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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n 20. 2020

소수자들이 타고난 코미디언인 이유

트레버 노아의 자서전과 하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보고

남아공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데일리 쇼(Daily Show)를 진행하는 트레버 노아(Trevor Noah)의 자서전인 'Born a Crime'을 읽으며 하나 개즈비(Hannah Gadsby)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들을 떠올렸다.

인종 간 교류가 엄격히 금지된 아파르트 하이트 시기, 코사족 어머니와 독일계 스위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흑인들의 시선에는 너무 밝고, 백인들의 기준에는 너무 어두운 피부로 그 어떠한 집단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러 민족들의 고유한 언어/문화와 분리정책으로 파편화된 남아공의 척박한 상황에서 그는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 있는 정체성을 소수자 성으로 생각해 사회에서 자신을 배제시키기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포용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대마상은 파티에서 항상 환영받는다. 내부 집단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것 덕분에 일시적으로 초대받는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흑인/백인 모두에 속할 수 없는 유색인(colored people)이기에, 트레버 노아는 계속 주변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적대적인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터득해야 했던 소수자의 이야기

한나 개즈비는 2018년 공개된 '나의 이야기(Nanette)'에서 긴장을 제어하며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소질에 대해 말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젠더 역할에서 벗어난 외형을 가진 성소수자인 그녀는 자신에게서 발생하는 주변의 불협화음을 감지하고, 유머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억압하며 사회가 정의 내리는 정상 수준으로 자신을 조율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나의 이야기'는 소수자가 사회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소거하고 학대해야 하는 고통을 저격하며, 허공에 뻗는 펀치라인에 그치는 코미디가 아닌 명확한 결론을 통해 가라앉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모든 관점들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침이었다.

소수자는 으레 생존을 위해 주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한다. 존재만으로 생겨나는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놓인 상황을 먼저 장악해 살아남는다. 대부분의 소수자 성은 선천적이고, 이러한 전략은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내재화된다. 성소수자의 젠더 패싱도, 소수인종들이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모습으로 대중매체들에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트레버 노아는 다양한 문화권에 자신을 동질화하는 방향으로 생존했고, 하나 개즈비는 자신을 희화화하고 지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남았다. 이들을 포함한 많은 소수자들이 '유머'를 통해 주류 문화에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놓인 비극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수자들을 계속 관찰하고 그들에 동화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강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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