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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Apr 23. 2023

늦잠 잤다고 하루를 망친게 아니야

계획의 90%만 지켜도 합격한다



  요즘 신림동에서는 정신없이 3순환 강의가 돌아가는 중이다. 초시생이면 처음이라 힘들고 N수생이라면 지겨워서 힘든 시기다. 몇 년을 겪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지옥 같은 일정이다.

  피셋 시험일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났고, 2차 시험도 두 달 남짓 남았으니 지금이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양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절반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반이나 왔다고 느끼다가도 반밖에 안 왔다는 사실에 숨 막히기도 한다. 이 시점이 고비다. 이때 한번 생활패턴이 무너지면 돌이키기 어렵다. 3순환 사이클만 여차저차 따라가면 합격의 8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아직 이 달리기의 승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은 남은 두 달을 잘 보내기 위한 작은 팁을 전하고자 한다.


1. 우리가 하루를 망치는 법


  이번에도 내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나는 본투비 올빼미 스타일이다. 학창 시절에는 항상 새벽까지 공부했고, 직장 생활이 몸에 밴 지금도 새벽 한두 시에 잠들기 일쑤다.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의무(?)가 없었던 고시생 때는 더 심했다. 새벽까지 두 눈을 말똥히 뜨고 있었고 그 대가로 아침엔 전날밤 나를 원망하며 고통 속에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밤에 졸음을 참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해가 진 뒤에 정신이 맑아지는 타입이었을 뿐.

  그러나 고시생 때는 잠시 아침형 인간 흉내를 내야 했다. 아침 8시부터 100점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3순환 시기에는 아침부터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했기에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나 3순환 일정은 지독할 정도로 빡빡했다. 머지않아 체력이 달렸고 점점더 일어나기 힘들었다. 열흘에 한 번 꼴로 늦잠을 자거나, 일어나도 ‘오늘은 쉬어야 해’라며 박약한 의지를 체력관리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포장하며 방에 숨기도 했다.

  하루를 망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침에 한두 시간 늦잠 잔 날에는 하루가 꼬였다는 생각에 종일 집중하지 못했다. 어차피 오전은 거의 날렸으니 독서실에 가봤자 잠깐 뒤에 점심 먹으러 나서야 하고, 오전에 예습을 못했으니 오후 예정된 3순환 강의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강의 복습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 저녁 8시 예정된 그룹스터디도 준비 못하고 참석할 테고, 스터디 복습은 꿈도 못 꾸고 오늘 강의를 꾸역꾸역 복습하다가 하루가 끝날 게 뻔했다.

  공들여 세우던 도미노가 중간에 무너졌을 때 이런 기분일까? 이렇게 비극적인 하루가 예견되는 순간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에이,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이놈(?)의 방어기제는 나의 예견을 그대로 실현시키는 마지막 한 조각이다. 완벽하게 망친 하루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것이 초시생 무렵 내 3순환의 기억이다.


2.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하루를 날리지 말자


  오전 몇 시간을 낭비했다고 하루를 망치는 심리는 완벽주의에서 기인한다. 완벽함이 깨진 속상함 때문에 그간 완벽을 유지하는 데에 쏟았던 긴장을 내려놓는 행위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속상할 일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옷, 핸드폰, 차 등)을 사면 금이야 옥이야 다루며 완벽하게 관리하려 노력한다. 자동차 대시보드에 붙은 비닐을 떼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한다. 그러다 접촉사고라도 나거나 어딘가에 긁는 경우 비닐도 쫙쫙 떼어버리고, 차도 전만큼 아끼지 않는다. 완전함이 깨지며 느낀 속상함을 완전함을 지키는 스트레스를 내려놓아 보상받으려 한다. "에라 모르겠다"랄까? 나도 한참을 그랬다.


 1차 시험이 끝난 날부터 2차 시험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대략 4개월 남짓이다. 올해의 경우 3월4일(PSAT)부터 6월24일(2차 시험 시작일)까지 113일이 주어졌다.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하루가 1%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의 무게가 생각보다 크다. 절대 하루를 통으로 날려서는 안 된다. 2주에 한 번만 하루를 날려도 남들보다 공부할 시간을 10% 가까이 잃는다.

  겨우 1~2시간 늦잠 잤을 뿐인데 하루를 포기하는 건 몹시 어리석다. 시험 전날이라면 하루를 통째로 허비했을까? 오늘 하루나 시험 전날이나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공부하는 계획을 세웠을 때, 오전 11시에 일어나더라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13시간이 남아있다. 오늘 하루가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남은 시간까지 몽땅 망쳐버려서는 곤란하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관점을 바꾸어야 합격에 다다를 수 있다.


3. 계획의 90%만 지켜도 성공이다


  하루의 시작을 망쳤다고 그날을 허비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낳는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공부한다면, 한 주에 1/6의 시간을 날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에게는 조금의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PSAT에서 100점을 목표로 삼으면 한 문제만 못 풀어도 멘탈이 무너지는 것처럼, 계획도 100%를 지키겠다고 생각하면 항상 좌절하게 된다.

  계획은 종전처럼 꼼꼼히 세우되, 일주일간 목표의 90%만 달성하겠다고 생각하자. 한 주의 공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할 때, 평균 90점만 유지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하거나, 학교 축제에 놀러 가거나 고시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도 정말 많은 데다, 몸이 아파서 며칠을 날리거나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도 적지 않다. 90점은커녕 50점도 지키지 못하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이 많다. 어느 누구도 100점짜리 삶을 살지는 못한다. 계획에 얼마간의 차질을 빚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남은 시간을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계획이 조금 어긋났더라도 남은 일정은 계획대로 가면 된다. 지키지 못한 앞의 일정이 뒷 일정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종양을 절제하는 마음으로 머릿속에서 떨쳐내자. 앞뒤 일정을 독립사건처럼 여겨야 한다. 늦잠을 자서 오후 강의를 예습하지 못했더라도 오후 강의는 계획대로 듣고, 복습하고 저녁 스터디 준비도 계획대로 해야 한다.

  계획이 틀어질 경우까지 고려해 계획을 세우자. 계획이 어긋나면서 지키지 못한 10%는 일요일에 바로잡으면 된다. 처음부터 90%를 목표로 삼고 남은 10%는 일요일에 보충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계획과 달리 늦잠을 자거나 친구를 만나는 일이 생겨도 큰 스트레스 없이 남은 하루를 집중해서 마무리할 수 있다. 나는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카페에서 주중에 소화하지 못한 내용이나 지키지 못했던 계획을 지키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월요일부터 다시 달려야 하니 쉬는 기분으로 여유 있게 임했다.

  그런데, 계획이 어긋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4. 계획된 휴식이 있어야 계획된 공부가 가능하다


  계획대로 하루 일과를 지키면 루틴을 지킨 선수처럼 마음이 가뿐해지고 산뜻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계획이 착착 지켜지면 공부도 잘 된다. 계획의 90%만 지켜도 성공이지만 95점, 98점이 되면 더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니 계획이 어긋날 상황을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험생의 시간은 공부와 휴식, 오직 두 가지로 구성된다. 늦잠을 자는 일도, 예정에 없던 친구를 만나는 일도, 독서실에 가지 않고 코인노래방에 발걸음을 옮기는 일도 모두 공부가 아닌 휴식을 택한 결과다. 이렇게 공부에 차질을 빚는 일을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휴식도 계획적으로 취하면 된다. 계획된 휴식 이외 나머지는 모두 공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휴식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휴식에도 좋은 휴식과 나쁜 휴식이 있다' 참고) 그 글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휴식을 위한 시간을 할당하자. 공부 계획만 있고 휴식 계획은 없으면 예기치 못한 시점에 휴식을 취하게 되면서 반드시 공부 계획을 그르치게 된다.

  내가 매주 토요일 밤 닭강정과 맥주를 벗 삼아 원룸에서 윤식당을 보며 새벽까지 여유를 즐겼던 이유도, 평일 점심을 먹은 뒤 졸리지 않아도 꼭 20분은 낮잠을 청했던 이유도 다 마찬가지다. 계획적으로 쉬면 당연히 계획에 없던 휴식이 줄어든다. 늦잠 자는 일도 줄고, 갑자기 인내심이 폭발해서 노래방을 가거나 사람들과 술약속을 잡는 일도 없어진다.

  




  3순환 시기는 정말 힘들다. 힘든 이유는 결코 머리가 나빠서도, 성실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자신의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주변의 효과적인 공부법을 끝없이 벤치마킹하되, 절대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자. 조건없이 스스로를 응원하자.

  휴식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이 시기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다. 건강을 지키지 못해 며칠 앓아눕는 만큼 큰 손해는 없다. 아프면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공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공부하겠다고 밤늦게까지 독서실을 지키다가 이틀만 앓아도 그간 쏟았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지속가능한 계획을 바탕으로 남은 절반의 레이스를 건강하게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바란다. 반환점까지 달려온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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