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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ul 20. 2023

노는 것과 휴식은 다르다

휴식은 공부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

  행정고시 2차 시험이 끝난 지 어언 한 달이 지났고 7급 PSAT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7급 공채 하루 뒤에는 리트도 본다던데, 혹시 둘 다 준비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체력을 잘 관리하길 바란다) 8월부터는 5급, 7급 수험생 모두 고삐를 조이고 달려야 할 시기다. 공부를 한창 해야 하는 시기에 왜 휴식에 대해 이야기하냐고?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도 충전기 없이는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듯,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휴식 없이는 공부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재충전을 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노는 것과 휴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휴식의 중요성


  오랫동안 어려운 공부를 이어가려면 제대로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액셀만큼 브레이크가 중요하고 (사실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다) 섭취만큼 배설이 중요하듯 휴식은 공부만큼이나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모르고 공부법만 익힌다. 전교 1등 친구에게 공부를 잘하는 법은 물어본 적이 있어도, 잘 쉬는 법은 물어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교과서에도 휴식법은 나오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들어봤어도 쉬라는 잔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우리가 휴식에 젬병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 법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노는 데에는 도가 텄는데요", "저는 노래방도 좋아하고, PC방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술자리도 좋아하는데 쉴 줄 모른다뇨" "대체 어떻게 더 쉬어야 하는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나보다는 잘 놀 거다. 나는 노래방도 좋아하지 않고, PC방은 좋아했지만 게임 실력은 영 별로였고, 술도 마실 줄은 알지만 제로콜라가 더 좋다. (이제 보니 그냥 놀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휴식은 이게 아니다. 노는 것과 휴식은 다르다. 여러분이 머릿속에 떠올린 휴식은 실은 노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2. 노는 것과 휴식은 다르다


  휴식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노는 것과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수 있겠다. 사전에 등장하지 않는 휴식의 진짜 의미는 '재충전'이다. 즉 일(공부)을 다시 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공부와 공부 사이, 일과 일 사이에 존재하는 잠시의 재정비 시간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백수)를 "저 요즘 놀아요"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논다는 의미는 '일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한편, 학교에서 수업시간 사이마다 존재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지 노는 시간이라고는 표현하지 않는다. 그만큼 휴식과 노는 것은 다르다. 해야 할 공부나 일이 없을 때에는 놀 수 있지만이어서 해야 할 일이나 공부가 남은 상황에는 휴식을 취해야지 놀아서는 곤란하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는 놀아도 되지만 (회사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해 재충전할 필요는 없다. 퇴근 후, 주말에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나 수험생에게 노는 시간은 있어선 안 된다. 노는 건 오직 합격한 후, 그러니까 수험생 신분을 벗어났을 때 가질 수 있다. 

  조금 더 간명하게 설명하자면, 노는 건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이고 휴식은 '체력을 충전하는 행위'다. 간혹 수험생들 중에 좀 쉬어야겠다며 친구들을 만나 술을 잔뜩 마시거나, 피시방에 가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모두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로 휴식이 아니다. 이렇게 놀면 공부할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체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기강도 해이해진다. (흔히 '풀어진다'라고 표현한다) 

  수험생은 철저히 루틴에 따라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 제대로 놀아버리면 루틴이 깨진다. '수험생이 아니던 시절'의 경험을 다시 하면서 기분이 싱숭생숭해지고, 수험생 세계에서 잠시 유체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만 놀아도 회복하는 데에 며칠이 걸린다. 이주, 한 달을 놀면 후유증은 더 오래간다. 한 달 놀면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데에 2~3개월은 걸린다. 한 마디로, 놀면 체력도 정신력도 소진하고, 길게 놀수록 타격도 심해지니 수험생은 놀지 않는 게 최선이다.


3. 휴식은 공부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


  합격하기 전까지는 놀지 말라니 다소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놀지 말라는 게 쉬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지금보다 더 쉬어야 한다. 생각보다 휴식이 부족한 수험생들이 많다.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방책임을 잘 안다. 나도 중학교 때 새벽 5시까지 공부해 봤고,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졸지 않기 위해 서서 야자를 했으며, 고시생 때도 주 7일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혹시나 '나는 쉬지 않아도 공부 잘만 하는데?', '나는 안 쉬고 몰아치는 타입인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적당히 쉬면 분명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누군가 우수한 성적으로 고시에 합격한 비결을 물을 때 나는 항상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1. 기본에 충실했던 것과 2. 규칙적으로 쉰 것. 그만큼 휴식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잘 쉬는 법'을 알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휴식은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스마트폰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최신 아이폰, 갤럭시라도 하루종일 사용하면 배터리 방전 직전이 된다. 이때 어떤 식으로든 충전을 해야 하는데, 충전기도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충전기는 속도가 엄청 느려서 밤새 충전해야 하고, (맥세이프 충전은 진짜 너무 느리다. 아이폰은 갤럭시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 물론 나는 아이폰을 쓴다)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만 충전해도 배터리가 절반 이상 찬다. 충전기만 성능 차가 나는 게 아니다. 휴식에도 성능(?) 차가 존재한다. 어떤 휴식은 시간만 잡아먹고 공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가 하면, 어떤 휴식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공부에 큰 힘이 된다.

 

언젠가 기술이 발달하면 배터리 교체형 스마트폰도 등장할까?


  그렇다면 좋은 휴식의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①적당한 시간 동안 ②규칙적으로 쉬어야 한다. 첫째로 적당한 시간이란, 말 그대로 시간을 너무 많이 쓰지 않는 것이다. 휴식이라고 하면 당장 수면을 떠올리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밤에 오래 자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휴식법이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수면 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옛말에 '사당오락'(네 시간 자면 합격 다섯 시간 자면 낙방)이라는 말이 있듯 자고로 수험생이라면 평소보다는 잠을 줄여야 한다. 

  대신 짧은 낮잠을 자는 편이 훨씬 낫다. '파워냅(Power Nap)'이라고도 하는데, 15분~20분 정도 잠시 자는 것이다. 깊게 자는 게 아니더라도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아침에 15분 더 자는 건 파워냅이 아니다. 아침에는 15분 더 자도 눈 뜨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15분~20분이라도 침대에 누워 자는 것 역시 파워냅이 아니다. 그렇게 자면 너무 깊게 잠들어 오히려 일어났을 때 머리가 아프다. 너무 깊이 잠들지 않는 게 개운하게 일어나는 비결이다. 그러니 파워냅은 책상에서 해야 한다. 

  

파워냅은 흔히 쓰이는 용어다. 애석하게도 파워스터디 방법은 없다

  

  

  나는 매일 점심 먹고 돌아와 양치한 후 바로 낮잠을 청했다. 15분~20분 정도는 잠이 오지 않아도 꼭 눈을 감고 쉬었다. 아무리 공부가 밀렸어도 그 시간은 지키고자 했다. 시험 직전까지도 그랬다. 오히려 2차 시험이 임박할수록 낮잠 시간을 늘렸다. 마지막엔 체력이 달려서 30분 정도 잤다. 나는 팔을 베고 자면 자꾸 숨이 식도로 넘어가 배가 더부룩해졌고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 연구를 열심히 했다. 결국 내가 택한 자세는 책상에 낮잠 베개를 올려두고 머리를 한쪽 옆으로 돌려 자는 방식이었다. (아래 사진 우측하단 자세) 낮잠 베개도 장만했다. 이런저런 베개를 여럿 활용해 보았지만 (아래 사진 우측 상단 베개도 사보았다) 결국은 단순하게 생긴 베개가 제일 활용하기 좋았다. 낮잠 베개를 장만하는 게 '본격적으로 자려는' 행위로 느껴져 께름칙할 수 있지만 낮잠 베개는 일종의 '초고속 충전기'다. 베개가 있어야 같은 시간 동안 더 개운하게 잘 수 있다. 


우측 하단 자세를 권한다. (좌상단은 이마가 빨개지고 침이 흐른다. 관절에도 좋지 않다. 우상단은 구현이 불가능하고 추하다. 좌하단 역시 침 흘리기 딱 좋은 자세다)



  다음으로, 규칙적인 휴식이 중요하다. 내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쉬어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 나는 매일 점심 먹은 뒤 낮잠을 청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밤에는 예능을 한편 보며 355ml 캔맥주 + 닭강정으로 쉬었다. 이건 노는 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으나, 체력이나 정신력에 지장이 없었으며 루틴에도 타격이 없었다. 그저 일주일 간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휴식이었다. 머리가 아프니 요란한 예능은 보지 않았다.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외국 휴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적잖은 힐링이 되었다. 이렇게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놀고 싶은 마음'을 휴식으로 달랬다. 일주일에 한 번 규칙적으로 쉬어주니 평일에는 집중이 잘 됐다. 주중에 갑자기 루틴이 무너져 친구를 만나거나 PC방에 가는 등의 일탈을 저지르지 않고 지루한 수험기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토요일 밤의 휴식시간에서 비롯되었다. 


4. 일요일을 잘 보내자


  적당히, 규칙적인 휴식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보통 주중에는 잘들 지킨다. 위기는 일요일에 찾아온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친구들이 한창 놀러 다니는 일요일, 고시촌에도 적막이 찾아온다. 주 6일 운영하는 학원도 일요일에는 문을 닫고, 누군가는 교회에 나가고 누군가는 본가에 돌아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마치 쉬어야 할 것 같은 하루다. 그러나 수험생에게 일요일 하루를 포기하는 건 사치다. 매주 일요일마다 쉬면 1년의 1/7이 사라진다. 

  나는 그래서 몸은 공부하되 정신은 쉬는 하이브리드 휴식(?)을 택했다. 일요일에는 평소보다 잠을 2~3시간 더 자고 일어나 일주일간 밀린 공부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카페에 갔다. 분명 공부를 하는 것이지만 독서실이 아닌 카페에 가니 기분전환도 되고 답답함도 덜어낼 수 있었다. 고시촌이 적막해지니 나도 쉬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하룬데, 정신적으로라도 쉬면서 '이건 공부가 아니라 휴식이다' 되뇌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요일에 평일처럼 공부하려 했다면 금방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 일요일엔 카페에서 공부하고 밥도 평소보다는 맛있게 먹어 다음 한 주를 대비하는 시간으로 삼았는데 제법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일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길 바란다. 아마 주중에 공부를 다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게 정상이다) 일요일에는 밀린 공부들을 따라잡고 한 주를 정리하는 날로 삼으면 좋겠다. 평일보다는 편한 복장(평일에도 편하게 입는데 어떻게 더 편하게 입죠?)으로 편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자.



  요약해 보자. 노는 것과 휴식은 다르다. 수험생은 놀아선 안 되지만 휴식은 반드시 취해야 한다. 대신 휴식은 내 루틴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불규칙해서도,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아가서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일요일은 마음이 풀어지기 좋은 하루이니 나를 너무 옥죄기보다는 '마음 편히 복습하는 날' 정도로 삼아 평일과 다른 방식으로 보내자. 그게 일요일에 대한 예의이자 다음 한 주를 준비하는 또 다른 휴식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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