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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an 15. 2022

PSAT 시간관리는 이렇게 하자

속도보다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최근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PSAT 준비 시즌이 되니 다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모양인데, 앞서 문제당 2분씩 풀면 된다고 간단히 말하고 넘어갔더니 그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듯하다. 오늘은 PSAT 시험을 볼 때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다.



 

1. PSAT은 마라톤이다. 페이스 조절을 하자


  한 문제당 2분씩 잡고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일부 수험생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2분이 지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하나요?
푼지 2분 지났는데 1분만 더 풀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어떡하죠?  
  

  이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2분이 지났다고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도, 끝까지 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즉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올림픽 때 마라톤 중계방송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2시간 넘는 중계를 정주행(?)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마라톤 중계는 쭉 지켜보며 음미해야 그 묘미를 느낄 수가 있는데, 단거리 달리기가 선수들의 경이로운 스피드를 보는 재미라면, 마라톤은 선수들의 치밀한 페이스 조절 전략을 관찰하는 게 재미다.

  시작할 때 선두에 섰던 선수가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해 뒤로 처지거나, 초반에 눈에 띄지 않던 선수가 한 명씩 한 명씩 제치면서 어느새 선두로 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비로소 마라톤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마라톤 중계 역사상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순간이 아닐까 (출처 : 구글)


  나보다 앞에 뛰고 있는 선수들로 인한 불안을 억누르면서 동시에 막판 스퍼트를 뿜어낼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페이스 조절'은 체력과 정신력을 겸비해야 발휘할 수 있는 절정의 기술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마라톤 선수들이 대회에서 보여주는 페이스 조절 능력은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PSAT도 마찬가지다. PSAT은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누구나 끝까지 풀 수 있는 시험이다. 반대로 시간이 부족해 당락이 좌우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마라톤도 마찬가지 아닌가? 42.195km 여러분도 나도 완주할 수 있다. 하루가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아무튼 시간만 많이 주면 가능은 할 거다. 난 왠지 일주일은 필요할 것 같지만 ㅎㅎ,,)

  그러니까 PSAT은 마라톤만큼이나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이때 '문제당 2분'이라는 건 일종의 지표처럼 나의 페이스 조절을 도와주는 기준일 뿐, 어기면 안 되는 철칙이 아니다. 오히려 2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 페이스를 놓쳐버릴 수 있다.

  무슨 의미냐고?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PSAT을 풀 때, 한 문제를 풀 때마다 (푼 문제 수 X 2분)과 실제 흐른 시간을 비교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손목시계 스톱워치를 켰다. 참고로 난 시계를 보는 시간도 절약하고자 탁상시계가 아닌 전자시계를 썼다. 책상 끝에 두는 스톱워치에서 시험지까지의 거리보다 내 손목부터 시험지까지의 거리가 더 짧으니까) 만일 중간에 건너뛴 문제가 있으면 뛰어넘은 문제 수까지 감안해서 시간을 체크했고 내가 만일 빠르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문제를 풀고 뒤쳐졌다면 조금 더 속도를 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까지 한 문제도 거르지 않고 푼 뒤 시계를 확인했는데 스톱워치가 정확히 20분 00초를 기록하고 있다면 제 속도대로 푼 것이다. (만일 중간에 한 문제를 건너뛰었다면, 18분 00초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만일 19분 37초를 기록 중이라면? 내가 지금 빠르게 풀고 있는 것이므로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여유를 갖고자 한다. 즉 이런 상황에서 푸는 데 3분 정도 걸리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3분을 투자했다. 나에겐 약간의 시간을 더 투자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톱워치가 23분 12초와 같이 20분을 지나버렸다면, 좀 더 속도를 내고자 노력했다. 속도를 내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①풀 문제는 더 집중해서 풀고 ②건너뛸 문제는 더 빨리 포기하는 것. (말장난 같지만 사실 이 두 가지가 풀이 시간을 절약하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그렇게 나는 스톱워치가 80분 00초를 가리킬 때까지 문제를 풀었다. 건너뛰는 문제가 몇 개였든지 간에 80분이 되었을 때 마지막 문제(40번)까지 도달하고자 했다. (물론 대체로 실패했다) 80분 이후에는 남은 10분을 유동적으로 활용했는데, 만일 40번까지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면 85분이 될 때까지 남은 문제를 더 풀었고, (기적적으로) 40번에 도달했다면 85분까지 중간중간 생김새만 보고 도망쳤거나 풀다가 튄 문제 중 두 개 정도를 더 풀고자 했다.


  85분부터는 마킹을 시작했다. 마킹을 최대한 빨리 끝내면 87분경에 마킹이 끝나는데, 남은 3분은 답을 구하지 못한 문제를 찍는 데 활용했다. 보통 반쯤 풀다가 넘긴 문제라면 지운 선지가 최소 1~2개는 됐다. 이 경우 남은 선지 3~4개 중 한 개를 찍는 것이므로 답을 맞힐 확률은 25%~33%였다. 이때는 남은 선지 중 하나라도 더 판단한 후 답을 찍고자 노력했다. 그러면 정답률이 33%~50%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운 좋으면 답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할지라도 선지 1~2개는 반드시 제거해두는 편이 좋다. 나는 풀다 만 문제여도 선지를 지우다가 튄 경우가 많아서 찍어서 30%~50%는 맞췄던 기억이 있다. 2017년 합격 당시 93.3점이라는 평균 점수도 그렇게 얻은 점수다. 결코 다 푼 게 아니다) 나는 이렇게 90분을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알차게 털어 사용했다.


위 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문제당 2분씩 계산하여 나의 풀이 속도를 확인한다
② 80분 00초가 될 때까지 문제를 푼다
  - 만일 40번까지 보았다면, 85분이 될 때까지 중간에 건너뛴 문제를 푼다
  - 40번까지 못 보았다면, 85분이 될 때까지 계속 푼다
③ 85분 00초가 되면 마킹을 시작한다 (답을 고르지 못한 문제는 우선 마킹하지 않고 건너뛴다)
④ 마킹을 최대한 빨리 끝낸 후, 남은 시간 동안 답을 구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거나, 찍는다.

   

  다만 과목별로 페이스 조절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비유하자면 언어논리는 내게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 같았고 자료해석은 중간중간 방지턱이 있는 도로 같았으며, 상황판단은 비포장도로 같았다. 경우에 맞는 마음가짐과 대응 전략이 필요했다.


2. 과목별 전략은 어떻게 달랐나?

 

  나는 과목에 따라 아래와 같이 약간의 응용을 시도했다. (아래 응용이 정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의 사례를 공유할 뿐이다)


1) 언어논리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다른 두 과목에 비해 언어논리에 큰 부담이 없었다. (웃기지만 세 과목 중 언어논리 점수가 가장 낮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  

  언어논리는 다른 두 과목에 비해 버리는 문제 수가 적었고, 80분까지 풀었을 때 30번대 후반이나 운 좋으면 40번까지 도달이 가능했다. 그래서 위 풀이 전략에 맞추어 푸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 여유가 있음을 알았기에 중간중간 3분 또는 4분이 걸리는 문제가 있어도 넘기기보다는 되도록 풀고자 했다.


2) 자료해석


  자료해석은 언어논리보다 훨씬 긴장했다. (불안을 느꼈다는 게 아니라 방심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미다) 한 문제를 2분 내로 푸는 건 운이 좋아야 가능했고, 보통 5문제를 풀고 나면 11분 정도 시간이 흘러 뒤쳐지기 시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칫 넘겨야 할 문제에서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뒤에 있는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할 위험이 있는 과목이었다. 대신 자료해석에서는 어차피 시간이 뒤쳐질 수밖에 없음을 알았기에 시간이 좀 밀리더라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좋아 이 정도 뒤쳐지는 건 아직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풀면 80분이 됐을 때 컨디션에 따라 32번~36번 정도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40번까지 가는 게 목표라고 항상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40번까지 가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80분부터 85분까지의 5분이 무척 소중했다. (못 푼 문제 하나라도 더..!)

  이렇게 풀고 남은 문제를 찍으면, 채점했을 때 85~95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풀었던 문제 중에 틀린 것은 거의 없었고 (풀고도 틀린다는 건 집중력 훈련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풀지 못한 문제에서도 찍어서 맞춘 것들이 더러 있었기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3) 상황판단


  앞의 두 과목이 아스팔트라면, 상황판단은 비포장도로와 같았다. 다시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 했다. 핫식스 반 캔을 마시고 춥더라도 반드시 바깥공기를 쐬고 들어왔다. 일종의 의식행위와 같은 나만의 루틴이었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를 보면 여러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모드, 노멀모드, 스포츠모드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행 중에 필요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간혹 스포츠카(대체로 무척 비싸다)에는 핸들이나 기어노브 근처에 스포츠 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 빨간색 버튼(감성...ㅠㅠ)이 달려있기도 하다.  


스포츠모드로 변경 시, 출력이 높아지고 악셀의 반응이 더 빨라진다. 간혹 배기음이 커지는 차도 있다. (출처 : 구글검색)


  왜 갑자기 자동차 얘기를 꺼냈냐고? 나도 상황판단 과목은 일종의 '스포츠 모드'로 풀었기 때문이다. (말하고 보니 조금 오타쿠 같네;)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였다. ①완급조절을 하지 않았고, ②문제를 풀다가 답이 도출되면 나머지 선지를 분석하지 않고 (문제번호에 세모표시를 한 뒤)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첫째, 완급조절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문제를 풀다가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상판에서 앞부분 법률문제를 풀다보면 종종 문제당 2분 이내로 풀어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에도 항상 '가장 시간이 부족할 때' 처럼 책상에 바짝 붙어 앉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고도의 집중력과 신속함을 발휘하고자 했다. 즉 시간이 조금 여유있을 때에도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둘째, 답이 도출되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는 것은 조금 더 과감해졌다는 의미다. 문제를 풀다가 (문두가 '옳은 것은?' 또는 '옳지 않은 것은?'으로 구성된 경우) 간혹 선지 한 개만 분석했는데 답이 바로 도출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지문을 읽은 뒤 선지 ①번을 분석했는데 바로 옳지 않은 것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언어논리에서는 이 경우에도 남은 선지를 모두 판단해보았고, 자료해석에서는 시간 여력이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대응했지만 상황판단에서는 해당 선지에 대한 판단에 실수가 있었는지만 가볍게 다시 체크하고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남은 선지를 마저 분석하지 않음으로 인해 (풀이과정상의 실수를 발견하지 못해서) 이 문제를 틀릴 확률보다, 남은 선지를 마저 분석함으로 인해 시간을 추가로 소모하여 잃게 되는 점수가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껏 답을 빨리 찾아서 시간을 세이브할 기회를 얻었는데,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남은 선지를 마저 분석하는 데에 시간을 쏟는 것은 득점에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상판에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못 푸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시간이 없어 찍을 경우 정답률이 20%(5지선다)밖에 안 된다) 대신 혹시 시간이 남을 때 검토해보기 위해, 문제에 세모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마킹할 때, 내가 답으로 체크한 선지만 다시 판단해봄으로써 실수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추가로, 문제가 어렵다 싶으면 더 과감히 넘겼다. 자칫 미적대다가는 80분이 되었을 때 30번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넘긴 문제가 많아진다 해도 어떻게든 34번~36번까지는 도달하려 했다. 경험상 그래야 결과가 좋았다. 

  상판도 85분이 될 때까지 풀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마킹 후 남은 자투리 시간에는 문제를 찍는 와중에도 (다른 과목들에 비해 찍어야 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다 찍지 못한 채 시험이 종료되는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했다. 



3. 집중력 훈련을 위해 문제를 끊어 풀 때는 시간관리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서 열 문제씩 끊어서 집중력 훈련을 하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랬더니 페이스 조절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열 문제는 20분을 재고 풀고, 20문제는 40분을 재고 풀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페이스 조절 훈련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니까.

  

  열 문제씩 끊어서 풀었더니 1개년 시험(40문제)에서 총 몇 문제를 풀지 않고 넘겼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몇 문제를 건너뛴 것이 무엇이 중요한지 되묻고 싶다.  문제를 넘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문제는 반드시 맞힐  있는 '순간 집중력', 풀지 말아야  문제를 제때 넘길 '선구안' 중요하다. 고로 40문제중 몇 문제를 넘겼는지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PSAT 페이스 조절은 마라톤 선수의 페이스 조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지만, 다행히도 마라톤에서의 페이스 조절보다는 훨씬 익히기 쉽다. 40문제씩 몇 번만 풀어봐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딱히 의도치 않아도 40문제를 한 큐에 푸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만일 없다면 시험 직전에 1~2회만 40문제씩 풀어도 좋다) 그때만 시간관리 훈련을 해도 시험장에서 적용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새 비슷한 질문이 많이 들어와 게시글로 올렸다. 문제당 2분이라는 기준에 너무 목매지 말자. 그보다는 10문제든, 20문제든, 40문제든 내가 주어진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여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서, 찍어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 여러분도,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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