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함에 있어 무엇이 중요할까
사실 결혼보다는 출산을 하면 생활이 정말 많이 달라진다고들 하고 더욱이 우리 커플은 오래 만나 결혼을 한 만큼 결혼 전후가 별로 차이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해보니 단순히 오래만나는 것과 결혼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일단 서로에게 소속감이라든가 유대감이 좀 더 생기기도 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이건 개인 특성이 있을 것 같은데, 나의 경우 미혼 때는 늘 조급하고 무언가를 해야할 것만 같았는데 그런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 생각은 심플해졌고 생활은 안정적이 되었다. 반대로 신랑은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덜 나태하게 살게 되었다고.
늘 나와 함께하는 '가족'이 하나 있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가족이 어떤 사람인가는 그만큼 너무나도 중요하다.
결혼 전후로, 왜 그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하는지(혹은 어떤 사람을 피해야 하는지) 질문을 종종 받았다. 결혼 전 나도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만나야 하는건지, 착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누구는 결혼할 사람을 보면 첫눈에도 느낌이 온다는데, 우린 그런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내다보니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보다 인성 좋은 사람은 못만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성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적어도 결혼에서 '실패'는 안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다.
미혼일 때는 오히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정립하기 힘들었는데, 결혼을 해보니 뭐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보다 명확히 보인다.
경영학이론 중에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이라는게 있다.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에서 만족과 불만족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만족과 불만족은 다른 차원의 것으로서, 이를 결정짓는 요인들이 다르다는 거다. 예를 들어 직장의 급여나 안전 등의 요소들은 충족되지 못할 경우 불만족을 초래하고, 이 요인은 위생요인이라고 한다. 반면 자아실현이나 인간관계, 존경 등은 만족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동기요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내 생각을 좀 더 더하면, 사람마다 위생요인과 동기요인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월급은 나에게 단순히 불만족만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는건 아닌거 같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나서, 회사처럼 가정에서도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이 적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배우자보다 더 조건이 좋은(직업이 더 좋거나, 집안에 더 돈이 많거나..) 사람만 만나자고 했으면 아마도 만났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조건들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부부간 갈등의 소지만 되지 않으면 충분하고, 배우자의 다정함이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건 나한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것 같다. 어떤 요인이 나한테 불만족을 가져오고, 어떤 요인이 만족감을 가져오는지 말이다. 나는 배우자와 함께 요리해먹는 즐거운 저녁 시간이 소중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중한 사람이다. 돈이나 집안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돈을 2배 더 벌어오더라도 집에 매번 늦게 들어오거나, 나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면 행복감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다. 살아보니,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더라.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주변에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서 성공한 친구가 있는데, 맞벌이를 하면서도 매주 시댁에 가서 일을 돕고 아침마다 신랑 식사를 차려주지만 행복해한다. 그게 당연한 여자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같은 상황이었으면 나는 좀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지만, 친구도 반대의 상황에서 그랬을 수 있다. 이건 사람마다 정말 다른거다. 내가 정답도 아니고, 친구가 정답도 아니다.
중요한건 나에게 무엇이 정답인지를 찾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나에게 동기요인이고, 위생요인인지부터 갈라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