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큰 도움이 될 내용일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로부터 갑자기 인터뷰 제안이 왔다. 최근에 본인이 학교 졸업생으로서 했는데, 다음 인터뷰이 추천 요청을 받았는데 내 생각이 났다며 이야기를 하게 된 모양. 처음에는 갑작스레 온 이야기인지라 학보사나 학교 자체에서 하는 거창한 내용의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차차 이야기를 들어보니 졸업한 선배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취업 수기 및 직무 경험을 알아보는 '직무동아리'에서 하는 것이란 설명을 받았다.
궁금함이 일었다.
흔히 동아리라고 했을 때 취업이나 사회생활 등 실질적인 도움을 염두한다면 창업이나, 주식투자, 모의유엔에서의 토론활동을 하는 곳을 생각했는데 '직무'가 동아리의 활동주제가 될 수 있다니.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그들의 취업 준비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 동아리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창업동아리, 토론동아리, 주식투자동아리들 또한 취업에 필요한 소양을 기르는 과정으로 참여할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보다 본격적으로 '취업' 그 자체를 동아리의 전면에 화두로 내세우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2020년도의 세태일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일었다.
이미 내가 첫 취업을 하던 시기인 2015년에 현대자동차그룹은 대규모 공채가 아닌, 인력풀을 기반으로 한 수시채용을 선언한 바 있고 추세가 이어져서 이미 대기업의 공채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각종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공채라는 정형화된 취업 채널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략의 룰이 세팅된 상태에서의 경쟁만을 해온 대학생들은 구직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들로 취업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싶은 걸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대규모 공채의 마지막 사다리를 타고 모두가 인정하는 대기업에서의 이력을 내세워 두 번의 이직을 치러낸 내가 이 후배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결국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서 보다 손쉽게 첫 스타트를 끊고, 그 시작점을 간판 삼아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오만한 이야기로 들리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이 친구들에게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부생 수준에서 이들이 나에게 던질 질문들은 사실 정형화된 궁금증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답은 내가 직접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랜 노력 끝에 교수직 임용이 된 친구와 조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그간 보아온 친구는 누군가에게 앞서서 조언을 해주거나 상대방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전형적인 학자의 모습을 한 친구였다. 머릿속에 그런 모습들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기에,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진로 상담을 하러 오기도 하는지 물었다. 그 친구 또한 간간히 오는 학생들의 진로 상담들에 대해서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학술적인 분야에서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 줄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막연함을 느낀다고.
교수가 된 친구도 이렇게 막연함을 느끼는데, 나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묵직함을 느끼는 걸까 싶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해준다면 되는 것이 아닐까. 나름대로 무거운 마음과 가벼운 생각, 그리고 이미 승낙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섰다.
생각보다 인터뷰 시간이 길어져서 약 2시간가량 장광연설을 늘어놓게 되었다.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사실은 많은 대외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턴십이 실제로 해당 직무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인턴들을 겪은 경험에 기반했을 때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 그 이상의 실질적인 지원자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지는 않다는 다소 부정적인 코멘트, 그리고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터뷰의 모든 귀결점은 역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유의 깊게 생각했던 주제로 수렴되었다.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력을 해서 목표한 성과를 내는 방법.
언어전공을 했기에 이 주제로 천착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주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언어를 배우고 전공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건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