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국을 온다면 한 번쯤은 반드시 다녀가야 할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버킹엄궁전이다.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그리고 숙소가 웨스트민스터 성당 바로 뒤편에 위치한 지라 가벼운 산책로처럼 궁전을 이틀 연속 볼 수 있었다. 사실 궁전보단 그 옆 그린파크가 좋아서 지나간 길목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테지만 말이다. 특히나 매년 여름 8~9월 동안은 대중들이 궁전을 더 가까이 구경할 수 있는 기간인데 내가 방문한 달이 마침 9월이라 내부를 구경하기 좋은 기회였다. 궁전 앞을 지나가며 " 한번 들어가 볼까?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영국 그리고 언제 다시 열어줄지 모르는 버킹엄 궁전 아닌가! " 했지만 가난한 여행객인 나는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아쉽게 그 앞을 지나쳤다. 길을 따라 다다른 곳은 궁전 정문이었고 그곳에는 늘 궁전 앞을 지키는 영국의 시그니처 혹은 대표적인 캐릭터? 왕실 근위병이 역시나 이 날도 늠름하게 서있다. 하얀 궁전 앞에 빨간색인 근위병은 정말 눈을 사로잡는다. 시간에 맞춰 근위병들이 자리를 교대하고 그 교대하는 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시시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광경이라 신기하기도 하다.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따분해 보이고 지루해 보이다가도 한치 흐트럼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부심이란 것이 살짝은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