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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Dec 13. 2016

엄마 되기는 힘들어

젖몸살이 나다

12월 달 신나게 스키 여행 동안 너무 아무 생각 없이 다인이에게 계획 없이 젖을 물렸나 보다.

월요일 출근 날 갑자기 낮 2시 반부터 미친 듯이 젖이 불기 시작했다. 늘어난 젖의 양 때문일까.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급한 대로 화장실에 가서 조금 짜냈다. 평소에도 퇴근 전에는 조금 젖이 불어있기 때문에 다인이를 데리러 가는 동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마가 씌었는지 평소에 하지 않는 실수를 한다. 지하철을 잘못탄 것이다. 덕분에 안 그래도 힘든데 평소보다 약 20분 늦게 보육원에 도착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인 나는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며 급하게 다인이에게 젖을 물렸다. 어느 정도 물렸는데도 풀어지지 않았다. 계속 앉아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힘들게 집으로 고고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말 그대로 지옥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왼쪽 가슴의 동아리가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아기가 빨아도 딱딱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한기를 느꼈다. 아이의 안전문제 때문에 절대 혼자 화장실에 가지 않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안전장비 (아이 머리 헬멧)을 갖추고 화장실 부스 안에서 밖에 있는 다인이를 봐가며 뜨거운 물을 몸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몸의 한기를 조금이라도 달래주지 않으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뜨거운 물을 내리 부은 지 한 10분이 지났을까. 바늘로 막힌 곳을 뚫어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던 막힌 유선의 위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바늘을 들고 와 뚫으려는 순간 사라진 유선의 위치. 이번엔 바늘을 들고 샤워부스로 향해 다시 뜨거운 물을 몸에 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뚫어도 시원하게 젖이 나오지 않고 젖 뭉침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가 빨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다시 시도해봤다. 젖 마사지를 해가며 빠는 그 순간 정말 악 소리가 나오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너무 아파 울음이 났다. 그렇게 힘든 세 시간이 흘러 아빠가 퇴근하고 왔다. 나의 몸상태에 섬찟 놀라는 그는 일단 나의 요구대로 다인이 기저귀를 컨트롤하고 아이 손과 코를 씻기고 준비해놓은 이유식을 먹였다. 그리고 저녁으로 리조또를 해주었다. 고마운 울 작이. 

또 울 단톡 방에 나를 포함한 엄마 넷은 나의 젖몸살 소식을 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걱정하며 전화를 걸어주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감사하다. 뜨거운 수건을 가슴에 대며 마사지를 하고 발 마사지를 받으며 조금씩 기운을 차린 나는 오늘 아픈 가슴을 안고 다시 출근했다. 괜찮냐는 친구들의 안부 메시지에 또 한 번 이국 땅에서 느끼는 사람의 정에 뭉클해진다. 앞으로도 이런 일 말고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있겠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친구들의 응원으로 성숙해 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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