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을 하면서 반드시 들르는 곳 중 하나는 공원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공원들은 도심 사이에 소규모로 꾸며진 인조적인 공원이 훨씬 많고 거진 10분 안에 한 바퀴를 다 돌아볼 수 있으니 충분한 산책을 즐기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물론 몇몇의 공원은 오로지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들도 있다. 그에 반해 유럽의 공원들은 높고 커다란 나무들이 늘어져있고 공원을 자신의 거주지 삼아 살고 있는 동식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외의 공원들을 극찬하기보다는 우리나라와 다른 느낌의 도심공원들을 느낄 수 있어 이색적이다.
이곳에 잠시만 머물러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해보면 실제 거주자처럼 도시의 공기와 문화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한 손에 따뜻한 홍차를 들고 차분히 공원을 즐기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려오며 영국의 정취에 취해버린다. 런던에서 유명한 하이드파크는 그 규모가 상당해서 공간의 구간별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버킹엄 궁전 앞에 바로 위치한 그린파크를 좀 더 좋아한다. 하이드파크처럼 호수는 없지만 왕실의 공원 중에 하나이며, 운치 있는 나무들이 많고 조용해 걸으며 대화하기 좋은 공원이다. 물 옆을 걷기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들러 다른 경치를 즐겨도 좋겠다.
걷다가 만나는 풍경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같은 시간 함께 걷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덕분일까? 살짝 따뜻하지만 촉촉한 질감의 바람과 이 곳 주변의 공기를 데워주는 화창한 햇살 덕분일까? 이미 사랑하나 더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공간에 내가 머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