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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Jan 19. 2017

엄마가 되기 위한 희생

돌발진, 열꽃이 피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 다인이를 보육원 보낼 준비를 하는데 살짝 미열이 있는 듯. 그러면 안되지만 그냥 해열제를 먹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날은 보육원에서 아이를 데려가라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날 혼냈다. 해열제는 38.5도가 넘어야 먹어야 하는 거라고. 크리스마스 휴가에 열이 오르다 내리 다를 반복한 상황도 짜증이 났고, 아시는 분 왈 해열제는 시간만 잘 지켜서 먹음 문제없다길래... 항생제처럼 내성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싶어 열이 오르기도 전 그냥 먹였다. 그러나 해열제는 고열일 때 먹여야 한다는 동료들의 따끔한 충고가 맞다 싶어 반성했었다. 그리고 수요일 오전 10시 14분. 나는 그토록 원치 않던 보육원으로부터 아이가 열이 있으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해열제를 먹였다. 1시간 도 채 안되어 열이 금방 내린다. 역시 미리 먹였어야 했나...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내려가는 열 때문에 내 일상이 깨어진 것에 살짝 화도 났다. 그렇게 생각한 것에 대한 벌(?)이 었을까. 그 후로 난 생각지도 못하게 오랫동안 회사를 쉬어야 했다. 


무리 없이 다음 날이면 회사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 아침도 미열이 있었고, 열은 점점 더 올랐다. 해열제를 먹여도 잘 듣지 않았다. 두 번 먹이면 열이 조금 내려가는 정도였다. 그래도 나아지길 희망했다. 그러나 금요일에도 열은 내려가지 않았고 나는 아이가 아파서 회사를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증명서를 끊기 위해 소아과로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말만 고생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 새벽부터 다인이는 고열과 미미한 경련을 일으켰고 너무 무서웠던 나는 남편을 이끌고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는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토하고 설사를 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보니 열꽃이 피었다. 보육원에서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다시 난 소아과 의사에게 갔고 이번 주 아예 쉰다는 의사의 의료증명을 끊어야 했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를 먼저 걱정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후로 간헐적으로 있는 다인이의 열은 나를 지치게 했고, 급여 명세에 찍힌 나의 마이너스 휴가는 나를 스트레스받게 했다. 8월엔 아예 문을 닫는 보육원을 생각하면 아껴도 모자란 판에 아이의 열로 내가 계획한 스케줄이 깨지는 것이 싫었었다. 아이 때문에 쉬는 병가는 무급이다. 이탈리아는 3살 이전의 아기가 아프면 아이가 나을 때까지 계속 일을 쉴 수 있지만 무급이고 3살이 넘어가면 연속으로 쉴 수 있는 기간은 5일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구나 싶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목숨을 걸을 정도로 애사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사회와 단절될까 조바심 냈던 나 자신이 아이의 지친 숨소리에서 무너져 내려갔다. 난 엄마다. 난 다인이 엄마다. 아빠와 엄마 중 아이가 아플 때 당연히 둘 중 하나는 옆에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다인이가 유일하게 거부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것은 모유다. 그렇다면 내가 당연히 옆에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딸아이. 내가 어리석었고 그래서 주어지는 이 벌에 감사하다. 


아이들은 몇 살에 충분한 면역력을 가지게 되는지 모르는 초보 엄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식욕을 잃어버린 다인이가 미음을 한 입 더 먹으면 기쁜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그냥 크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나도 자라났고 내 딸도 그러하다. 그리고 부모로서 감당하는 희생이 아이가 건강하다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 인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필요한 희생을 감수하며 이제는 앞으로 나가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나를 의지하는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사랑한다 다인아. 엄마를 용서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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