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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Mar 01. 2023

사람을 너무 멀리하지 마세요

외로움은 버티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

  2023년도 5급 공채 1차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시험일을 기준으로 일 년을 셈하던 습관이 남아서 그런지 시험일이 도래할 때마다 세월의 흐름에 깜짝 놀란다.

  고시생 때는 고사장 감독관의 정체가 그렇게도 궁금했는데(대체 누굴까), 입직 후 때마다 날아오는 ‘감독관 모집’ 공문 덕에 그들이 각 부처에서 차출된 현직자임을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시험장에서 감독관-수험생으로 마주쳤다가 훗날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인연도 (본인들은 절대 모르겠지만) 간혹 존재할 테다.


  난 얼마 전 본부를 떠나 타 부처로 파견을 오게 되었다. 정이 많이 들었던 업무를 갑자기 놓으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함께 손발을 맞추던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사람처럼(이것도 일종의 이별이다) 며칠간 침체돼 있었고 또 며칠을 앓았다.

  행정학 책을 보면 공무원은 Specialist보다 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글쎄..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답일까 싶다. 제너럴리스트고 뭐고.. 공무원도 사람이다.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은 오래 붙여둔 스티커를 억지로 떼었을 때처럼 마음에 모종의 흔적을 남긴다.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인사발령 통지를 받은 나는, 그간 쌓은 지식과 넓혀온 관계가 (겨우 일 년 반 머물렀지만 나는 감히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자신한다. 어느 분야를 맡은 사무관이든지 한 해 이상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알게 모르게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 아까워 매일 자정이 되도록 인수인계서를 작성했다. 다 쓰고 보니 A4용지 39페이지. 내 소관 산업 분야는 3개였고 사업(정책)은 48개였다. 이별 후에도 처절하게 매달리는 전남친처럼 후임 사무관과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이고 주고받으며 인수인계를 계속하는 중이다.

 

 타 부처로 오고 나서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본부가 괜스레 애틋하게 느껴지고, 새로 자리 잡은 이곳이 본부와 불과 5분 거리임에도 무척 낯설게 느껴져서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주제를 던지려 한다. 인간관계(라고 쓰고 외로움을 이겨내는 무기라고 읽는다)에 대한 이야기다.






  공부하다 보면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끊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기존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며, 연인과의 관계(먼저 있는지 묻는 게 예의임은 알지만 ^^..)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 등등.. 합격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수험생에게 모든 인간관계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관계 또는 도움되지 않는 관계 둘중 하나로 치환된다. 인간관계가 수험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다. 누군가는 주변 사람 때문에 준비하던 시험을 망치기도 하고, 귀인을 만나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 같은 합격에 이르기도 한다. 고시생들을 보면 작정하고 사람을 멀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과연 세상과 단절하고 굴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답일까?


1. 혼자 하는 공부는 처음이죠?


  대다수 고시생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연인과의 만남을 줄이고 홀로 공부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가 하루에 뱉은 말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겪게 되는 변화다. 친구가 있으면 괜히 놀고 싶고 연인과 데이트하면 기분만 들뜨니 애써 멀리하기도 하지만, 만나기 어려워지고 연락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소원해지는 탓도 크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휴학 후 고시촌에서 지내다 보니 대학 친구들을 만나기는 어려웠고, 핸드폰을 피쳐폰으로 바꾸게 되면서 카톡 세상에서도 사라졌다. SNS 계정도 없었다. 외로움은 고시촌에 들어간 지 불과 며칠 만에 엄습했다. 참여하는 스터디도 없고 (실력이 미천하여 스터디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경력직 채용공고만 가득한 가운데 경력이 전무한 취준생 같달까) 고시촌에 아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대학에서 맺었던 기존 관계와도 단절되니 눈앞의 글자보다 고독이 더 무서운 적으로 느껴졌다.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학원에 가도, 카페에 가도 혼자였다.

  공부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린 왜 이렇게 힘들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린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공부했다. 학창 시절에는 항상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고 빽빽이 앉아 야자를 했다. 그 힘들다는 고3 시절도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달랬고 외로울 틈은 없었다. 학원에서 새벽까지 공부를 했을지언정 (나는 중3 때 새벽 3시까지 학원에 있었다. 아동학대가 아닐까?) 결코 혼자는 아니었다. 재수는 좀 다르다고? 재수학원에도 같은 반 친구는 있다. 대학 공부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대학생은 공부를 거의 안 한다(?). 공부를 하더라도 조별 과제가 많고 주변에 같은 과 선후배들이 널려 있어 괜찮았다. 정리해 보면, 실은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도 혼자 공부해 본 경험은 없었다. (소름)

  


2. 고시생의 삼고(三苦), 그중 제일은 고독


  흔히 노인의 4대 고통을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이라고 한다. 적어도 고통의 측면에서만큼은 고시생은 노인과 유사하다. 무위고(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느끼는 고통)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시생의 고통이기도 하다. 즉 고시생의 삼고(三苦)는 빈곤, 질병, 고독이라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 바로 고독이다.  

  고시 공부는 지독하게 외로운 싸움이자 동시에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외롭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해야 맞다. 모든 사람은 외로움에 힘들어한다. 사람을 괜히 '人間'이라고 칭하는 것이 아니다. 두 존재가 기대고 있는 듯한 人(실제 유래를 이렇게 해석하기도 한다)과, 의미 자체로 관계의 뜻을 내포하는 間 모두 '관계'가 곧 우리의 존재를 정의함을 보여준다. 관계에 대한 욕망은 본성과 같아서, 잠을 자지 않을수록 졸린 것처럼 고독은 겪을수록 면역이 생기기는커녕 더 지독해진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 집돌이, 집순이처럼 선택적으로 홀로 있음을 택하는 상황과 말 그대로 혼자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단군신화 속 쑥과 마늘도 실은 고독을 형상화한 게 아니었을까)

  고시촌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혼잣말이 늘어난다. 주변을 스치는 사람은 많지만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얼굴만 익숙해진 낯선 이가 늘 뿐이다. (그중 몇몇은 훗날 세종에서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형 나 행정법 3순환 때 맨날 형 뒷자리에 앉아 있었어~" 같은 부처 동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오랜 인연이 될 수 있으니 착하게 살자)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외로운데, 애써 타인과 담을 쌓는 사람들도 있다. 스터디에 들어가지 않거나 스터디를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대학 고시반에도 가입하지 않는다. 간혹 스터디원들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자신에게 걸린 합격의 주문이 깨질 것처럼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악담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고독이 공부의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다. 노예의 발을 묶는 무거운 쇳덩이처럼, 외로움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자라난 고독은 우리를 슬럼프에 빠트릴 수도,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고독은 공부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된다.

  여러분이 겪는 고독은 모두가 느끼는 본연의 고통이다. 고독을 느끼는 자신을 자책하거나 다그칠 필요는 없다. 애써 참아내려 할 필요도 없다. 이를 악물고 참아도 잠을 자지 않는 이상 계속 졸린 것처럼, 외로움은 해소되기 전에는 계속 깊어질 뿐이다. 억지로 참다가는 잘못된 방향으로 (고시공부를 그만두게 되어버릴 수도 있다) 발현될 우려도 존재한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외로움을 덜어낼 방법을 찾는 것만이 답이다.


3.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현명한 전략


  외로움을 덜어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갑자기 연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있는 애인 없애지 말고 없는 애인 만들지 말라'는 고시촌의 오래된 격언처럼 연애를 하고 있다면 (데이트는 줄여야겠지만) 그대로 관계를 유지하면 될 뿐이고, 애써 연애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물론 애쓴다고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라는 말은 그룹스터디를 시작하거나 고시반에 가입하는 등, 고시 시험장이라는 전장에 함께 나설 전우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삼삼오오 모여 그룹스터디를 하는 것은 고시촌의 오래된 풍습(?)이다. 혼자서는 하루종일 집중력을 유지하며 공부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답안을 들여다볼 기회도 필요한 데다 모르는 부분을 질문할 대상도 있어야 하기에 커뮤니티(행시는 '행시사랑' 카페가 유명했는데, 지금도 그렇겠지? 혹시 7급 시험은 어느 커뮤니티가 유명한지 댓글로 알려주면 감사하겠다)를 통해 스터디원을 구하곤 한다. 나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만 나타나거나 이상한 사람들만 참여할까 봐 주저하게 될 수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자. 우리도 생각보다 실력이 부족하고 생각만큼 정상은 아니다(ㅎㅎ).

  한편 대학교 고시반은 학교 또는 단과대에 따라 활성화된 정도가 다를 테니 각자의 학교 분위기에 맞게 가입 여부를 결정하자. 나는 어지간하면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시반에 가입하면 일반적으로 별도의 공간에 지정좌석을 주고, 교과서가 비치된 서가도 마련되어 있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몸담았던 고시반은 전년도 합격생들의 설명회를 열고, 교재비를 지원하는 등 여러 특전(?)을 제공했다. (교재비 등 고시반 지원비는 전년도 합격한 고시반 선배들이 기부한 돈에서 나왔는데, 나도 합격 후 50만 원을 냈다) 이러한 특전이 없더라도 고시반 사람들과 강의를 함께 듣거나 스터디를 구성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만으로도 장점은 충분하다. 간혹 고시반에 들어가면 다 같이 친해져서 놀다가 다 같이 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고시반의 문제가 아니라 유혹에 넘어가는 여러분의 문제다. (실제로 그런 유혹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 난 겪어본 적도 없다)

고시반의 경우 바이오리듬처럼 몇 년에 한 번씩 몰아서 합격생이 나오기도 하고, 초시생의 비중이 높은 해에는 합격률이 저조하기도 하니, 해당 고시반에서 작년에 합격생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입을 주저하지는 말자. 저점 매수(?)의 기회일 수도 있다. (참고로 내가 합격하던 해에는 우리 고시반에서 2차 시험에 13명이 들어갔는데 7명이 최종 합격했고 전국수석을 배출했다)


  그럼 그룹스터디와 고시반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주면서 공부에 도움을 주는지, 장점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구성원 간 시너지가 존재한다. 홈트보다 헬스장에 가서 하는 운동이 효과적인 이유와 비슷하다. 옆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 있고 몸 좋은 사람이 있어야 나도 자극받아 열심히 운동하게 되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다. 스터디원, 고시반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받아 힘을 내게 된다. 이에 더해 공부 실력이 다름에서 오는 시너지도 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공부를 오래 한 사람은 내용을 알려주며 자신의 지식을 한 번 더 가다듬을 기회를 얻는다. (원래 무언가를 설명하려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을 가르치는 것은 나 자신의 지식을 되새기는 데에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초시생과 함께 공부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경험상 초시생들이 던지는 단순한 질문이 답하기 가장 어렵고 그만큼 내 지식을 다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니 손해라고 생각하기보다 같이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함께하자. (하다못해 쌩초시생끼리 함께 스터디를 하더라도 서로 가르쳐주며 배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효과적으로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언컨대 고시는 정보력의 싸움이다. 정보력의 차이가 합격을 가르는 열쇠가 된다. 굳이 고시촌에 들어가 공부하는 이유도 복사집에 배포되는 모의고사 문제를 비롯한 최신 자료를 제때 접하고, 학원 현장 강의를 들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논점과 이슈에 대해 귀동냥하기 위해서다. (복사집에서 프린트물을 출력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된 타 강사의 자료까지 출력하거나 복사집에 제본되어 있는 자료를 구입해 참고하는 건 정말 크나큰 도움이 된다) 행정고시 2차 시험 문제는 당시의 이슈와 트렌드를 반영해 출제하기 때문에, 최신 논문과 사회적 이슈 등에 귀를 기울이는 건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수험생활이 3~4년 차에 접어들어도 3순환 강의를 빼먹지 않고 수강하는 이유 또한 새로운 이슈를 파악하기 위함에 있다.

  다만 아무리 고시촌에 들어가 공부하고 복사집을 드나들어도 결코 얻기 어려운 정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수강하지 않는 강사의 수업에서 강조된 내용, 내가 읽지 않은 교과서에 나오는 훌륭한 구절이다. 오직 그룹스터디나 고시반에 들어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가장 도움 되는 정보를 얻곤 했다. 지금 생각나는 정보만 정리해도 줄줄 읊을 수 있다. 내가 가장 효과를 보았던 미시경제학 교재(임봉욱 교수님의 미시경제연습이라는 저서였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여러 경제학 교재 중 이준구 교수님의 저서는 기본 내용을 익히기에 좋고, 서승환 교수님의 저서는 복잡한 미시경제 그래프를 익히기에 좋으며, 정운찬 교수님 저서의 내용 중 루카스 모형이 특히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중간에 교재가 전면 개정되면서 개정되기 전의 매력을 일부 잃었으니 개정 이전의 교재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까지 전해 들었다. 행정법의 경우 홍정선 교수님의 저서만 보던 내게, 홍 교수님의 경우 독일에서 공부를 하셨으니 프랑스 쪽에서 공부하신 정하중 교수님의 저서나 박균성 교수님의 저서도 참고하라는 이야기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건네준 이야기였고 공부에 정말 크나큰 도움이 됐다.

  셋째, 외로움을 덜어내는 데에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그룹스터디원이나 고시반 사람들과는 같은 시험을 준비하므로 고민과 고통을 나누기 좋다.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된다. 가끔 점심을 함께 먹거나 2차 시험을 마친 뒤 뒤풀이를 하면서 둘도 없는 공부 메이트가 되기도 한다.(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경우도 있다. 애석하게도 내 얘기는 아니다) 건전(?)하게 운영된 그룹스터디, 고시반 사람들과의 관계는 세종에 내려와서까지 이어진다. 나는 초시생 때 참여했던 그룹스터디의 친구들과 지금도 종종 세종에서 밥을 먹고(지금은 전원이 합격해 각기 과기부, 국세청 등의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고시반 사람들과도 때때로 각자의 근황을 공유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간혹 스터디원이나 고시반 친구들이 술친구가 되어버리거나 코인노래방 메이트가 되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룹스터디나 고시반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구성원 개인의 문제이니 이를 이유로 그룹스터디와 고시반이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배격하지는 말자. (음주 운전할까 두려워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의지박약으로 생기는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지 말자)  함께 놀자는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다. 누가 함께 놀자며 칼 들고 협박하지는 않는다.    



  이상이다. 물론 고시반이나 스터디가 주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관계가 틀어지면 안 사귀느니만 못하고 (연인 관계가 특히 그렇다) 스터디 분위기가 나쁘거나 도통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 그룹스터디를 해보고, 고시반 생활을 수년간 경험해 본 결과 도움 되는 점이 더 많았다. 외로움은 홀로 버텨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어 극복하는 것이다. 적절한 휴식이 공부에 도움이 되듯 적절한 인간관계가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함께 공부할 전우를 찾아 쑥과 마늘을 나눠 먹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보자. 장담컨대 몇 년 뒤에는 세종 시내의 어느 카페에 앉아 "야, 서울 그립지 않냐"하면서 웃고 떠들 날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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