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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Dec 13. 2021

PSAT 학원 모의고사, 풀어도 되나요?

조심해, PSAT 모의고사는 위험해


  기출문제를 외워버렸어요. 학원 모의고사로 연습해도 괜찮을까요?


  과외를 하던 무렵부터 연재 중인 지금까지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내가 워낙에 학원 모의고사를 평가 절하하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뾰족한 대안도 없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 과연 PSAT 훈련할 때 학원 모의고사는 풀어도 되는 것일까? 기출문제 경향과 달라서 풀면 안 되는 것 아닐까?


'PSAT 모의고사' 키워드를 구글에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화면. 참 많기도 하다.

   

1. 학원 모의고사와 기출문제와의 차이


  학원 모의고사가 기출문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면, 밑도 끝도 없이 모의고사를 풀지 않는 게 낫다는 이야기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원 모의고사 문제는 기출문제와 무엇이 다를까? 한 마디로 말하면 기출문제는 늑대의 탈을 쓴 양이고, 학원 모의고사는 양의 탈을 쓴 늑대다.



  ①출제 과정


  학원 모의고사는 대체로 강사 이름이나 학원명을 걸고 출제한다. (요즘은 법저에서도 모의고사를 내니 꼭 학원명이나 강사명으로만 모의고사가 출제된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학원/강사 간에 출제 스타일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문제를 제작하는 방식은 유사하다. 유예 중인 합격생들에게 아르바이트 형태로 문제를 제작하게 하며 문제당 소정의 대가를 지불(2~10만 원가량)한다. (강사/학원마다 지불하는 비용이 다른데, 고난도 문제를 만들었을 때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곳이 많고 문제가 너무 쉬우면 문제를 구입하지 않기도 한다)

  그나마 합격생이 문제를 만들면 다행인데, (사실 다행이랄 것도 없다. 합격생이 뭔데? 합격생이라고 반드시 PSAT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리란 법도 없다. 합격생 중에서는 자신이 PSAT 문제를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서 돈을 벌었는지 무용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영세한 곳은 아직 공부 중인 수험생에게 아르바이트를 맡기거나, PSAT을 치러본 적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연구원(?)'들에게 문제 제작을 맡기고는 한다. 그리고 문제가 만들어지면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핀 후 모의고사에 싣는다.

  학원 모의고사와 기출문제의 수준 차이는 바로 이 지점부터 발생한다. 기출문제는 학원들이 '문제가 완성되었다'라고 판단하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다시 말하자면, 학원에서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퀄리티가 기출문제에 있어서는 '초안' 정도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기출문제는 디테일한 출제 지침과 유형별 개수 할당을 통해 출제가 이루어진다. 현직 사무관 중 PSA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극히 일부의 인원과, 관련 전공 교수님들에게 아무도 모르게 출제를 의뢰한다. 그리고 인당 제작해야 하는 문제 개수를 할당함으로써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제작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질적 하락이나 편향 발생을 방지한다. 이렇게 문제 초안을 모아 문제은행에 저장하고 나면, 몇 차례에 걸쳐 출제위원을 모아 검토를 진행한다. 한 사람이 만든 문제를 출제자 본인을 포함해 최소 6명의 현직자 또는 교수에게 검토시키며, 이렇게 최소 한 두 차례(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문제는 추가로 검토하기도 한다)의 검토를 거쳐, 기출문제 2배수 후보로 선정한다. 그리고 시험이 임박했을 때, 과목당 10명 이상의 교수님과 10명 이상의 전년도 합격생을 모아 보름간 합숙하며 최종 검토 및 다듬기 작업을 시킨다. 이때 최종 기출문제가 선택되고 정제되며 이 과정에서 (수차례 검토를 거쳤던 문제임에도) 뼈대만 남고 거의 모든 내용이 바뀌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까지 검토를 해서 인사혁신처가 얻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출제경향을 유지하고, 개별 문제의 난이도를 적정 선에서 지키며, 이를 통해 예년과 큰 차이 없는 퀄리티의 시험을 출제하는 것이다. 적정 난이도와 경향을 유지하기 위해 유형별 문제 개수를 조절하고, 문제의 소재도 다양하게 섞을 뿐 아니라, 주는 문제와 시간을 빼앗기 위한 문제를 일부러 넣곤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출제 과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원 모의고사에 비해 기출문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학원은 문제 유형을 적절히 안배하지 못하고, 문제의 출제 경향을 검토하지도 못하며, 논리적 오류나 모호한 표현을 바로잡는 데에도 한계를 보인다. 심지어 역사적 사실과 같은 팩트체크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출의 경우 국문과 교수님과 사학과 교수님께서 합숙에 참여한다)


  ②경향의 차이


  위 같은 출제 과정의 차이는 곧 경향의 차이로 이어지는데, 강사/학원마다 경향이 또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험상 느낀 기출문제와의 차이는 대략 이렇다.

  언어논리의 경우 지문의 논리나 난이도가 너무 들쭉날쭉하다. 특히 논리 명제 문제의 경우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도대체 논리학 전공 교수님들의 퀄을 어떻게 따라잡을 텐가.. 난 그분들의 발 끝도 못 따라간다..) 그 외에 모든 유형의 지문에서 기출문제에 비해 거의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지문이 등장하곤 한다. 그래서 모의고사를 풀다 보면 때론 너무 어려운 지문으로 인해 헤매기도 하고 비논리적 지문(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냥 못쓴 글;;)이나 지나친 번역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냥 번역 잘 못한 글^^)의 지문에 괜히 고생하기도 한다.

  자료해석은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자료해석의 핵심이 '해석'에 있음을 간파하지 못한 수-많은 출제자와 강사들은 자료해석이 아닌 '자료계산'이라는 세상에 없는 과목을 만들어낸다. 혹자는 입법고시 자료해석을 들먹이며 기출문제도 이렇게 디테일한 계산을 요한다며 반박하는데, 미안하지만 입법고시는 행정고시와 과목명만 같을 뿐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개인적으로 입법고시 문제는 행시와의 경향 차이를 넘어,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졸속으로 만들어 내놓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입법고시 자료해석 문제를 보고 지레 겁먹지 말자. 행정고시와는 다른 시험이다. 아무튼 입법고시 기출문제는 둘째 치고, 학원 모의고사 문제를 보면 정말이지 가관이다. 계산기를 놓고 두드리지 않으면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줄곧 만들어서 죄 없는 수험생들을 괴롭힌다. 자신의 계산속도가 느리고 부정확하다는 데서 충격을 받은 초시생들은 학원 강사가 만들어 둔 두꺼운 계산 연습 책을 집어 들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듯 그 두꺼운 책을 지겹다 지겹다 중얼거리며 푼다. 영혼을 잃고 맹목적으로 계산 문제를 풀고 있는 수험생들을 보면 누가 저들을 좀비처럼 목적 잃고 헤매게 만들었나 한숨이 나올 뿐이다. 요즘 힘써 연재하고 있는 내용인데, 자료해석은 '해석'이 주가 되는 과목이다.

  상황판단은 또 어떤가. 상판은 법령 해석 문제와 퀴즈 등으로 구성된다. 실제 출제위원들은 여러 법령 중 옥석을 가려 문제로 만든다. 그런데 학원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법령정보센터에서 대충 최근에 개정된 법이나 시행규칙 등을 뒤져가며 문제를 만든다. (죄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상황판단 모의고사 문제를 많이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법령 문제를 만드는 게 참 쉬웠다) 그럼 결코 수준 높은 법령 문제가 나올 수 없다. 퀴즈는 (이론상으로는) 그나마 나을 수 있다. 퀴즈는 출제자의 아이디어로 제작이 되므로 아이디어만 샘솟는다면 참신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모의고사의 경우 단지 몇 명의 출제위원이 문제를 제작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레몬을 쭈욱 쥐어짜듯 (squeeze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을까 싶다) 퀴즈를 만들어 낸다. 결코 참신한 문제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억지로 만들어 낸 퀴즈가 탄생하거나, PSAT 경향과 어긋나는 저세상 퀴즈가 등장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과목을 불문하고 모의고사 문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숨은 문제점 중 하나는, 과목 간 문제 유형이 섞여버린다는 것이다. 언어논리에서 상황판단에서 나올법한 문제를 내버리거나, 자료해석에서 퀴즈를 내거나, 상황판단에서 자료해석 문제를 내버리는 경우가 (믿기 어렵겠지만) .부지기수다. 실제 기출문제를 만들 때도 과목 간 영역을 침범하거나 경계에 걸쳐있는 문제가 종종 등장하는데, 검토를 통해 100% 걸러낸다. (교수님 이건 언어가 아니라 자료해석인데요? ^^;) 그런데 학원 모의고사는 그런 필터가 없는 것 같다. 유형이 섞이면서 과목 간 영역도 불분명해진다. 이는 과목별 출제 경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위험요소가 된다.


2. 그래서 풀어요, 말아요?

 

  수험생들의 관심사는 풀어도 되는지 안되는지인데, 사족(?)이 너무 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풀어도 된다. 단, 기출문제를 충분히 풀어보고 출제 경향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된 이후부터 풀어야 한다. 출제 경향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무엇일까? 바로 모의고사를 풀다가 '이 문제는 출제 경향에서 벗어난 안 좋은 문제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기출문제를 풀면서 그 경향에 확실히 젖어들고 나면, 경향을 벗어난 문제를 접했을 때 낯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모의고사 문제를 풀면서도 기출문제의 경향을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한 채 훈련할 수 있으므로,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가 기출문제에 대한 감을 잃는 부작용을 극복해낼 수 있다.

  기출문제의 경향을 확실히 체득하기 전에 섣불리 모의고사 문제로 PSAT과 친해지지 말자. 특히 초시생이라면 더더욱 기출문제를 먼저 풀어보아야 한다. 기출문제를 외울까 봐 걱정이라며 모의고사 문제부터 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기출문제를 먼저 접해 PSAT이라는 시험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면 기출문제를 외우게 되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한번 깨달음을 얻는 사람에겐 더 이상의 훈련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 해에 PSAT 훈련을 단 이틀밖에 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익혀두었던 훈련법을 상기시키는 정도로 과목별 최소한의 문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갔고 세 과목 통틀어 8개 틀렸다) 그러니까 기출문제를 외울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기출로 PSAT을 접하자.  

  그리고 내가 앞선 글에서 누차 강조한 것처럼 기출문제는 풀고 난 뒤 오답분석을 하다가 외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문제는 실수였는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문제가 너무 어려웠는지, 아니면 찍었는데 틀린 건지 정도로 오답의 원인만 파악하면 그만이다. (오답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내가 실수가 잦은 지, 풀지 말아야 할 어려운 문제에서 시간을 낭비했는지, 찍는 실력이 부족한지 등을 알 수 있다) 문제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정말 불필요하다. 같은 문제는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수능 수학이라면 오답정리를 많이 해야지. 그건 매번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숫자만 바꿔서 나오니까. 그렇지만 PSAT은 절-대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정리해보자. 풀어도 되는지 묻는다면, 그래 풀어도 된다. 특히 기출문제를 너무 달달 외워버린 나머지 전혀 훈련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라면 모의고사를 풀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기출문제가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민경채, 7급 등) 정 없다면 모의고사를 풀자. 그러나 모의고사를 풀 때도 그나마 좋은 모의고사를 풀어야 한다.


3. 좋은 모의고사와 나쁜 모의고사가 있다? (그놈이 그놈 같아 보여도 급이 다르다)


  모의고사를 풀어도 된다는 (위험한) 발언을 해버렸다. 이제 그 발언에 책임을 져야겠지.. 모의고사 중 그나마 괜찮은 모의고사를 골라서 풀길 바란다. 이제 그나마 나은 놈을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역시 수험생들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①수강생/응시자가 많은 모의고사의 ②앞 회차 문제가 좋다.


  첫째로 수강생/응시자가 많은 모의고사 퀄리티가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의고사 문제가 좋은 퀄리티를 갖기 위해서는 '풍부한 출제자 POOL 구성'과 '다각적인 검토를 위한 과감한 투자', '문제당 높은 비용을 지불하여 출제 의욕 뿜뿜시키기'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이 요소를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과 '좋은 문제를 만들 유인'이 있어야 한다. 이 모두를 갖추는 최적의 모의고사는 바로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다. 왜 학원보다 강사냐고? 학원 또한 수준 높은 모의고사를 출제하기 위해 투자하지만 강사 개인이 자신의 이름(이라고 쓰고 인생이라고 읽는다)을 걸고 출제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강사는 모의고사 문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강사로서의 명성뿐 아니라 수명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강사는 문제 제작에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고, 우수한 출제 인력 풀을 구성하는 데에도 애를 먹는다. (모의고사 시즌에 건강상의 이유로 모강을 열지 않거나, 잠적하는 강사들이 생기는 건 실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수강생이 많은 강사의 문제가 개중에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물론 대형 학원의 문제도 중간은 갈 것이다)

  그럼 왜 앞 회차 문제가 좋을까? 학생들은 1회 차 모의고사를 풀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옮겨가곤 한다. 사실 특정 모의고사의 명성(입소문)은 앞의 몇 회차로 좌우된다. 그래서 강사/학원 누구든 간에 완성도 높은 문제를 앞 회차에 배치하게 된다. 굳이 입소문이 아니더라도 출제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앞 회차 문제가 좋을 수밖에 없다. 왜냐면 모의고사 문제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나쁜 문제는 보류하고 좋은 문제부터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의고사 강의 시즌이 다가올수록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면서, 마지막에는 문제 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보류해두었던 수준 낮은 문제도 싹싹 긁어서 모의고사에 배치하는 참사가 일어나곤 한다. (수능 대비할 때도 마지막에 푸는 봉투 모의고사의 수준이 가장 낮은 것과 같은 이치다. EBS 교재도 파이널 교재의 퀄리티가 제일 엉망이지 않았나?) 그래서 앞 회차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총 10회의 모의고사라면 앞에 1~3회 정도(뭐 4회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가 좋다. 어차피 PSAT은 10년 전 기출문제여도 경향이 비슷하고, 한 해가 지났다고 낡는 게 아니므로 올해 모의고사 9회를 풀기보다는 최근 3개년 모의고사의 1~3회 차를 푸는 편이 낫다. 모의고사 문제의 퀄리티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것은 내가 모의고사 출제위원으로 장기간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칙이다. (선생님과, 그리고 다른 출제위원 모두와 공감한 부분이므로 나만의 뇌피셜은 아니다)


4. 입법고시 기출은 풀어도 되나요?


  입법고시 기출은 극혐이다. 정말 싫다. 그렇지만 싫다고 다 버리기엔 또 아깝다. 입법고시는 전반적으로 행시에 비해 난도가 너무 높고, 전혀 다른 시험으로 봐야 할 만큼 차이가 있다. (토익과 토플이 영어시험이라고 똑같은 건 아니잖아? 토익을 토플 문제로 대비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입법고시는 정말 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입법고시는 선발 인원도 너무 적고, (사견이지만) 업무도 그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것이 큰 장점인데 국회 세종 이전이 얼마 전 확정되었기에 그 메리트도 곧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르륵)

  아무튼 입법고시에 대비하고자 입시 기출을 푸는 것이야 자유지만, 행시를 대비하고자 입시문제를 푸는 건 별로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풀 문제가 없어 그런 것이라면 (하긴 배고프면 뭐라도 먹어야 하니까) 입시 기출 중에서 상황판단이나 언어논리 정도만 풀자. 자료해석은 경향이 판이해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다만 언어논리도 지문/선지 난도가 높고 선지의 명료함도 떨어짐을 감안해야 하며, 상황판단도 전반적인 법률 지문의 길이가 너무 길고 퀴즈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위축되지 말자.

  나도 행시 PSAT은 매해 어려움 없이 여유 있는 점수로 합격했지만 입법고시에서는 한 번 밖에 합격하지 못했다. 대체로 시험 도중 '더러워서 못 풀겠네'라는 생각에 손절해버리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일교시 끝나면 집에 가고 싶어 울부짖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입시 기출을 풀다가 욕이 나오거나, 한숨이 나온다면 정상이다. 만약 쉽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100% 비정상이다. (당장 국회로 가버려)

  

 

5. 결론


  오늘 주저리주저리 쓴 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기출문제를 먼저 풀자. (외우지 않기 위해 제발 해부식 분석은 하지 말자)

  ②기출문제를 이미 달달 외워버렸다면 모의고사를 풀되, 응시생이 많은 모의고사의 매해 앞 회차 위주로 풀자. 그리고 명심하자. 모의고사를 풀 때 안 좋은 문제(경향을 벗어난 문제)를 맞닥뜨리면 (우리 인생에 하등 도움되지 않으니) 가차 없이 패싱하기로.

  ③모의고사를 넘어 입법고시까지 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언어/상황 위주로 풀자. 부디 난도가 너무 높다고 자신감을 잃지는 말자. (나도 입시 시험장에서 멘탈 나가서(분노조절장애 걸림..) 평균 60점대 받았지만 같은 해 행시에서는 90점대 받았으니까 여러분도 괜찮다)

   



  연말엔 기분도 싱숭생숭해지고 괜스레 기운이 빠지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에 신경 쓰자. 자고로 공부할 때는 잘 먹는 게 최고다. 공부가 잘 안된다면 잘 먹기라도 해서 체력을 비축해두자. 코로나로 온 세상이 시름인 이 난리통에 마스크 쓰고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일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분명 코로나도 끝이 있고 여러분의 수험생활에도 끝이 있다. 언젠가 세종에서 인서울에 실패(?)한 우리네 인생을 웃으며 한탄할 그 날을 그리며 힘을 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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