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_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

공간의 태생과 연출된 공기의 저항적 합일

by Project Space Kosmos

프로젝트스페이스코스모스의 올해 첫 전시 《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은 단지 한 번의 전시를 넘어서, 조경재라는 작가이자 기획자가 오랜 시간 밀고 당기며 다져온 ‘현장의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실천의 단면이다.

그가 '코스모스'라는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작품이 존재하는 ‘장’에 대한 고민, 즉 완결된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누구와, 어떤 리듬과 충돌을 통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이 그 시작이었다. 전시는 종종 작품을 소유하거나 해석하는 프레임으로 기능하지만, 조경재가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이유는 오히려 그 틀을 비틀고, 작가와 작업, 관객과 공간이 충돌하고 섞이는 순간을 앞에 두기 위함이었다.

그는 지난 5년여 간 ‘공간서울’을 포함한 일련의 실험적 공간을 운영하며, 신진 작가 및 예비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해왔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언제나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협업, 공간 감각, 전시의 실질적 구조, 시공간에 대한 감각적 통찰, 그리고 타인과의 긴장감 속에서 나오는 발화—이 있었다.

<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의 '전시입구

이번 전시 역시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학부생, 대학원생, 혹은 이제 막 전시장이라는 환경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들이 처음부터 공간을 답사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감각을 교환하고, 끝내는 물성을 함께 구축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탄생한 《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은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의 구조' 자체를 드러내는 전시다. 조경재가 구축해온 이 느슨하지만 뚜렷한 구조는 단발성 전시나 단위 워크숍과는 다르다. 그는 전시라는 형식 그 자체를 교육적 매체로 전환시켰고, 이를 통해 작가들이 현장의 감각, 시공간적 책임감, 그리고 전시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몸으로 겪게 한다.


올해 첫 전시인 《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은 기존 프로젝트스페이스코스모스의 전시들보다 한층 더 무게감 있는 밀도로 구성되었다. 공간의 태생적 풍경들—폐쇄된 출입구, 할아버지들의 동창회가 이뤄지는 작은 방, 낡은 합판에서 풍기는 곰팡내—는 전시의 리듬을 묘하게 조정하며,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전시 자체의 연출 언어로 전환된다. 이것이 가능해 지는 데에는 오랫동안 코스모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의도된 의도치 않은 풍경과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나오는 긴장들을 페이소스로 드러낼 수 있는 담대함이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천장을 낮춰 만든 좁고 긴 통로, 벽 위에 뿌려진 스프레이 가이드는 공간 전체를 일시적인 공사 현장처럼 변모시키며, 관객의 감각을 이동시킨다. 공기 흐름을 따라 조율되는 미세한 소음과 냄새는 전시의 무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모든 세팅은 수조, 이끼, 구슬 같은 물성과 함께 정교하게 배열되어, 불안정하면서도 뚜렷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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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둥지, 흐르는 말, 남겨진 물》은 무언가를 완성해 보여주기보다는, 일시적인 감성 안에서 피어나는 농담처럼 존재한다. 어딘가 흔들리며,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 같은 이 구조는 결과보다는 과정, 해석보다는 접촉에 가까운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작품이라는 형상보다는 공기와 접촉하게 되는 이 전시는, 코스모스라는 공간의 고유한 감수성과 겹겹이 교차하며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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