통편 등을 알아봐야 할 뿐만 아니라 내가 가는 여행지에 어떤 명소가 있고, 어떤 맛집이 있는지도 알아두어야 한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알아두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또한, 여행 중에 변수가 생겨 계획이 틀어질 때가 있는데 이때는 빠르게 재정비를 해서 남은 일정을 즐겨야 한다. 예를 들어 열차를 잘못 타거나, 늦잠을 자서 투어에 참가하지 못했을 때 등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한 번쯤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는 즐겁게 여행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급히 계획을 보완해 하루를 보내야 한다. 무턱대고 아무 길로 걸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바닥에 주저앉아 좌절하기에도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공부도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를 할 때도 내 나름의 방식과 전략을 바탕으로 계획을 짜게 된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전까지 1순환을 다 듣고, 방학 때는 2순환과 PSAT을 병행해야지..'하는 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축 공사가 사전에 고지했던 기간보다 지연되는 것처럼 공부도 100% 계획대로 지키기는 쉽지 않다. 계획은 동시에 '목표'의 성격도 지녀서, 내가 120%를 해냈을 때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짜게 되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계획을 지키기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때로는 공부 방식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초시생 때 별생각 없이 습관 들였던 공부법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음을 알았거나, 책(예를 들어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라든지..), 강의, 선배의 조언 등을 통해 새로운 학습법을 깨우쳤을 때에는 기존의 방식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섣불리 변화하지 못한다. 고집을 부려서가 아니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계획을 수정하고 전략을 바꾸는 재정비의 시간을 무척이나 아깝게 여기기 때문이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와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상황에서 공부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계획은 어떻게 수정할지 좀처럼 고민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재정비는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여유롭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니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는 것일 뿐이다. F1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피트스톱(Pit stop)' 장면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다. (피트스톱이 F1에만 존재하는 개념은 아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레이싱 경기에는 피트스톱이 있다)


피트 스톱은 말 그대로 경주차 정비 지역인 피트에 멈추는 것이다. 피트는 레이스가 펼쳐지는 트랙의 출발선과 나란히 만들어지는 정비 지역이다. 경주차는 이곳으로 들어와 고장 난 부위를 수리하거나 타이어를 바꾸고 다시 트랙으로 들어간다. 레이스를 펼치던 경주차가 피트로 들어가려면 별도의 길로 빠져나와야 하고, 작업이 끝난 뒤 다시 별도의 길로 트랙으로 들어서야 한다. 이때 드나드는 길을 피트 로드(Pit Road)라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전략의 출발점, 무게를 줄여라 (F1의 모든 것, 2012. 10. 3., 강재형, 김재호, 이명재, 김기홍)
F1 경기에서는 피트스톱 속도(시간)에도 팀별 순위를 매긴다. 그만큼 중요하다.

  

  이처럼 시속 200~300km로 질주하며 0.001초 차로 승부를 가르는 F1 경기에서도 재정비(피트스톱)는 절대 생략하지 않는다. 공부는 F1에 비하면 여유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F1 경기처럼 촌각을 다투어 재정비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무언가 개선해야겠다고 느낄 때 미루지 않고 재정비하기만 하면 된다.


  수험생들은 기존의 공부법을 벗어나지 못하는 관성을 보인다. 내가 이를 아는 이유는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누군가 더 좋은 공부방법을 알려줘도, 혹은 머릿속으로 느끼고 있어도 쉽게 적용하지 못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과 계획을 수정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풀어야 하는 문제와 복습해야 하는 강의 내용이 많다 보니 플랜과 전략을 수정할 새 없이 눈앞의 문제를 풀기에 바빴던 것이다.

  예를 들어, PSAT 양치기를 실컷 하다가 더 이상 양치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한다든가, 문제를 풀기만 하고 실수를 정리하지 않다가 이제는 실수정리를 해야겠다고 느낄 때. 이럴 때 당장 변화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하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여유를 내서 (단 30분~1시간이라도) 지금의 공부 방식과 바꾸어야 하는 공부방식을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에 따라 공부 계획을 수정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일피일 변화를 미루다 보면 몇 달 동안 관성에 매여 비효율적인 공부를 계속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공부법을 개선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일 지금 이 순간 모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당장 이번 주말에라도 카페에서 현재 공부법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것인지, 그럼 새로운 전략에 따라 공부 계획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방법은 빠르게 달리는 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바르게 달리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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