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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un 21. 2023

행정고시 2차 시험
이렇게 마무리하자

기본이 탄탄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달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막연히 다음 주겠거니 했던 행정고시, 외교관후보자 2차 시험이 불과 3일 뒤여서다. 시험 직전에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자칫하면 완전히 때를 놓칠 뻔했다.

  시험은 6.24.~6.29. 주말을 끼고 5일간 치러진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일주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짧게 팁을 남긴다.


 



 

1. 우선순위를 따지자


  집에 불이 났을 때 칫솔 따위를 챙기는 사람은 없다. 가장 중요한 귀금속, 일기장, 노트북, 핸드폰 등 소중한 물건부터 챙겨야 한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시험이 임박할수록 가장 근본이 되고 중요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 당연하다고 느껴지겠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지키지 못해 많은 손해를 본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챙기게 되기 때문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부터, 즉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


2. 주요 과목을 챙겨라


  주요 과목을 반드시 잘 봐야 한다. 행정고시에서의 핵심과목은 경제학, 행정법 2개 과목이다. 이 두 과목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면 합격하기 어렵고, 반대로 고득점 하면 다른 과목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합격선을 넘을 수 있다. 첫날 행정법, 둘째 날 경제학을 치르는 만큼 스타트를 잘 끊어 기세를 드높이기 위해서라도 두 과목을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둘 중 한 과목에서 무너지면 남은 과목에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잘 못 보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3. 벼락치기도 똑똑하게 하자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벼락치기에도 실력차가 존재한다. 누군가 10만 볼트 벼락을 칠 때, 누군가는 100만 볼트 벼락으로 반칙(?)에 가까운 효과를 본다. (너는 피카츄 나는 라이츄)

  벼락치기를 잘하려면 강약조절을 잘해야 한다. 무식하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벼락치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로 기본이 되는 내용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본이 되는 내용이란 기본공식 및 빈출주제를 의미한다. 경제학에서의 효용 극대화, 비용 극소화 공식이나, 행정법에서의 원고적격, 대상적격, 국가배상법 등, 행정학에서의 관료제 이론이나 정치행정일(이)원론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기출문제는 기본을 묻는다. 최근 10년간 빈출주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한 후, 빈출 주제를 중심으로 벼락치기 하자. 자주 나오는 주제를 놓쳐선 안 된다. 남들이 다 맞히는 기본적인 문제를 틀리면서 합격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에 불과하다.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불의타에 대비해도 결코 시험을 잘 볼 수 없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불의타(예상치 못한 주제)가 등장해도 기본에 충실한 답을 쓰고, 이로써 다른 사람보다 몇 점이라도 좋은 점수를 얻는다.

  둘째로 불의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불의타 주제를 챙기려고 하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시험 직전에는 지난 10년간 출제된 적 없는 주제도 출제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동시에, 아무도 챙기지 않은 내용을 나만 외워 높은 등수로 합격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합격자 중에 그 어느 누구도 불의타를 잘 챙겨 운 좋게 합격한 사람은 없다. 본인이 설사 그렇다고 주장할지라도 그는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에 합격한 것이다. 정말 '불의타'가 나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불의타를 제대로 풀어 합격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불의타 문제를 놓치고도, 다른 기본기를 요구하는 문제들을 잘 풀어 합격한다.  (불의타는 응용된 이론을 사용하는 문제 거나 주제가 낯설기 마련인데, 이 모든 것은 기본이론에서 파생된 개념인 경우가 많아, 기본이론으로 충실히 답하면 생각이상으로 좋은 점수를 얻게 되고, 이렇게 붙는 사람이 더 많다) 

  3순환 기간에는 불의타 이론도 공부할 필요가 있지만, 벼락치기할 때는 불의타는 후순위가 되어야 한다. 주요 이론을 먼저 챙기고 불의타 이론들은 정말 짧게, 컴팩트하게 보고 넘어가자. 혹시나 외우지 못한 낯선 이론을 외우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악수를 두지 말자. 시험에 붙으려면 남들이 틀리는 문제를 맞히는 게 아니라, 남들이 맞히는 문제를 맞혀야 한다. 남들이 맞히는 문제만 다 맞혀도 반드시 합격한다.

  셋째로, 답안지를 쓰는 등 비효율적인 벼락치기는 삼가자. 간혹 2차 시험 전날, 다음날 과목에 대해 답안지를 작성해 보는 사람이 있다. 3순환 시기에 진작 끝냈어야 할 답안 작성 연습을 전날에 해서는 곤란하다. 답안을 작성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불안하다면, 주요 주제에 대해 목차만 잡는 정도의 벼락치기를 하자. 절대 전날에 답안지를 몇 페이지씩 작성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4. 컨디션을 잘 챙기자


  생각보다 시험 기간에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을 울며 공부하기도 하고, 몸에 탈이나 비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일주일을 보내기도 한다. 일 년을 잘 달려오다가 막판 스퍼트를 해야 할 시점에 넘어지는 꼴이다. 

  첫째로 잠을 소홀히 하지 말자. 벼락치기도 좋지만 잠을 너무 줄이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벼락치기를 하기보다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 번 더 보도록 하자. 그게 차라리 몸에는 무리가 덜 가는 방법이다. 

  둘째로 루틴을 지키자. 시험날 루틴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거나 먹지 않던 음식을 먹지 말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면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자. 

  셋째로 절대 중간에 무너지지 말자. 5일에 걸친 시험은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다. 중간에 한 과목만 삐끗해도 불안한 마음과 속상한 마음이 겹쳐 남은 일정을 잘 보낼 수 없다. 마치 5개의 허들을 연달아 넘는 기분인데, 하나의 허들만 건드려도 다음 허들을 넘을 때 불안이 엄습하기 마련이다. 다섯 과목을 모두 잘 보고 합격하면 좋겠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행정법을 망쳤다며 울면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이 최종합격하기도 하고, 희희낙락하며 다 잘 봤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탈락하기도 하는 시험이다. 어차피 상대평가다. 혹시나 시험을 잘 못 봤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5일만 버티자. 공부해 온 시간이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나의 100%를 뽑아내야 하고 결과는 나와봐야 안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통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시험은 결과로만 말할 뿐이다. 


5. 지나간 시험에 신경 쓰지 말자


  장장 5일에 걸쳐 시험을 보다 보니, 중간중간 내가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오전에 두 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고 고시촌에 돌아오면, 방금 치른 과목에서 잘 본 것인지 답을 맞혀보고 싶고 친구들과 비교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아무리 궁금한 마음이 크더라도 시험 전날은 정말 일분일초를 아껴 써야 한다. 지나간 시험의 답을 맞히느라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답을 맞혀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남은 시험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먼저, 답을 맞혀보았는데 결과가 좋다면? 우선 당장은 기분은 좋겠지만 자칫 싱숭생숭해져 다음날 시험을 방심하며 준비하게 될 우려가 있다. 어떻게 고시 2차 시험 전날 방심할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방심을 쉽게 한다. 거의 일주일 동안 긴장을 유지하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다. 이때 집중력을 내려놓을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어? 나 행정법, 경제학 둘 다 잘 봤네? 마침 내일은 정치학 시험인데,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이니까 뭐 적당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안 그럴 것 같아도, 진짜로 그렇게 된다. (나도 그랬으니)

  반대로, 답을 맞혀보았는데 틀린 문제를 발견한다면? 정말 최악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임에도 신경이 쓰여 내일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 계속 '그 문제에서 몇 점이나 깎일까' '진짜 내가 쓴 게 틀린 답인가?' 번뇌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는 다음날 과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2017년 합격하던 해에, 나는 2차 시험기간 내내 같은 고시반 선후배 2명과 같은 택시를 타고 고시촌을 오갔다. 그때 함께 택시를 타던 선배는 매일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택시에서 조수석에 앉아 내내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나와 후배가 "2번 문제 어떻게 썼어?"와 같은 쓸데없는 대화를 할 때, 자신은 듣고 싶지 않고 답을 듣고 싶지 않다며 정중하게 답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부탁까지 했다. 

  그 해 그 선배는 일반행정직렬 수석을 차지했다. 나도 꽤 점수가 높은 편이었는데 나보다도 평균이 3점이나 높았다. 내 기억으로는 합격선에서 평균 10점 정도 높은 성적이었다. 지나간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게 수석의 비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2차 시험을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그 선배가 경제학 소문항 하나를 잘못 풀었음을 알았는데, 그 선배는 자신이 불합격할까 봐 엄청나게 불안해했다. 만일 시험 중간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남은 과목을 치르는 데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2차 시험기간 일주일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을만하다. 나도 매년 2차 시험기간에는 '이거 인권유린 아닐까? 이게 고문이 아니면 뭐가 고문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6월 29일까지 남은 기간에는 먹는 데 돈 아끼지 말고, 교통비 아끼지 말고, 최상의 시험결과를 얻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자. 터널의 끝이 눈앞에 있다. 


여러분이 이번에 꼭 합격해서 나와 함께 서울역-오송역 무한 출장의 굴레에 갇히길(작년에 왔다갔다 150번 탔다), 새로 지은 정부청사 중앙동 헬스장에서 함께 고통받기를 기원한다





이 글을 읽는 2차 시험을 앞둔 여러분 모두가 (곧 출간되는) 내 PSAT책을 들여다볼 일이 없기를, 그냥 이번에 확 붙어버리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최종합격 후에 고시생 후배들에게 줄 선물로 사는 건 어떨까? ㅎㅎ)


 



◆ 유튜브 <할때하자 PSAT> : https://www.youtube.com/@PSAT-we1gv


◆ 도서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 : 6월 말 출간 (인터넷 서점, 교보, 영풍 및 고시촌 서점 구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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