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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스테이지 Jul 17. 2022

도대체 내러티브가 뭔데?

내러티브가 도대체 뭐길래


' 공간을 구성할 때 내러티브를 생각해, 그 시간들을 상상을 해보라고..!'


내가 내러티브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한 건 영화미술일을 하면서 미술감독에게 '공간에 내러티브를 넣어라'라는 말을 들으면서부터다.

이 글은 정말 순수하게 도대체 내러티브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N사 사전을 열어 내러티브를 검색했다.


N사가 제공하는 영화 사전에서는 이를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것 또는 기술(writing)이라는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말.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어진 실제 혹은 허구적 사건들의 연결을 의미하며 문학이나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텍스트에서는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전략, 관습, 코드, 형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라고 설명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러티브 [narrative] (영화 사전, 2004. 9. 30., propaganda)


내가 이렇게나 이해력이 낮은 사람이었나?

아무리 읽어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영화를 전공한 친구에게 S.O.S를 쳤다.


'간단해, 어떠한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현재-미래를 설명하는 것이 내러티브야. 그리고 우리가 보는 영화는 내러티브 속에 포함된 한 가지 혹은 여러 가지의 사건을 표현한 거지'


나는 이 설명을 듣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도 내러티브의 하나이고, 또는 영화 속 인물이 살아가거나 어떠한 행위를 하는 공간의 시간 (과거-현재-미래)이라는 것을 대략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감독이 요구했었던 '공간에 내러티브가 느껴지도록' 만들기엔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내러티브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궁금했다.


구글링을 살짝 해보니

아시아 교육연구 7권 4호(2006)에 실린 박민정 님의 논문 <내러티브란 무엇인가? : 이야기 만들기, 의미 구성, 커뮤니케이션의 해석학적 순환>을 읽어보면 다양한 인물들의 정의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시간순으로 배열해봤습니다)

Polkinghorne (1988) :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형태로 조직화하여 전체적인 이야기에 비추어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 / 사건의 발생시간과 장소에 따라 단순히 나열하는 연대기와는 구분되는 개념 / 내러티브는 서로 관련이 없는 개별 사건들을 전체 이야기 속에 모으는데 적합한 렌즈다.

Clandinin & Connelly(1990) : 이야기와 내러티브는 구분되는 개념 /

이야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일화

내러티브= 긴 시간 속에 걸쳐 일어나는 삶의 사건 / 무질서하고 의미 없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 간에 존재하는 관련성을 드러냄으로써 불연속적인 경험 세계에 시간적 연속성을 제공하는 틀이라고 설명함.

임병권(1997): 스토리가 있는 모든 이야기

양호환(1998): 사건과 경험을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조리 있는 이야기로 구성하는 역사 서술 형태이다.

조지형(1998): 하나의 사건 혹은 일련의 사건에 대한 글이나 말로 된 담론

Rankin(2002) : 이야기 혹은 결과물(product)로서의 내러티브, 사고 양상으로서의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내러티브로 구분.

한승희(2006): 시간적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다양한 사람들의 정의를 읽어보니 결국 내러티브는 시간, 사건, 이야기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고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한 서사적인 성격을 띠는 개념이다.


너무 방대한 정의는 뒤로하고 정작 내가 필요한 영화미술에서의 내러티브는

배우를 둘러싼 공간이 가진 시간적, 구조적 이미지이다.

흘러가는 시간 중 하나의 사건, 하나의 꼭지를 텍스트화 한 것이 시나리오라면 이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등장인물들의 성장배경부터 시나리오가 벌어지는 공간의 역사와 사건을 둘러싼 환경 등 이 전부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쭉 읽어보고 생각해보니 정의보다 중요한 것은 작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였다.


내가 참여했던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에서 닥터백의 공간이자 자윤이 어린 시절 실험을 당했던 시설은 두 등장인물의 배경이 되기 위해서 몇 년 전에 지어졌는지, 민간기업의 실험시설 혹은 국가 기업의 실험시설인지, 또 이곳이 지어진 지역은 어디인지 등의 설명들을 말이 아닌 하나의 씬으로 녹일 수 있어야 했다.


대부분의 배우의 대사에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세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로 인물 중심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물론 공간이 아주 중요한 경우는 다르지만!)

결국 영화미술구조와 컬러를 통해 관객을 바로 설득할  있는 씬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간의 나이를 보여주는 주요 요소는 부식의 정도로 표현될 수 있다.

영화 미술에서는 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간지( 사물의 연식을 나타나게   있는 드레싱의 요소) 만든다라고 하는데 주로 부서짐, 때의 정도, 물자국  생활에서 우리가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변화되는 사물의 노화를 이미지화시킨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년 정도 5명의 가족이 살았던 아파트를 떠올린다. 사람의 손이 가장 많이 닿았을 공간부터 간지를 만들어낸다. 자주 만져서 반들반들해진 손잡이, 많은 손을 지나쳐 때가 탄 스위치 주변, 요리를 하느라 튄 양념으로 얼룩진 주방 가스레인지 앞 벽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동선을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지가 필요한 곳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간지 작업은 이렇게 한 공간의 내러티브를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주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배경들이지만 간지 작업 없이는 공간의 무드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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