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셋째 임신
한국에 있는 언니가 임신을 했다.
결혼 후 9년 동안 임신 시도를 했지만 자연임신은 안되었고, 의학의 힘을 빌린 덕분에(?) 한 번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을 가지게 된 언니. 둘을 한꺼번에 키우는 것은 어쩌면 한 번에 하나 낳는 우리 몸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인지라, 우리 엄마 아빠까지 언니 집에 약 2년을 거주하며 둥이들을 함께 키웠더란다.
요즘엔 딸이 대세라는데 그래도 시골 어른들은 아들 하나 있길 바랬나 보다.
가끔씩 언니에게 아들이건 딸이건 하나 더 낳으라며 자식 바라는 욕심을 숨기지 않으셨다. 생길 아가는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생기나 보다. 그렇게 자연임신 안되던 언니가 어느 날 느닷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임신 소식을 전했으니 말이다.
셋째.
요즘 주변에 셋째를 낳아볼까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그 대열에 울 언니도 합세한 것이다.
허니문 베베를 가졌던 내 친구. 임신하기 힘든 몸이니 이 첫째는 기적 같은 아가라며 절대 낳아 키우라던 의사의 강력 권유를 받던 내 친구는 현재 딸 셋 가진 애 엄마.
교회 아는 언니의 동생도 딸 둘에 현재 뱃속에 남자아기를 가졌다한다.
베로나에 사는 사랑스러운 남매를 가진 집도 셋째를 고심 중이고.
그리고 울 둘째 언니 집... 이미 셋째 ing 중...
막내인 나는, 내가 태어나고 또 딸이라는 의사의 말에 아버지는 병원 복도에 아버지가 주저앉으셨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요즘에야 성별이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마음에 언니는 아들을 가졌길 바랬다. 그리고 딸 셋 가진 내 친구도 마지막은 아들이길 바랬다고 한다. 우리 언니도... 마찬가지 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축복이다.
성별을 떠나 생명 자체가 고귀하니까.
사람들의 고정적인 관념이 어쩌면 성별을 따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딸 셋이어서 오히려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종종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말속에서 내가 아들이었음 더 좋으셨으려나...?라는 의문이 남는다. 가져보지도 못한 아들인데 어떻게 딸 셋이라 더 좋았다고 내게 말씀하시는지, 그 자체가 모순 아닌가? 내가 아들이 아니어서 미안한 마음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섭섭한 마음도 없다. 나라도 가져보지 못한 것 또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주고 싶은 마음 정도는 이해할 정도로 머리가 제법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별이 중요하지 않음에도 딸 둘 가진 사람이 셋째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아들이면 좋겠다. 아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언니는 세 번째 딸을 임신했고, 딸 셋 가진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딸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눈물을 쏟아냈다. 역시나 며칠 지난 후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해피한 엄마로 돌아왔으며, 아마 우리 엄마처럼 나중에 사람들에게 딸 셋이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참고로 셋째 딸로서 말하는데,
셋째 딸로 사는 인생도 그렇게 녹녹지 않다.
우리는 만들어질 때부터 아들일지 모른다는 엄마와 주변의 안 보이는 기대 속에서, 사람들의 모든 기대를 꺾고 태어난 아가들이다. 그래서 유독 셋째 딸에 관한 이야기가 상징처럼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나는 나를 사랑하고,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울 언니의 뱃속에서 자라는 나의 조카도 특별할 것이라 믿는다.
그 셋째로 인해 아마 그들은 자동차도, 살림도구도 그리고 아마도 굉장히 많은 물건들을 더블 사이즈 이상으로 바꿔야 할 테지만, 투자가 많이 들수록 미련이 남고, 더 소중한 법!
세둥이 엄마들 힘내세요!