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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Aug 02. 2016

떡볶이 한 접시 속 개똥철학.


떡볶이가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뭐 그야. 저렴 하기도 하고 일단 맛있잖아요."


맞습니다. 떡볶이는 정말 맛있습니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두툼한 고기를 썰어 한 점 베어 물어도,

먹을 것으로 가득한 뷔페에서 한 접시 가득 담아 와구 와구 먹어도,

바다에서 갓 올라 온 싱싱한 활어회의 담백함으로도,


이 소박하기 그지없는 떡볶이 만큼 미각의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떡 성애자인 제 의견)

이토록 떡볶이 매니아 층까지 만들어 내며 오랜 시간 국민 간식으로 사랑 받아 온 떡볶이.


하지만 이 떡볶이의 인기는 본인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떡볶이 그의 곁에는 180도의 고열을 견디고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튀김.

김 한 장에 온 갓재료가 어우러져 탄생한 김 밥.

돼지 한 마리의 희생으로 탄생 된 순대까지!

떡볶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분식 친구들이 그의 곁을 지켜 주었기에 가능한 일 이죠.


친구(親舊)


가깝게 오랜 사귄 사람 혹은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부르는 말.


떡볶이는 김밥, 튀김, 순대라는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었던 겁니다.

떡볶이를 먹지도, 분식점 근처를 지나친 적도 없는 오늘 이지만 글을 쓰게 된 이유.

바로 친구 입니다.


저는 요새 무척이나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세상에선 원래 자기가 제일 힘든 법)

평소 워낙에 말 장난도 많이 치고 밝은 편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속 사정을 모르기에

세상에서 제일 속 편하게 살아가는 한량이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심리적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한 오늘. 

그 뿐 아니라 상대적 빈곤감과 현재의 내 위치에 대한 실망과 체념으로 완벽한 망연자실 상태에 빠진...


도대체 내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 마음이 제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며

패닉에 빠져 버렸습니다. 이 미치게 답답한 마음을 풀수도 없을 뿐더러, 이 마음이 드는 근복적인

원인을 제거 할 수 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전 평소와 다름 없이 친구들이 모여 있는 카톡 방에 생각 없이

말을 던졌습니다.


"진짜 미치게 자살 충동 느낀다. 날씨도 후덥지근한게 그 마음을 부추기는 것 같고.."


물론 진짜 자살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적은 없을 뿐만 아니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툭 전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기력감에 빠져 잠에 들었죠. 그렇게 낮 잠을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 났는데 제 휴대폰에 불이 나 있었습니다. (진짜 불 말고, 연락으로 인한) 저를 걱정하는 친구 녀석이 부재 중 통화를 엄청 나게 남겨 둔 것이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부재 중 전화를 남긴 친구가 제가 연락이 없자 한 통의 문자를 남겨 둔 것 이죠.


"힘드냐? 나와라 밥이나 먹자.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지."


오늘 따라 이 말이 왜 이리 감동적으로 다가 왔을까? 때로는 수 많은 조언과 명연 보다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그러한 경우는 오래 된 친구나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나  왔을 때

더더욱 그렇게 느낍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광고 속 카피 문구처럼 오래 알고 서로를 잘 이해 하는 사이일수록 통하는 정(精)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고기를 다 사 줍니다. (아이고 횡송 합니다. 친구 나리!)


친구가 그럽디다.


"우울한 날은 고기를 왕창 위에 쑤셔 박으면 우울한 기운이 거기에 눌려서 못 올라와."


제가 오늘 글을 쓰면서도 도대체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건지 헷갈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 만은 꼭 전해야 겠습니다.


내 곁에 나를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세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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