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라도 돌I 상사는 존재한다!
나는 성격이 고만고만 데면데면 둥글둥글하다.
우리 엄마는 내가 자기 할 말 다하고 정확하게 계산하고 얄밉게 말한다고 한다.
둘째 언니는 내가 자기는 쿨한 것처럼 말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절대로 두 사람의 의견에 백퍼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나도 세상의 풍파와 싸워가며, 성격 죽여가며 집에 bringing bread 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평범한 샐러리 맨이다. 눈치도 보고 맘에 없는 소리도 하고 때로는 보람과 성취감도 느끼며 모진 세월을 견뎠다. 자고 싶은 아침잠도 이겨내고 돈 좀 벌겠다고 또 나름의 꿈을 찾겠다고 토끼 같은 내 새끼도 보육원에 맡겨놓고 나오는 엄마이다.
복귀 후 보직이 바뀌었다. 전에 있던 부서보다 스트레스가 적은 부서라 아르바이트하는 기분으로 출근하는 요즘이다. 주변 친구들이 직속 상사가 돌아이라고 여러 번 내게 이야기를 했지만, 딱히 내가 그에게 당한 것도 없고 그러려니 nimby 의 마음으로 관망만 했다. 그런데! 그의 똘끼?가 나에게도 슬그머니... 그 영향력을 뻗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ideal 한 상사는,
1. 회의를 많이 하지 않는다.
2. 우린 다 어른이다. 뭐하는지 일일이 스케줄 체크 마라!
3. 효율적이게 업무를 지시한다.
4. 무게보다는 유머센스를 가진 사람?
5. 기왕이면 호감형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는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근태를 분단위로 체크하며, 요점보다는 세세한 사항을 잘 챙겨보는 공무원? 스타일의 상사였으니... 나는 갑갑함을 느꼈다.
재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에게 학교 선생님 마냥 뭘 자꾸 꼬집어서 (내 기준에서 보자면 절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님에도) 가르치고 싶어 하는, 흠을 잡고 싶어 하는 그의 태도는 답답함을 넘어서 안타깝다. 내 외모가 동안이라...ㅋㅋㅋ 학생 같아 보이나? 농담이다.-_-
처음 짜증 났던 이유는 work from home (재택근무) 허가 때문이었다. 3월 8일 바야흐로 내일.. 여성의 날 보육원은 문을 닫을까 말까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하루의 휴가도 아까운 나는 work from home을 신청하고 싶었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이건 내가 회사를 위해서 희생하는 거다. 일을 굳이 집으로 까지 들고 가서 처리한다는데 못 미더우면 차라리 싫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지... 빙빙빙 말을 돌리는 게 짜증이 났다. 다행히 보육원은 정상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나는 쿨하게 내일 회사에서 일할 것이라 했다.
회의 시간... 다 같이 모여 회의하는데 노트북에 열심히 메모를 남기고 계신다. 한 팀원이 그 파일을 요구하자 뽀루 뚱한 표정을 지으며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그 모습에 놀랐다. 무슨 대학교 요점 노트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국가 기밀을 논의했던가? 같이 회의한 내용을 좀 공유해 달라는데 힘들다니, 이 무슨?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다.
이 외의 등등의 일들이 있었지만 글로 쓰고 보니 나도 유치해지는 것 같아, 폭풍 같은 타이핑을 이쯤에서 멈출까 한다. 똘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도 존재한다고 퀴퀴한 일기 웹툰 작가에게 알려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