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육아
scuola bianca 시즌.
겨울 방학이다. 다인이도 이제 공공기관을 다니는 베베여서 방학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크리스마스부터 1월 5일까지 방학인데 6일은 원래 공휴일이라 9일부터 다시 보육원에 나간다.
계획대로라면 남편은 1월 4,5일에 쉬어야 하지만 갑자기 4일에 회사에 나가야 한다고 한다. 난 이미 마이너스 휴가다. 다시 아이 맡길 곳이 궁해졌다. 재택근무 신청도 이미 늦은 상태. 감사하게도 육아 선배인 동생이 선뜻 다인이를 맡아준다고 한다. 일일보모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샹! 단점이 있다면 우리 집과의 거리가 차로 1시간. 그러나 다인이를 믿고 맡길 곳이 있다는 게 어딘가. 두 시간이라도 달려가겠다. 굳이 나와 같이 가자는 남편을 따라 새벽 6시 반 부지런히 일어나 출근 전 아기를 맡긴다. 되도록 동생의 피로함을 덜어주고자 다인이의 점심, 저녁을 파파통에 넣고, 기저귀도 넉넉히, 혹시 모를 비상용 옷까지 챙겨 들었다. 내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긴 힘들겠지만 같은 또래를 가진 아기 엄마로 날 이해해주는 동생이 고맙기만 하다. 자기 아가 하나만으로도 힘들 텐데 말이다.
딱 시간 맞게 회사에 출근했다. 동생에게 톡을 날려보고 싶지만 참는다. 고맙게도 미리미리 사진이며 메시지를 보내주는 또띠한 동생! 다인이는 그 집 아가랑 잘 놀고 있다. 밥 다 먹은 인증샷, 다인이가 처음 써보는 물컵을 신기해하는 동영상, 최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그 집에 새로 생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담은 사진... 내 마음을 읽어주는 육아 선배이자 동생에게 고맙기만 하다.
한국의 친구 하나는 12월 31일, 2016년 마지막 날 건강한 남 쌍둥이를 낳았다.
조리원에 있으며 조금 쉴 여유가 있을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본다. 젖도 잘 돌고 둥이들도 건강하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친구는 힘들지만 자기의 힘으로 일단은 둥이들을 키워보고 싶다고 한다. 난 도움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고 조언했다. 하나도 힘든데 둘은 정말 힘들 거라고. 훈육은 말귀 알아들은 후부터 해도 늦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도움받아야 할 대상이 시어머니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엄마들마다의 감당할 수 있는 크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도움이 필요 없는 엄마들도 있겠지. 그러나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할 정도로 때론 절실한 나의 육아엔 보육원이 문을 닫으면 하루라도 아기 맡길 곳을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마음도 덩달아 급해지는 워킹 맘 신세. 찬밥 더운밥을 따질 정도로 육아가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시간은 흘러 다인이도 돌이 지났다. 2,24 키로로 작게 태어나던 우리 아가가 1년이 되었다. 스키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으리으리하진 않지만 엄마 아빠의 프리한 스타일대로 축하노래받으며 생일 날을 보낸 아가. 건강히 자라준 다인이 옆에는 부모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덜 행복했을 것이다. 아기가 돌아갈 곳은 결국 부모 품이겠지만 서로를 이해해주는 이웃이 있어 타향살이가 오늘도 외롭지 않고 감사하다. 따듯한 저녁과 후식까지 준비해준 고마운 동샹에겐 다음에 나도 도움을 줄 기회를 노리며 훗날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